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선정 권한 달라는 119…의료계 "환자는 택배 아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병원 선정 강제 권한' 등 요구…의료계 "부적절한 이송으로 환자 피해 시 책임도 질 건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강제 선정 권한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부적절한 주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종 치료를 제공해 줄 여건이 되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병원에 환자만 이송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119에 강제력을 가진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라는 내용 등이 담긴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노조는 해당 서명운동을 통해 ▲응급의료법 내 병원 수용 능력 확인 조항 삭제를 통한 전화 뺑뺑이 방지 ▲병원평가지표에 119구급대 이송 환자 수용률, 환자 인계 지연율, 수용 불가 사유 반영 ▲병원 선정 시 강제력 가진 권한 부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방노조의 주장에 대해 응급실 의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병원이 수용을 거부하는 것은 그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로 이송하겠다는 건 환자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병원에서 왜 환자 수용이 안 되는지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게 안타깝다”며 “119가 병원을 선정할 거면 최종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잘못됐을 때도 그 책임은 구급대원들이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실제 15년 전쯤엔 (구급대의) 전화 강제 조항이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이송된 환자를 보낼 곳을 찾느라 밤새 전화를 돌렸다”며 “결국 병원이 하냐 구급대원이 하냐의 차이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건 최종치료 인프라”라고 했다.
 
한 지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역시 “강제력을 갖게 해달라고 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 단 올바르지 않은 이송에 대해 모든 민형사 책임을 잘못 이송한 소방이 담당한다는 전제 조건을 소방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조건은 수용하지 않고 환자를 택배 던지듯 던지고 가겠다고 하는 건 그저 본인들이 빨리 일 처리하고 쉬고 싶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환자 안전을 위해 병원의 수용 능력 확인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방노조의 주장을 수용한다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며 “응급의료 분야에서 형사 처벌 면제, 민사상 손해배상 최고액 제한과 응급의료 수가 인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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