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풀어야 할 보건의료 과제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비싸게

[칼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약속을 공약이라 한다면 당선된 이후의 공약은 정부 여당의 국정과제에 채택되어 실행된다는 점에서 주요한 사항이며 지속적으로 주목하며 지켜보아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문재인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보건의료 과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그 실현 방안에 의료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을 정리해본다..
 
지난 정부의 정책방향을 바로잡고,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정책추진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 관련 주요 공약사항 중 우선적으로 지난 정부와 상이한 점을 보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추진 중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 분야 제외, 의료산업화 및 영리화 중지'를 들 수 있겠다.

이는 창조경제로 대변되고 의료산업화를 기치로 규제기요틴을 내세우며 의료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의료를 산업의 측면에서 경제논리로 접근하여 의료계를 압박한 지난 세월에 비추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위에 언급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추진 중단, 의료영리화 중단 등은 향후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들이기에 그 기조가 꾸준히 유지 되기만을 기대 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 부문 주요공약 중 향후 추진과정에서의 원칙과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주목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는 간병비, 특진비, 상급병실료 뿐만 아니라 고가의 검사비와 신약이나 신의료기술 등의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가 포함되어 있으며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 방지를 위한 의료비 지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 진료비 국가책임제 도입 및 현행 20% 본인부담을 5% 이하로 인하, 초중고 학생들의 독감 예방접종 국가지원,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확충 등과 함께 노인틀니 및 치과 임플란트, 보청기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한방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40세 이상 5년 주기 '맞춤형 건강검진' 시행, 치매지원센터 확대 및 치매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실시 등 많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

이중 요즘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한방 난임지원 사업에서 보듯이 통계적으로 근거가 희박하고 효과가 불확실한 부분에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 될 수 있는 한방진료 보장성 확대 부분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하며 그 외 보장성 강화 부분은 원가보전과 수가의 적정성 보장을 전제로 정확한 재정추계 및 재정조달 방안을 고려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정부담-정적수가로의 변혁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의료계의 최대 관심사항이다.

건강보험 적정부담-적정수가 실현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가 하는 어려운 문제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의료보험체계의 지속적 발전가능성을 가늠하는 과제이고 국민들과 기업과 정부가 함께 뜻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정부담 적정수가,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지역 및 기관별 의료서비스의 질적 격차 해소, 상급병원의 외래진료 제한 장치 마련,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한 환자의뢰 및 회송체계 강화방안 마련을 약속했으며, 의약품유통 문제점 개선을 위해 필수의약품에 대한 공공적 공급체계 구축 등을 공약했다.

이를 의료계 관련 공약 중심으로 정리하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네의원 육성을 위해 일차의료특별법 제정, 동네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 강화, 대형병원 외래진료 제한, 의원-병원간 환자 의뢰 및 회송체계 강화 등 의료전달체 개선을 언급하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저부담, 저수가 의료현실에서 적정부담, 적정수가 체계로 전환하겠다 약속해 수가 현실화에 대한 의료계의 기대감도 한껏 높아진 반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등에서는 수가 현실화가 전제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여화에 대한 우려감도 큰 상태이다.
 
보장성강화와 적정수가는 한 몸이며 근거없는 시술에 보험낭비는 지양되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보건의료 정책과제 중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적정수가로의 전환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인데 이는 건강보험 재원 지출의 관점에서만 보면 두가지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정된 재원에 대한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보장성 확대가 수가 현실화보다는 항상 더 우위를 점하고 좀 더 공익적이라는 주장이 우세한 탓에 수가 현실화보다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정책우선순위를 두어 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두 사안은 한 몸으로 다루어야 한다. 아무리 비급여를 급여화 해도 실제 보장성은 쉽게 올라가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저수가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의 급여화는 본인부담금 저 담으로 인해 해당 진료수요가 대폭 증가되고 이는 공급자측 만의 의지가 아니라 수요자측의 필요와 이를 부추기는 민간 실손보험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 돌아가 진료총량이 늘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진료일수를 제한하고 총량을 규제하기 위해 실손보험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는 있으나 소위 웰빙의료라 불리는 일부 비 필수의료 부문의 진료량 폭증 등의 폐해, 특히 한방 관련 건강보험, 자동차 보험 청구액의 급증은 우려 할 수준이다.

의학적으로 근거가 확실한 진료나 시술에 대해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단지 정책적 고려로 다른 시급한 보장성 확대사안을 제치고 근거가 불확실한 시술을 우선순위에 두어 보험재정을 낭비하고 이로 인해 받아야 할 의료급여를 받지 못해 피해를 입는 환자들이 생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진료는 건강보험 운영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운영의 큰 원칙은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진료이고 비급여의 급여화의 기준 역시 적정수가, 적정부담이다. 즉, 적절한 수준의 진료에는 적정한 보험료가 필요하고 적정수가를 책정하여 소비자에게 적정본인부담금을 지불하게 하면 의료과소비도 줄어들고 보장성도 더 높일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중증질환으로 인한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입원비 본인부담 상한제나 재난적 의료비 지원 공약을 적극 실현함으로 실제로 보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역대정권 그 누구도 이를 시도해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적정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하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부에서는 이를 시작하길 기대한다. 이러한 시도는 가능한 임기 초기에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백년대계를 위한 진심을 담아 국민들에게 호소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을 담은 대국민 설득을 기대한다.
 
공공의료의 확충은 외형보다 공공성의 회복과 실질적인 공공성 확보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 및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25개 취약 진료권역 중심 지역거점 종합병원 육성,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으로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필요인력 육성을 약속했었다. 

의료의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한 원칙은 의료기관별 지역 및 질적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효율적으로 늘리고 공공의료 부문을 국민보건 향상과 질병예방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되돌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한 공약사항을 추진함에 있어 공공부문 의료기관 병상수 증설이나 의료취약지의 의료기관 신설 등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통계를 개선시키는데 치중하려 한다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의료취약지역에 단순히 의료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 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외형적인 공공성 확보보다는 실제 공공의료가 역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대 신설 등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실제 취약지에 의료인력이 지속적으로 고용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과감하게 민간의료를 공공의료로 편입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실제 분만취약지나 응급의료시설이 필요한 곳에 새로 분만병원, 응급진료병원 하나를 짓는 것보다 기존에 경영이 어려워 폐쇄하려는 병원이나 새로 병원을 개설하려 하는 의료기관에 충분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하여 실제 공공의료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원칙은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비싸게'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게 싸다.
 
마지막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원칙은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나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경증질환에 한해서는 '조금 더 불편하게, 조금 더 비싸게 상급의료기간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처럼 손쉽고 저렴하고 신속하게 상급의료기관을 이용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의료제도이지만 그 이면에는 저부담으로 인한 의료 과소비와 이에 맞추어 경증질환을 두고 상급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2017년 4월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당뇨, 고혈압, 알레르기비염, 편도·후두염, 위장염 등 5대 경증대표질환에 대해 약제비 차등제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책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상급병원 약제비 본인부담금 차등제의 효과는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를 참고하여 경증상병에 대해서 약제비 본인부담 상향조정 뿐 아니라 상급병원 진료비 본인부담률의 대폭 상향조정이나 의뢰 및 회송 인센티브 강화, 의뢰요건의 강화 등을 포함하여 절차를 마련하여 환자나 의사 모두 지금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요청하도록 해야하고 각급 병 의원의 역활을 확실히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국가가 나서서 경증질환의 진료나 가벼운 수술과 처치는 동네의원에서 100% 할 수 있는 제도 및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몇 만원으로 해결될 치료비가 수십 만원이 드는 낭비도 줄고 건강보험 재정도 건전해진다.

#문재인 # 이용민 # 의료전달체계 #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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