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직역에 의한 PA 졸속 추진, 의료 질 저하와 의료비 상승만 우려된다

[칼럼] 김미나 전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는 의료인으로서 면허에 의해 규정된 직접적인 환자진료 업무나 검사 판독업무를 한다. 일차진료부터 일반적인 질병의 진단과 치료, 제한적인 술기를 실행한다. 전통적인 의료인력이 부족할 때 전문 분야별로 전문인력을 키워서 진료팀의 일원으로서 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PA는 의사의 감독하에 일하지만, 모든 일에 대해 감독을 받기 보다는 독립적으로 일차의료 의사가 해오던 많은 일을 대신 한다. 미국은 주별로 입원환자 회진과 신체검사, 질병의 진단, 수술 보조, 검사 및 엑스레이 처방, 약처방, 치료 플랜 개발 및 관리, 환자들에게 직접 질병 예방 및 적절한 건강유지를 위한 상담까지 법적으로 상세하게 규정이 돼있다. 단, 규정을 벗어나는 일은 반드시 의사에게 자문을 해서 결정해야 한다. 

PA와 전담간호사(nurse practitioner, NP)는 업무가 많이 겹치지만, PA는 간호사 면허소지자에 한정돼 있지 않다. 미국에선 의생명계열 학위 소지자들이 의과대학생과 유사한 '질병중심 교육과정'으로 수련을 받고 면허를 취득해 활동하는데 비해 NP는 간호사면허소지자가 추가적으로 '환자중심 교육과정'을 수행해서 특정 환자군을 전담해 업무를 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응급의학, 종양, 감염관리, 마취, 노인, 아동 등 13개 분야 전문간호사 제도가 있다. PA는 NP에 비해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의 역할을 분담한다. 최근 정부가 유발한 의료사태가 두 달 째 접어들자 보건복지부는 PA를 양성해서 전공의 대체하겠다는 목적에서 대한간호협회와 간호사 면허소지자에 한정해서 PA를 키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식 교육과정 개발이나 면허제도를 정립하지도 않은 상태이므로 또 하나의 졸속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준비한 80시간 교육을 실시하면 PA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PA가 양성화되면 간호사만 PA가 되는 직역별 차별을 고착화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의 PA 양성 과정이 의과대학 부속으로 설치돼 의사가 교육 및 수련을 담당하고 임상수련을 받는데 비해 간호사가 PA를 양성하는 기형적인 체계라는 점이다.

국내에 PA로 활동 중인 인력들은 간호사 이외에 다양한 직역들을 포함하고, 이들은 의사의 지도하에 임상수련을 받아 의사들의 진료 및 진단을 보조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대학 교수들로 교육진을 구성하고 표준화도 안된 교육과정으로 PA를 양성해 진료 현장에 배치하면 의사와 함께 한 팀으로 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현재 필요한 PA 수요를 모두 담당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PA는 전담 업무에 따라 학부과정 배경도 다르고 수련기간과 면허도 차별화돼 있을 뿐 아니라 급여도 천차만별이다. 확실한 것은 주 40시간 근무하는 급여 수준이 현재 미국에서 주 80시간 근무하고 야간 당직까지 하는 전공의에 비해 훨씬 비싸기 때문에 PA를 도입하면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물론 미국에서는 오랜 기간 비용효과성이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킨 PA 제도지만, 전국민 단일 의료보험제도인 국내에서 비용 감당을 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보고 도입해야 한다. 
 
자료=미국 메이요클리닉 PA 중위급여, 김미나 교수 제공  

정부는 의료의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전공의 수련 제도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전제가 아니라면 현 의료사태 두 달 만에 꺼내든 PA 양성화 카드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만큼 이해불가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료의 질 저하와 의료비 상승 등 부작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정 단체나 직역의 이해만을 반영해서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사회적인 갈등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욱이 PA 양성화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데도 법이 통과할 확률이나 효력 발생까지 기간도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 PA부터 양성한다는 것은 정부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PA 양성화도 당연히 의료계와 숙의를 거치고 법제화한 다음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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