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따라 '간호법·의사면허법'도 새국면…13개 보건의료 단체, 국회의장에 절충안 면담 요청

의협은 '지역사회' 문구·병협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조항 삭제 건의…간무협은 '간무사 학력제한' 논의

27일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곡관리법 표결을 직권으로 미루고 여야가 합의해 대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관련 국회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27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표결이 국회 의장 직권으로 보류되고 여야 합의 대안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향후 간호법도 절충안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곡관리법, 여야합의 대안 필요…간호법 등 절충안 논의도 수면위로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표결을 직권으로 미뤘다.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회 입법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3월 1일까지 3월 국회 의사일정을 결정하고 그 뒤 열리는 가장 빠른 첫 본회의 전에 여야가 합의해 대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표결이 보류되자 민주당은 집단 항의했지만, 김진표 의장은 "민주당은 원내 다수당으로서 법안의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달라. 국민의힘도 합의안 도출을 위해 힘써달라"고 말했다. 

양곡관리법에 대한 절충안 도출이 공식적으로 종용되면서 그동안 물밑으로 시도됐던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대안 논의도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국회법 95조에 따르면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그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30명 이상의 찬성 의원과 연서해 미리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즉 국회의원 30명 이상의 동의만 있다면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수정 대안을 보다 효율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간호법 저지 보건복지의료연대에 소속돼 있는 13개 단체는 김진표 의장에게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단체간 이견과 쟁점이 많은 만큼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이 중재안을 마련할 수 있는 물꼬를 터달라는 의미다.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공문을 보내진 않았지만 의장과 면담을 주선해달라는 접촉을 시도 중이다. 보통 이런 식으로 논의가 시작되면 어느 정도 중재안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의협은 '지역사회' 문구·병협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조항 삭제 논의 중  

간호법의 경우 간호사 단독개원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간호법 제1조(목적)에서 '지역사회'가 빠질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 조항 수정은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 1조는 간호법의 목적이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중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의료기관 외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앞서 상임위 논의 단계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지만, 간호계의 반대로 간호사 업무를 축소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외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내용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병원협회는 강압적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자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대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면허취소법은 의사 면허를 제한하는 기준을 중범죄와 성범죄에 국한하는 내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교통사고 등 일반 범죄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 강간 등에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국회 상황에 밝은 의료계 관계자는 "간호법과 패키지로 묶여 있는 양곡관리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을 이유로 본회의 표결 자체가 보류되고 여야가 절충안을 찾으라는 요구가 의장에게서 나왔다"며 "간호법도 3월 국회에서 이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절충안 마련이 쉽진 않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봐선 간호법도 원안 그대로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며 "관련 각 단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선에서 여야와 논의해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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