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내놓은 자식 '인턴', 잡무만 떠맡겨선 안 돼

16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서 면허제 개편 포함한 인턴 2년제 제시…체계적 수련교육 위한 정부 지원 있어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김영민 졸업후교육위원,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승원 부회장. 사진=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온라인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계 내부에서 인턴 제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인턴제는 지난 2015년 폐지 직전까지 갔으나, 병원협회와 의대생 등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간 현행 제도 하에서 인턴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안전 위협 등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실제 지난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턴·레지던트 사이에선 인턴 제도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의국에도 속하지 않아 교육 책임자가 없는 인턴은 각종 잡무만 떠맡을 뿐 체계적 수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16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인턴 수련교육과 관련한 세션이 진행됐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소속 전문가들가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참석해 인턴 제도 개편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인턴 2년제, 공통과정 1년+관심분야 1년 구성…가면허∙진료면허 등 도입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김영민 졸업후교육위원은 영국∙호주∙일본 등을 참고해 현행 1년의 인턴 제도를 2년제로 개편하고, 면허 시스템도 새로 손 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 수련 자격증(의사 가면허), 1년차 공통과정을 거치면 의사면허, 내과∙외과 계열 중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해 수련받는 2년차 과정을 끝내면 진료 면허(1차 진료의 면허)를 주는 방식이다. 의대부터 세부 전문의까지 전 교육 과정은 역량바탕모델(EPA)에 기반을 둔다.
 
김 위원은 “인턴 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데 대해 현장에서 저항이 있을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도 관련 비용을 비롯해 역량바탕 교육을 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원이고, 이건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임상교육전문가를 기를 수 있어야 하고, 독립적인 평가인증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교육부재→필수의료 붕괴 가속화…수련교육 체계 개선 정부가 지원해야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승원 부회장은 소폭의 개편으로는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며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모든 조직은 항상성이 있어 큰 변화가 아닌 한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현재 인턴들은 소아과, 소아중환자실, 소아응급실 등에서 소아과란 이름 하에 평일 기준 10일 밖에 근무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인턴 수련 과정을 역량중심으로 개편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어떤 걸 배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화가 되더라도 누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칠지 질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전공의들에게 인턴과 학생 교육 일부가 내맡겨져 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수련 교육과정 도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조 부회장은 수련교육 체계를 큰 폭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수의료는 지금 전공의조차 없고 외과는 대부분 병원에서 인턴이 주치의를 하며 버티고 있다”며 “이런 과와 전공의가 충분한 과에서 교육에 투입하는 질이 같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누가 학생을 가르칠 여유와 사람도 없는 과에서 수련을 받고 싶겠나. 필수의료 교육 부재는 필수의료의 붕괴를 더 가속화한다”며 “최소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재원은 정부가 책임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전 회장, 고려대 안덕선 명예교수.

병원장∙교수들 인턴 교육 관심 가져야…적극성 없는 인턴들도 문제
 
장성구 전 대한의학회 회장은 제도 개선 노력화 함께 현 제도에서 어떻게 인턴 교육을 충실히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며 교수들과 인턴들 모두에게 일침을 날렸다.
 
장 전 회장은 “이미 교육 시킬 준비는 잘 돼있는데, 문제는 인턴 교육에 대한 책임자가 없다는 점”이라며 “병원장, 수련교육부장, 각 과장들이 얼마나 인턴 교육에 관심을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로서 적극성이 없는 인턴들이 많은 것도 문제”라며 “그걸 개선해줘야 하는데 교수들이 잔소리 같으니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 전 회장은 또 “인턴 수련병원 지정 기준이 지나치게 여유롭다”며 “지정 기준을 강화하면 병원이 반대하겠지만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이어 “법적 문제가 없는 한 인턴이 유급되는 제도도 없는데 이게 적절한 거냐. 교육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 유급시킬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병원장, 교수들의 인턴 교육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독립 평가인증기구 두고 제재 필요…인턴제 폐지하고 의대생 실습 강화 주장도
 
고려대 안덕선 명예교수는 제3의 평가인증 기구를 두고 의료기관들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평가 인증제를 통해 인턴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기관들에 제재를 가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가능하면 정부가 아닌 전문직들로 구성된 제3의 기관이 처리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인턴 평가인증제도”라며 “인턴 교육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병원들에 제재를 들어가서 가차없이 프로그램 폐지하거나 사람과 돈을 안 보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조 부회장 역시 “인턴들이 실절적으로 환자를 만날 수 있게 교육이 개편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준에 못 미치는 병원들을) 과감하게 잘라야 한다”며 “술기만 시키는 병원들, 기준에 맞지 않는 업무를 시키는 병원들이 인턴 배정을 못받도록 할 때 병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인턴도 제대로 교육받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예 인턴제를 폐지하고 의대생들 대상 실습 교육을 강화화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영미 학술이사는 “교육 소유권이 의국 중심이고 인턴은 남의 자식 취급하는 나라에서 인턴 2년제 도입은 비관적”이라며 “1년을 공통교육으로 했을 때 과연 그 1년의 기간에 대한 교육 주체는 누가 될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아예 학생 실습 때 의사 가면허를 줘서 적극적으로 주치의 역할을 하게 하고 인턴을 폐지하는 쪽으로 고려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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