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종합병원 131곳 중 79곳은 적자…대학병원 분원 설립 막지 않으면 병원급도 '위험'

2022년 비해 2023년 적자 폭 늘어난 병원 82%…"수가체계 개편하고 필수 진료과 지원 시스템 갖춰야"

2022~2023년 종합병원·병원급 의료기관 의료수익 보고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대란 사태와 관련해 대학병원들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계가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계획을 막지 않은 상태로 수가체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일선 병원급 의료기관 역시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5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입수한 2022~2023년 종합병원·병원급 의료기관 의료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131곳 중 79곳(60.3%)은 2023년에 의료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적자를 기록한 79곳 병원 중 65곳(82.2%)은 2022년에 비해 2023년 적자폭이 더 늘었다.  

재정 악화로 인해 병원 경영 자체가 어려워진 병원들도 많았다. 수도권에 위치한 203병상 규모의 A병원은 2022년 289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 1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인천에 위치한 468병상 규모 B종합병원도 2022년 100억원 가량 흑자를 보였지만 2023년 12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특히 공공병원들의 위기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은 대부분 적자 상태의 '마이너스 경영'을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적자폭을 보면 서울의료원은 2023년 553억원, 청주의료원은 261억원, 홍성의료원은 158억원, 군산의료원은 202억원, 충주의료원은 167억원, 인천의료원은 295억원, 남원의료원은 179억원, 순천의료원은 103억원, 강릉의료원은 81억원 등이었다. 

병원계는 이 같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가속화되는 이유로 ▲과밀화하는 대형병원 분원 설립과 ▲코로나19 지원금 중단 등 정부 재정 지원 축소를 꼽았다. 2026녀 수가협상에서 병원급 수가인상률도 1.6%에서 결렬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12.6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4.3개)보다 2.9배 가량 많다. 이중 일반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 평균(3.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현 추세로 2027년이 되면 일반요양병상을 합쳐 약 10만5000병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과 반대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학병원 분원만 9개 병원에서 11곳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분원 설립에 나선 병원은 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대병원을 포함해 가천대·경희대·고려대·아주대·인하대·한양대병원 등이다. 

대학병원 분원이 신설되면 2028년 수도권에만 6600병상 이상이 공급돼 수도권 인력 쏠림과 더불어 1, 2차 병원 의료전달체계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대형병원 쏠림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병원계는 우려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장은 "이번 의료사태와 별개로 대학병원 분원 신설 러시가 이어지고 있고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모든 지역 환자들이 대학병원들로 몰리고 기존에 있던 병원들은 무너져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전공의 사직 사태 등으로 인해 대형병원 환자가 줄고 상대적으로 지역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가 다소 증가하는 듯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특별히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대란에 따른 의료공백 지원방안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면 그나마 작동하던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라며 "이번 기회에 수가체계를 정상화하면서 필수의료 진료과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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