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안타까운 죽음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전공의법 제대로 지키고 정부는 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관리·감독해야

[칼럼]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여한솔 칼럼니스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 당직 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숨진 30대 전공의는 사망 전 24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했고, 이어 12시간을 더 근무해야 했었다.

전공의법은 전공의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5년 12월 제정했다. 전공의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주당 최대 수련시간(80시간), 최대 연속근무시간(36시간) 등의 내용을 담은 수련규칙 표준안을 수련병원에 제공해야 하며, 수련병원장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지난해 6월부터 전국 수련병원 248곳의 수련환경평가가 실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실에서 밝힌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시행한 2018년도 수련규칙 이행 여부 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련병원의 35.6%가 수련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준수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휴일 미준수 현황이었으며 주당 최대수련 시간 미준수 현황이 그 뒤를 잇는 등 전체 미준수항목 중 반수가 넘는 부분이 전공의의 근로시간과 관련한 항목이었다. 전국적인 모범이 돼야 할 이른바 빅5 병원의 경우 모두 수련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를 비춰보면 지방 수련병원의 경우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실제 수련규칙을 이행하지 못한 병원 중에 길병원이 적발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나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2가지 모두 이번 사건을 통해 이 문제는 공론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길병원이 수련규칙 이행 여부에서 적발이 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히 관계당국의 수련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히 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증거이다. 혹시 전국의 수많은 수련병원을 일일이 꼼꼼하고 세밀하게 감사하는 데에 인적 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핑계를 대는 것이라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법률을 위반하는 병원이 교묘하게 이를 감추려 하는 것을 적발할 수 없음을 재원의 문제로 한정 짓는다면 관계당국의 무능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경찰이 없어 범인을 잡을수 없다는 말을 경찰이 한다면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두 번째, 길병원이 수련규칙 이행 여부에서 이미 적발이 되었다면….

지금까지 왜 시정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절차상으로 필요한 사안이 있다 하더라도 적발된 지 이미 수개월이 지난 상황에서도 아직도 시정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다. 수련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전국의 수련병원에 시정명령 권고가 내려져야 함이 지당하다. 그리고 추후 보건복지부는 시정명령에만 그치지 않고 시정명령을 처분받은 병원은 반드시 '실사'를 통하여 미준수 사항이 어떻게 제대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직접 관리·감독해야 할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공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전공의법은 약 30~40%의 수련병원에서 지켜지지 않는다고 조사됐다. 힘없는 자들의 위법행위 적발에는 매서운 칼날을 들이밀면서, 힘 있는 자들의 위법행위 적발에는 모두가 쉬쉬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수록 회의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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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적발했다 하더라도 현행 체제는 실제 수련병원에 페널티를 가한다는 느낌보다는 다음연도 의국의 TO를 자르는 등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더욱 힘들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선 전공의들이 마음 놓고 민원을 제기할 수 없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언론의 초점이 전공의의 과로로 집중되고 있다.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전공의의 과로는 이전보다 조금 줄었을지 모르더라도 전공의 근무시간의 절대량은 아직도 여전히 국민 평균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선생님의 죽음이 과연 전공의의 과로로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병원의 전공의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지 않도록, 그에 응당한 책임을 병원 측이 져야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또 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소홀했다면, 이 또한 관계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이 전공의 선생님이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는 것이야말로..“라는 말을  하려는 나 자신이 유가족분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어디서 감히 돌아가신 전공의 선생님을 함부로 언급하느냐며 나를 여럿이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욱 더 끝까지 목의 핏대 올리며 이야기하겠다. 앞서 말한 사안들이 바뀌어야만 진정으로 전공의법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병원이 생겨나고, 전공의법을 관리·감독하는 관계 당국이 더욱더 철저히 전공의들을 보호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렇게 안타까운 죽음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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