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은 정부의 주장대로 병의원의 허위부당청구일까?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누수 원인을 추적한 결과 정부와 공단의 책임이 9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요양기관의 허위부당청구로 인한 재정 누수액은 전체의 0.8%에 불과해 정부와 정치권이 그동안 의료계에 책임을 전가해 왔다는 비판이 일 전망이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과 김성원 고문은 10일 '건강보험 재정누수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의원협회는 지난 1년간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이 공개한 자료와 정보공개 요청, 국정감사 자료 등을 취합해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재정 누수의 구체적인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7년간 국고지원금 미납금이 무려 8조 5300억원으로 단연 압도적이었다.
건강보험법 제108조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14%를 국고에서, 건강증진기금 담배부담금에서 6%를 각각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많게는 17.9%에서 적게는 14.7%만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을 매년 미납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정부는 다양한 꼼수로 보험료 수입액의 20%에 훨씬 밑도는 국고지원금만 지급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건강보험 재정 관리의 총책임자인 공단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이는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질타했다.
또 의료급여에서 건강보험으로 편입시킨 차상위계층으로 인한 건보공단 부담액 증가분이 3조 3099억원, 본인부담금 차액에 대한 국고정산 부족액이 2382억원,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재정누수액이 1조 6926억원이었다.
이와 함께 △공단의 건강보험료 체납관리 부실로 인한 급여제한자 보험급여액이 3조 7774억원 △요양기관 과징금의 건보재정 미지원으로 인한 누수가 149억원 △지역가입자 사후정산 미지급액 추산액이 1조 2988억원 △공무원 직급보조비 및 복지포인트 건강보험료 미납액이 5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폭행, 상해 등에 의한 구상금 미징수액이 851억원 △건강보험 부정사용 누수가 135억원 △가입자의 부정수급 누수가 7920억원 △사무장병원에 의한 누수가 3691억원 △보험사기 누수가 49억원 △공단과 심평원 임직원 단체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료 지급액이 78억원 △건강보험료 경감으로 인한 예상누수액이 4272억원을 차지했다.
요양기관의 허위부당청구에 의한 누수액은 1634억원이었다.
이를 모두 합산한 결과 지난 7년간 건강보험 재정누수액은 총 21조 2268억원.
이 중 정부 책임이 59.3%(12조 5952억원)로 가장 컸으며,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34.3%(7조 2889억원)로 뒤를 이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책임을 합하면 93.6%로 절대적인 수준이었다.
가입자의 책임도 3.8%(8055억원)를 차지했다.
"정부와 공단은 의사들에게 사과하라"
반면에 정치권과 복지부, 언론, 시민단체가 건보재정 누수의 핵심적인 주범으로 낙인 찍어온 요양기관의 책임은 0.8%(1634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건보재정 누수가 요양기관의 허위부당청구 때문이라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윤용선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실제로는 정부나 공단의 재정지원 부실, 잘못된 정책, 보험자로서의 역할 부재, 공단과 심평원의 방만한 운영 등에 기인한다는 게 이번 보고서에서 입증됐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윤 회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공단이 자신들의 잘못된 재정 관리에 대한 반성은 커녕, 저수가를 강요하고 재정 누수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해 왔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윤 회장은 "정부와 공단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간 의사들에게 했던 만행을 사과하고, 적절한 건보재정 관리 및 수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의원협회는 앞으로 잘못된 약가정책에 의한 약제비 증가, 불법 대체조제 청구, 공단 및 심평원의 방만한 운영 등에 의한 재정누수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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