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에 바란다...의대정원 증원 찬성 철회하고 의사단체로 책임 가져야

[칼럼] 박상준 의협 경상남도 대의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그동안 대한민국의 의료정책은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목표 아래 지속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의료 정책의 대부분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수립하고 의료계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정책을 수행해왔다.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정책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따른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라는 명분이 포함돼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19’라는 미지의 감염병으로 전 국민이 일상을 제한받고,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사회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모든 사회분야의 심각한 타격이 현실화하면서 국가 전체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이 지연되고 감염이 종식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여당과 함께 추진할 것으로 발표했다.

틈날 때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무모한 의사 늘리기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일언반구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의료계가 정부에 대응해서 할 수 있는 조치로 5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고, 만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를 계기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사협회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며 선제로 파업을 결의했고 의과대학생들도 수업거부와 실습거부 등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자 정부가 대화의 뜻을 내비쳤으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분열을 통해 발전하는 원자로는 무한 가동하는 장치로 여기지만,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안전 확보와 예측 가능한 원자로의 문제 점검을 위해 일시적 가동을 멈춘다. 중간 점검 없이 지속해서 원자로를 가동하다 자칫 과열하거나 이상이 발생한다면,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 수칙을 지키고 사전 철저한 점검으로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의료정책도 마찬가지다.

전공의협의회가 필수영역의 근무지를 포함한 전면파업을 결의했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파업을 지지하면서 더욱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병원은 대체 근무를 위한 비상대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그동안 의사 증원에 적극적으로 찬성 의견을 표명한 병원협회와 병원협회장은 아직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의견을 밝혀야 한다. 

병원협회장은 의료계 전체가 공분하고 파업까지 불사하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계획’에 대해 대한민국 의료의 축을 구성하는 단체의 장으로 진정한 의사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병원협회의 기존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야 한다. 병원협회는 의사가 걸어야 할 길을 책임 있게 안내하는 단체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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