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현지조사와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보다 구체화하고, 거짓청구가 아닌 '착오청구' '부당청구'에 대해서는 계도 중심으로 처분을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개도 개선책이 모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의 의료공급자단체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요양기관 현지조사, 급여기준 등 개선 관련 의약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현지조사와 관련, 의사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 중 하나는 현지조사나 현지확인 과정에서 마치 범죄자 취급하듯 피조사자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현지조사지침이나 현지확인 표준운영지침(SOP)에 따르면 조사를 하기 전에 사전 통보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명분으로 압수수색하는 식으로 들이닥치는 게 현실이다.
또 경찰이나 검찰은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담은 '미란다원칙'을 준수해야 하지만 현지조사나 현지확인의 경우 비조사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및 불이익, 향후 추가 조사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고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날 회의 참석자는 "현지조사를 받아보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면서 "의료기관들이 안심하고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피조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쟁점은 착오청구와 부당청구, 거짓청구를 구분하고, 처분 수위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착오청구 및 부당청구(요양급여기준 위반, 본인부담금 과다 청구 등), 거짓청구를 구분하지 않고 이들 모두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간주해 의사, 의료기관에 대해 환수, 과징금, 면허정지, 업무정지,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수십년 전부터 착오청구와 부당청구, 거짓청구를 구분하고, 명백한 거짓청구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강화하되, 착오청구와 부당청구에 대해서는 계도 차원에서 기준 위반 금액을 환수하는 것으로 처벌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이날 보건복지부도 제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는 "복지부가 급여기준 위반이나 착오에 대해서는 계도 차원에서 환수처분으로 종결하자는데 공감했다"면서 "다만 이는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만 의료계와 함께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 복지부는 의사협회가 현지조사·방문확인 대상자를 선정할 때 공급자단체 참여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추가 협의를 거쳐 현지조사와 심사기준 개선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어서 J원장 자살사건을 계기로 표출된 의사들의 제도개선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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