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정책,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련 의견수렴을 어디서 했는지, 누구의 의도나 생각으로 확대안을 마련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책실명제 요청이라도 해서 대다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확대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에 참여했던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했지만 정부는 귀와 눈을 감고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비대면진료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환자들의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면 비대면 진료 방식이 아닌 응급의료 환경 자체를 개선시켜야한다. 

개편 첫 주말에 닥터나우는 4000건 나만의닥터는 약 2000건의 이용률을 보였다. 기존 이용률의 20배 증가에도 불구하고 약 배송 일부만 허용한 결과, 환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약국 뺑뺑이'를 도는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결과로 처방전만 받아 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한 일간지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기자가 실제로 비대면 진료 완료 후 처방전까지 받았지만, 약국을 찾을 수 없어 끝내 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안은 악품 배송 확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이 반대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어 실패가 예견된다. 

약사들 입장에서도 비대면진료 약 배송을 하려면 365일, 24시간을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나홀로 약국은 참여가 힘들다. 또 대형약국은 야간 당직약시를 추가 고용해야 해 부담이 커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군 단위에 등록된 약국은 한 두곳에 불과하고, 시 단위에 등록된 약국은 두 세곳에 불과해서 특정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면 '환자 유인 및 알선 행위'를 금지 하는 현행 의료법 위반에 휘말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는 공공심야약국으로 해결한다고 하나 이는 전국 200여 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의사회, 약사회,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를 확대한 이유는 뭘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비대면진료 허용범위를 2·3차 의료기관과 초진으로 확대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허용범위가 1차 의료기관 초진수준으로 제도화되면 의료인력 규모나 고용여건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2·3차 의료기관으로 확대되면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의료 전문인력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비대면의료서비스 확대는 디지털 의료기기 제조산업, 그 중에서도 ICT 융합 원격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므로 이 분야 종사자 규모를 증가킬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스스로 스타트업 기업의 영리를 담보하는 논리로 비대면진료 정책에 접근했음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편의성과 플랫폼의 경제적 이익을 더 고려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보건의료계와 환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비대면 진료 의사는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깜깜이 진료를 해야한다. 환자가 약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조제약국이 선택된다. 

보건소에 등록되지 않은 약국 명칭이 비대면 진료 앱에 도배되고 있어 환자의 약국 선택권은 철저히 배제되고, 앱 업체들이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이 현재 비대면 진료와 투약의 민낯이다. 

환자가 원하는 처방약을 주문하는 방식의 의료쇼핑을 부추기고 있고, 이는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말것이다. 

개원가는 참여하고 싶어도 단독개원을 하는 의사가 비대면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원내에서만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일년 내내 의원에서 대기해야 한다. 

결국은 야간과 휴일에만 비대면진료를 전문으로하는 비대면의원들만 가능하고 병원급에서 인턴 레지던트 야간 당직 인력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특히 야간과 휴일에는 중증, 응급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법적으로 구체적으로 제정되지않은 진료 거부권, 수진자 본인확인의 허술함, 불충분한 진찰로 인한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비대면진료는 의사면허 박탈법이 발효된 시점에서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은 언제든지 선의의 피해자이며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오진 및 의료사고 그로 인한 법적처벌 등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정부가 국민의 건강 증진과 환자 안전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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