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마이데이터, 정보 주는 곳과 돈버는 곳 다른 데이터 이코노미 문제 고민해야

글로벌 빅테크에 주도권 넘기지 않으려면 마이데이터 사업과 병행해 뛰어난 서비스 개발 중요

사진: 메디컬 코리아 '마이데이터 시대의 보건의료 혁신' 포럼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의료 마이데이터 구축에 앞서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주기만 하는 데이터 이코노미 문제를 충분히 고민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산업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메디컬 코리아 2023에서 '마이데이터 시대의 보건의료 혁신: 의료주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한 보건의료 혁신(서울의대 김주한 교수) ▲맞춤 건강관리 앱 활용의 사례(케이바이오헬스케어 이상호 대표이사) ▲보건의료 마이데이터의 현안과 과제: 이해관계자 관점(한국개발연구원 차성훈 전문위원)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의료 데이터 관리 플랫폼이 결합한 환자 중심 의료 생태계(가천대 길병원 이언 인공지능 헬스케어 플랫폼 연구소장) ▲마이데이터 시대 병원의 역할(가톨릭대학교 김대진 정보융합진흥원장) 주제 발표와 함께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에서 법무법인 린 구태언 변호사는 금융권에서 시행된 신용 마이데이터 사업을 사례로 들며 데이터 쏠림현상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2020년 8월 5일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근거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선정, 서로 간 연계하는 API가 개발됐다.
 
구 변호사는 "신용 마이데이터 제도를 시행한 결과 어느 쪽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어느 쪽은 이를 받아 서비스하면서 돈을 버는 회사가 완벽하게 차이나는 문제가 현실화됐다. 핀테크 강자들이 막대한 고객 정보를 가져가니 정보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명백해지니 기존 금융회사는 달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수익을 나누는 것도 아니다. 마이데이터는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권에 기반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제공의 대가를 서로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래 신용 마이데이터가 목표했던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 제공 등 지능적이고 신용 정보 주체들에게 바로 도움이 되는 그런 상품 개발까지 가려면 금융회사들의 지대한 협력이 필요한데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료 마이데이터 제도에서도 이러한 데이터 이코노미 문제가 법 제도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인데 어떻게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구 변호사는 "정부 발 산업 육성 단계에서 초기에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고 강한 리더십으로 끌어주니 잘 되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산업이 알아서 해야 할 때 자생적인 데이터 이코노미가 형성되지 않으면 추진력을 상실하고 결국 목표했던 점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들이 나올 수 있다"면서 "마이 헬스 데이터 사업과 병행해 뛰어난 인공지능에 기반한 서비스를 빨리 개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잘못하면 데이터만 제공해주고 글로벌 빅 헬스케어 테크 기업들에게 산업의 주도권을 뺏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차성훈 전문위원은 법 제도 측면에서 금융 마이데이터가 먼저 시행되면서 의료 마이데이터가 이를 많이 따라하게 됐지만 의료와 금융은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의료 특성에 맞는 하위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차 위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건강 데이터를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는 지와 금융 데이터를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는 지는 다르다. 건강은 굉장히 장기적으로 눈 앞에 편익이 바로 보이지 않는 행동들이기 때문에 금융과 데이터 활용이 굉장히 다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도 다르고 접근도 다르다. 정책을 만들거나 시장을 볼 때 같은 관점에서 만들게 되면 다르게 발전해야 함에도 비슷한 형태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의료 데이터의 경우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는 매우 높으나, 받는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엄청 많이 모아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의 객관적인 가치와 주관적인 자치가 달라지면서 거래가 되지 매우 힘들고 시장이 형성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가톨릭대 김대진 정보융합진흥원장은 "당뇨 환자에게는 당뇨 도시락을 발송하고, 암 유전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그 위험에 맞는 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이전에 건강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는데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이것이 확장성을 가지게 되면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환자가 자신의 정보와 의료 정보를 가지고 자기 눈높이에 맞춰 결정하는, 환자 중심의 의사 결정 보조 시스템에 잘 가동되면 환자 만족도도 매우 높아지고 의사들도 긴장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케이바이오헬스케어 이상호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전적으로 환자 개인에게 데이터를 주는 쪽의 사업이기 때문에 산업적인 면과는 분리가 돼야 한다.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보고 건강 관리에 활용해 건강을 더 개선시키는 것이 마이데이터 사업의 목적이어야 하는데, 정부에서 사업 목적을 환자의 건강 증진이 아닌 국가 산업화로 이야기한다. 개인이 갖고 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에서 서비스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고 기본적인 첫 번째는 환자 개인에게 데이터가 가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년 전 환자가 자신의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병원은 두세 군데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앱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병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50개 정도 된다. 문제는 각 병원의 언어로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주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면서 "병원들이 환자에게 앱으로 데이터를 줄 때 표준으로 주면 인센티브를 준다면, 환자들이 앱으로 받는 데이터가 다 같으니 어느 병원에서도 똑같이 쓸 수 있을 것이다"고 제언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미래 의료는 병원 밖으로 확장되고 있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환자, 국민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미래 의료에 대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작 미래 의료의 주체인 환자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정부뿐 아니라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의료 정책이나 시스템을 구축할 때 질병에 대한 특징과 환자들의 리터리시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시스템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마이데이터TF팀 김은경 팀장은 "시범 사업은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해 245개 의료기관이 참여했고, 6월 800여개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면서 마이 헬스웨이 연계를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을 늘려갈 예정이다"면서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과 신뢰에 대한 문제, 활용할 방안에 대한 기대감도 같이 있다. 좀 더 시너지를 내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법령 기반을 마련하거나 시스템적 서포트를 하거나, 데이터 표준화와 같이 정부 주도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해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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