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국가적 재정 투입 빠졌다...민간병원에 전공의 교육과 급여 부담만 전가시켜

[칼럼] 안덕선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현재의 우리나라 의과대학 정원은 약 3058명으로 이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보건복지부의 요청으로 감축된 정원이 반영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정원감축 사유로 의사 과잉 배출로 인한 의료비 상승을 우려한 결과였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 1000명당 2.5명의 일차 진료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나라의 적정 의사 수의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별로 주어진 환경에서 사회적 합의에 의한 의료수준의 결정과 이에 따른 의료인력 규모와 적정 배치가 관건이다. 

1980년대 미국과 캐나다는 의사 과잉을 우려했다. 당시 보건경제학자들의 의사의 수를 줄이면 의료비 지출을 경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캐나다는 1980년대 의과대학 정원을 축소하고 외국인 의대 졸업자의 유입도 제한했다. 그리고 의사의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1990년대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신규의사의 타 주로 이주할 권리도 제한했고 과잉서비스 분야의 진료을 원하는 의사에 대한 재정적 처벌적 정책도 실시해 젊은 의사와 고령 의사 간의 갈등도 벌어졌다고 한다. 1997년부터 의사 감축 정책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의과대학 입학생이 졸업생보다 약 10% 적게 배출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캐나다 의사단체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해 왔고 점차 캐나다의 합의된 견해가 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캐나다의 의사는 충분하다고 여겼으나 불과 10년만에 의사 부족으로 변했다. 캐나다에서 짧은 기간에 급진적으로 변한 대중의 인식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 그리고 경제 성장에 따른 의사 서비스 수요 증가, 근무 시간의 감소, 여성 의사의 증가로 인한 생산성 변화 등을 분석해 설명한다.

보고서는 이런 노력에도 의사 인력 추계에서 세월의 변화에 따른 의료 환경의 변화로 항상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의사 인력 추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고 조심스럽고 보수적 입장으로 대략 중간치를 선정하는 입장도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 북유럽은 의사 과잉 배출로 의사의 실업이 문제가 됐고 결국 의사는 주 36시간만 근무하도록 하는 나라도 생겼다. 일부 의과 대학교수는 6개월 진료하고 6개월은 교육과 연구를 했다고 전해진다. 의사 배출을 축소하거나 늘렸을 경우 빠르면 10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는데, 인력에 대한 정책은 적정 인력의 배출이 아닌 부족과 과잉으로 나타난다. 확대된 의대 정원만큼 전공의 정원의 증가도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전공의 1인당 진료과 평균 수련비용은 최소 1억 1118만 8000원에서 최대 1억 8790만 3000원으로 산출됐다. 이는 코로나 이전의 자료로 현재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도 의과대학 수도 늘리고 의과대학 정원도 늘렸으나 전공의 인원은 신속히 늘리지 못했다. 전공의 교육비 역시 미국 의료보험과 원호처, 국방부의 출연이기에 늘어난 전공의 규모만큼 국가기관 예산증액을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최근에 1000명의 전공의 증원에 대한 교육비 증액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지금부터 10년쯤 지나면 그동안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 나라에 어떤 효과가 날지 궁금하다. 과잉 아니면 부족의 롤로코스터 현상에서 적정 인력을 찾아갈지 미지수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정원 확대의 근거 논리인 ‘대학의 투자’에 의한 증원이라는 의미는 타 선진국과 같이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에 대한 교육비를 공적 자금으로 부담할 것을 포함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기회만 되면 의료의 공공성을 주장하는 정치권이나 정부는 도대체 의사 양성은 철저히 민간 주도로 보이는 모순을 안고 있다.

적으나마 임상실습 학생에게 근로자 신분을 부여해 급여를 지급하는 프랑스 제도를 보면 공공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호주는 보건의료인력 추계을 위해 상설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의료수요의 증가는 GDP 성장이 2% 이상을 가정한다. 경제 성장이 더디면 의사 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조심스러운 정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상황을 보면 의사 증원에 대한 조심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영국도 의과대학 정원 증가 권고치보다 작은 규모의 증원을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늘어난 학생, 전공의에 대한 모든 교육비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민간 교육병원이 전공의 급여를 부담하는 우리나라의 제도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나 필수의료 살리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전공과목에 대한 배정의 기본 원칙은 국가적 보건의료기본계획과 사회적 의료수요가 근본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전공의 수요는 전공의 개인의 희망과 병원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경영적 측면의 고려이지, 사회적 수요에 의한 전공과목 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가에 대한 국가적 재정투입이 없다면 필수 의료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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