70년만에 컴퓨터시험 도입된 의사국시…"난이도 조절·교육환경 변화가 과제"

국시원 연구용역, 새로운 41개 CBT 문제유형 개발…문항별 변별도·만족도 상이

2022년 처음 컴퓨터시험이 도입된 의사 국시 필기시험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에 2022년 처음 컴퓨터시험(Computer Based Test, CBT)이 도입된 상황에서 향후 문항난이도 조절이나 시험 변화에 따른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임상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모델에 대한 심층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최근 연구용역을 통한 '컴퓨터시험(CBT)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문항유형 개발 연구'를 공개했다. 

앞서 의사 국시는 2022년 시험부터 그 동안 종이시험 기반의 전통적인 시험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걸맞는 데스크톱PC 기반의 CBT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 같은 시험방식 변화는 1952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의사 국가시험 제도가 도입된 이후 70년만이다. 의사를 시작으로 2023년엔 CBT 방식이 치과의사, 한의사, 요양보호사로 확대된다. 

임상 현장 시뮬레이션·다양한 시청각 자료 활용이 특징
역동성 그물형 CBT 문항과 기존 PBT 문항 비교. 사진=컴퓨터시험(CBT)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문항유형 개발 연구

우선 연구진은 보건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CBT문항유형을 개발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대상 국시에서의 CBT문항 적용 현황과 CBT문항유형을 조사해 독창적인 문항유형을 개발했다. 

최종적으로 수정 보완을 거쳐 최종 41개의 새로운 CBT유형과 28개의 하부 유형을 발굴했으며 다음 단계로 발굴한 유형의 국가시험 도입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연구에서 개발한 새로운 CBT문항유형은 현행 지필시험이나 A형 위주의 CBT와 달리, 임상 현장을 시뮬레이션하거나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고, 단편적 사고보다는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유형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타이형 CBT 문항 모습. 

예를들어 예상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거나 다양한 시청각 자료(이미지, 동영상, 소리, 반응형 매체 등)를 활용하는 유형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한 의사결정이나 응급상황에서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능력이나 선별적인 근거자료의 활용능력, 상호인과관계 등을 파악하는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유형도 있다.

연구에서 개발된 새로운 CBT문항유형은 임상현장에서의 다양한 상황을 문항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이 개발돼 국시 도입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구체적으로 CBT문항과 자필(PBT)문항은 시험에 소요된 시간은 유사했고 매트릭스형이 쉬운 유형으로, 드래그아웃앤 인형, 보타이형, 순위반응형 등은 어려워하는 유형으로 분석됐다. 이는 답가지의 수와 연관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견해다. 

또한 순위반응형, 핫스팟형은 CBT 문항에서 변별도가 높았고 응시생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반응형 CBT 문항 모습.

문항난이도 증가는 해결할 과제…CBT 유형에 맞는 교육환경 변화도

반면 문항난이도 조절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혔다. 

새로운 CBT문항유형의 개발은 다양한 임상현장의 상황에 대한 해결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따라서 응시자는 사례에서 제시된 많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문항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문항의 난이도 증가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응시 대상자들은 학교 내에서 최소한의 임상실습교육을 받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실무경력 2년 정도를 가지고 있는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평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연구진은 "개발된 CBT유형을 이용해 국시 문항에 도입하는 경우, 신규 보건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의 수준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평가할 정도의 문항의 난이도 적절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CBT 문항이 학교의 교육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 지에 대한 검토도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CBT 유형에 맞는 교육환경 변화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학생들이 임상현장에 충분히 노출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CBT 유형에 따른 국시 변화에 응시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상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모델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된다.

연구진은 "현장형 문항 해결의 교육적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는 다양한 CBT 유형을 이용한 국시 도입과 함께 현 교육제도 하에서의 교과과정과 교육내용의 개선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돼야 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새로운 CBT유형이 도입된 국가시험이 면허시험에 합격한 신규 보건의료인이 임상 현장에서의 발휘하는 성과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며 "면허시험을 통해 사회에게 요구되는 능력있는 보건의료인이 양성되고 있는지를 평가해 시험의 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타당성 평가를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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