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기술 법제를 논한다

OECD-한국법제연구원 협동연구 수행

1차 베를린 회의 보고 및 국내 전문가 의견 수렴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유전자편집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연구 허용범위에 대한 논란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규범적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KLRI)은 '유전자편집 기술'을 주제로 올해 파리 OECD 본부와 협동연구를 수행하며, 지난 7월 독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베를린에서 1차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 20일에는 국내에서 후속 세미나를 개최하며 1차 회의에 대한 내용을 보고하는 한편,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 베를린 회의에서 제기된 쟁점에 관한 국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한국 법제의 선진화 및 국제화에 기여하기 위해 1990년 정부출연으로 설립된 법제전문 국책연구기관으로, 정책현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입법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계 각국의 법제 정보를 수집·제공하며 한국의 법령을 영문으로 번역·제공한다.

이번 세미나에 참가해 기조 강연을 맡은 파리 OECD 본부의 헤르만 가든(Hermann Garden) 보건정책연구원은 먼저 유전자 편집의 정책적 이슈에 대해 "치료(treatment)와 증강(enhancement)에 대한 정의, 혁신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위험은 무엇인지, 그리고 혁신적인 임상시험 디자인 및 새로운 치료를 위한 과학적 증거를 누가 제공할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파리 OECD 본부의 데이비드 위닉오프(David Winickoff) 선임정책연구원과 헤르만 가든(Hermann Garden) 보건정책연구원 ©메디게이트뉴스
 
가든 박사는 이번 협동연구에 대해 "유전자 편집기술을 개발하는 국가 간의 지식 및 경험을 공유하고, 유전자 편집에 대한 거버넌스와 규제에 대해 대중의 참여 방식을 검토하며, 신흥 기술의 책임 있는 개발을 위한 일반적인 정책적 조언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베를린 1차 회의 결과에 대해 "유전자편집 기술(예: CRISPR)은 규제 당국이 업계 및 연구 공동체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규제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 효율적이고 예측적인 규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대중의 관심이 따르는 이슈인 만큼 대중 참여를 위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그는 더불어 "유전자편집 기술은 플랫폼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다 폭넓은 접근이 가능하도록 공공 및 민간 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의 경우에 특허가 인정돼야 한다"는 논의 결과를 전했다.  
 
이어진 국내 전문가 패널 토의에서, 한국뇌연구원 정성진 박사는 "치료(Treatment), 증강(enhancement), 창조(creation)의 세 부분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것은 허용하고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해서는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동물실험까지는 열심히 연구해야 인간에 적용 가능한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임상에 있어서는 더 많은 부분에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국가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신은정 박사는 "바이오의료 분야는 개별 연구자들의 지식을 공개하고 검증하는 체계 하에서 발전해왔다"며 "실제 연구를 진행하는 단계에서 연구기획 모델에 대해 공공이 참여해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시아생명윤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릉원주대의 전방욱 교수는 "신흥기술은 윤리전문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진보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과학자와 시민, 윤리사회학자가 정보의 갭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덧붙여 "용어의 사용도 대중의 기술 수용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며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교정'이라는 용어는 긍정적 인식이 반영된 프로모션 용어로 이에 대한 사용 및 개념을 바로 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현철 R&D 기획단장은 "유전자 치료제를 인증기관의 의료행위로서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산업계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 임상적 허들이 높아져 산업계에서는 오히려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최근 발의된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대해 "기습적으로 법안을 개정하는 것 보다는 공공이 참여하는 형태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한국법제연구원 김형건 박사는 "특정 기업의 유전자 치료 특허권 행사와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기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나 라이센싱 전략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형태로 행사하는 방향으로 특허 권리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특허 분쟁은 법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 사회를 받은 이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원복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고민에 빠진 신고리원전의 공사 진행 여부를 시민 참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소식을 전하면서 "과학을 이해하고 이해되는 과학을 기초로 규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며 공공의 참여를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도 함께 수렴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포함한 유전자편집 기술의 법제도에 관한 협동연구 최종 보고서는 올해 12월 OECD의 과학기술혁신이사회(DSTI: Directorate for Science and Technology Innovation) 산하 BNCT(바이오,나노,융합 기술) 특별조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내년 1월 과학기술 정책위원회(CSTP)의 승인을 마치면, 2018년 2월 OECD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기조 강연에 참여한 파리 OECD 본부의 데이비드 위닉오프(David Winickoff) 선임 정책연구원은 "OECD  연구 보고서는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경우 가이드라인을 발간해 연성법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각국에서 정책적으로 합의를 이루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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