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이 위축되면서 병원과 의료인은 돈이 될 만한 아이템 발굴에 정신이 없다.
이런 열정은 기존 의료 형태의 정형성을 파괴하고, 고전적인 형태의 전문 영역 구획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의사와 한의사의 진료는 법에서 그 범위를 정한 터. 영역의 제한에 대한 아쉬움을 한의사들은 '적극성'을 통해 극복 중이다.
'한의사'도 '의사'? 한의사의 의사 코스프레
대한민국에서 보통 '의사'라 칭하는 사람은 치아 치료를 하거나(치과의사), 침을 놓는 의료인(한의사)이 아니다.
의료법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의료법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나열하고 의료인이라 묶은 것은 의사와 한의사가 완전히 다른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한의사는 온ㆍ오프를 막론하고 명칭을 혼용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건강식품 업체의 매장 외관
분당과 강남에 매장을 연 한 건강식품 업체는 "의사한테 상담받는 영양제"라는 컨셉으로 작년 말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 광고를 보고 상담자가 '한의사'라고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노벨상 경력이 있는 의사(라이너스 폴링)를 이름으로 라이센싱한 것이나 '닥터'를 앞에 붙인 브랜드 이름은 '의사에게 관리받는 건강식품'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실제 상담자는 한의사다.
여기에서 '닥터'는 한의사를 말한다.
아무리 처방과 관련 없는 건강식품 판매라지만, 매장에 전시한 다양한 광고물들은 상담의 주체가 '한의사'가 아닌 '의사'라고 착각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환자를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한의사들이 의사 명칭을 혼용하여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매년 '네이버 지식iN 상담 한의사'를 선발해 일반인들에게 한의학과 관련한 의료를 상담해주고 관련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엔 한의사가 작성한 질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답변에는 하나같이 '의사 답변'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다.
관련 콘텐츠를 기획한 네이버의 실수라고 가정하더라도 많은 답변을 해준 다수의 한의사가 '오기'를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의사'는 의료인이지만 '의사'가 아님은 법에서도 확실히 하고 있다.
의료 사각 지대 - 난치성 질환 환자에게 접근하는 한의사들
다른 질환보다 치료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난치성 질환은 환자에게 조바심과 절실함을 갖게 한다. 이런저런 치료 방법을 동원해도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은 '귀가 얇아지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 난치성 질환을 검색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보통 특정 검색어 상단에는 키워드 광고가 경매를 통해서 노출되는데 당연히 상단일수록 '자릿세'는 더 비싸다.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검색해 본 결과 키워드 광고 '로얄석'의 상당수는 '한의원' 몫이었다.
베체트병(Behcet’s Disease)이나 특발성 폐섬유증(IPF,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처럼 질환의 병태생리와 진단방법 자체가 한의학과는 거리가 먼 질환조차도 상당수 한의원이 좋은 자리에 입점하고 있다.
이런 질환의 특정 증상은 질환의 발견과 관계없이 예전부터 존재하고 발견이 가능했다. 하지만 다양한 특정 증상군이 묶인 질환의 병태생리를 '의학'적으로 밝히고 그래서 이름까지 외국인 이름을 갖다 붙인 베체트병 같은 질환이 한의원과 연결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런 경로를 통해 제한된 정보를 얻은 일부 환자는 '임상적으로 검증된' 효과가 가장 좋은 치료를 접근조차 못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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