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비대위 모두 부결 이유는 "의료계 단합 해치고 혼란만 가중"(종합)

불신임 찬성 82 반대 122·비대위 찬성 62 반대 140…의학회 대거 참석해 반대표 동참

"집행부는 남은 1년 4개월간 회원들을 위한 성과 내고 갈등 봉합에 주력해야"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29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불신임안이 모두 부결됐다.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39명 중 204명이 투표해 찬성 82표, 반대 122표로 부결됐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은 202명이 투표해 찬성 62표, 반대 140표로 부결됐다.  

대의원들은 불신임안과 비대위 구성안이 통과되면 현 집행부의 회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쏠렸다. 이날 대한의학회 대의원들이 이전과 달리 대거 참석해 반대표에 힘을 보탰다. 

불신임 찬반 “회원들의 기대 물거품” vs “의료계 단합 중요”

불신임안은 토론없이 양측의 임총 제안설명과 신상발언만 하고 표결에 부쳤다. 

이번 임총을 발의한 박상준 경남대의원은 “현 집행부는 출범 2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현재 수가가 정상화 될 것이라는 회원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반복된 의정협상 실패, 저수가 아래에서 보장성 강화라는 잘못된 정책 방향 등으로 의협을 이끌고도 반성은커녕 잘못 없다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의원은 “집행부는 의료 수가 인상 요구 관철 실패에 따른 투쟁을 공언하고도 실천을 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회원의 의사협회에 대한 신뢰를 더욱 악화했다. 집행부가 구성한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는 실질적인 활동은 전혀 없어 현재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했다. 

박 대의원은 “더 늦기 전에 의사협회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는 현 집행부를 이끄는 최대집회장의 불신임을 의결하고, 직무를 즉각적으로 정지시켜야 한다. 직무 정지에 따른 회무의 공백을 대신하고 의협 정책 방향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의원 산하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어려움에 직면한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 최대집 회장은 “최근 시행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협회의 문재인 케어에 대한 대응 논리인 ‘우선순위’에 입각한 ‘필수의료’ 중심의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지난 9월부터는 정부가 먼저 의료계에 대화 재개를 요청해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의정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의사들의 염원인 문재인케어 저지와 의료수가의 정상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 등을 포함하는 근본적인 한국의료의 정상화는 단순히 정부와의 협상이나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의료계의 목소리에 언론과 국민이 호응하고 정권차원의 결단이 내려질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의료계가 화합하고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대위 찬성 “분위기 전환하고 회원들을 위한 대책 마련해야”  

불신임안이 통과되지 않자 다음 안건으로 집행부의 투쟁과 협상을 맡을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상준 대의원은 “회원들을 위해 영향력 있고 많은 회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대정부 협상에 나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회원들의 이익을 대신해야 할 집행부가 회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박 대의원은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해 대의원들의 힘을 모아주길 간곡하게 바란다”라며 “다음 세대의 미래 의료를 생각해서 이대로라면 어렵다. 비대위가 되길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최상림 경남대의원은 “집행부 출범 2년 동안 잘했다고 박수칠만한 일을 한 것이 보지 않는다. 비대위가 출범한다고 해서 의협의 회원을 위한 회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의협이 잘해오고 있는 것을 더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했다. 

최 대의원은 “잘못된 회무에 대해 분위기를 한번 바꾸고 이제 끌려가는 분위기가 아닌 다른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힘들게 임총에 모인 의미가 있다. 비대위가 현 집행부에 젊고 패기있는 상임이사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의협 회무에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같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동욱 경기대의원은 “최대집 회장 집행부가 충분한 시간이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얻은 상황인가 아닌가에 대한 것이다.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고 헤어지면 지금까지와 같은 반복이 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10월 임총에서도 똑같은 논의를 했지만 개선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이 대의원은 “2년동안 수가 협상에 실패했고 저수가는 고착되고 문재인 케어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회원들은 의협이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잘됐다고 생각한다면 비대위를 구성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제대로 대응을 했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회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 비대위가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반대 “집행부 내 비대위 구성하면 더 큰 혼란”

반면 현 집행부에서 비대위가 통과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비대위는 불신임안보다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의협 송명제 대외협력이사는 “집행부 시작 당시에 문재인 케어를 유일하게 반대하는 단체했다. 야당과 공조를 통한 전략적 선택으로 문재인 케어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대행법, 공단 특사경법, 의사면허 취소법 등을 막아왔다”라고 했다. 

송 이사는 “정부, 여야 할 것 없이 대화 통로를 유지하고 있고 회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비대위가 되면 현재 집행부 차원으로 의정협상을 하고 있고 좋은 결과물을 내기가 어렵다.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헌 경기대의원은 “협회 정관상 회장 권한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 비대위 이름으로 협회를 대표한다면 정관에 명시된 회장의 대표권을 위반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의원은 “또한 이번 비대위는 투쟁이나 협상을 위한 비대위가 아니라 의협 정책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다. 이는 대의원총회 결정사항인데, 대의원총회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비대위 구성안이 통과된다면 대의원총회가 의협 정책 방향을 잘못 결정해온 것이라고 본다”라고 반대했다. 

엄철 전북대의원은 “제안서를 보면 크게 문재인 케어를 막지 못하고 투쟁다운 투쟁을 제대로 못했다는 데 있다. 지난주 발표를 보면 2조 8000억원이나 의사들에게 주고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불과 0.4%만 증가한 63.8%라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했다. 부랴부랴 MRI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등 의료계가 잘 대응해온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엄 대의원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가 8월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전국적으로 좌우로 나뉘어 큰 혼란이 있었다. 이런 시기에 문재인 케어를 가지고 투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행부, 회원들을 위한 성과와 갈등 봉합에 주력해야"  

임총 이후의 과제는 무엇일까. 집행부는 회원들을 위한 성과를 내고 임총에서 드러난 갈등을 봉합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철 전북대의원은 “비대위 구성이 거의 매번 일어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는가. 집행부에도 80명이나 불신임에 찬성을 한 데 대해 이들의 뜻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안원일 대구대의원은 “어려운 시기에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들면 혼란이 많을 것 같아서 반대한다. 집행부가 좋아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집행부는 정신 바짝 차리고 앞으로 1년동안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회원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여한솔 전공의대의원은 “집행부는 문재인 케어 저지, 수가 정상화, 전공의 문제 등 2년간 공약을 지킨 것이 무엇이 있는가. 협상단을 통해 실행될 수 있는 목표물은 무엇이고 결과물은 언제 나오는가. 이 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알 수 없다”라며 “비대위 구성할 때 역시 어떤 논리로 설득시킬 것인가. 의료계가 의쟁투란 이름으로 파업을 준비하면서 시도의사회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여 대의원은 “대전협과 젊은 의사들을 설득한다면 기꺼이 참석하겠다. 젊은 의사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복지부는커녕 국민들도 설득을 못한다"라며 "의료계 현실을 현장에서 보면서 존경하는 선배들을 믿고 기대하겠다. 열심히 뛰는 길만이 아니라 올바른 의료제도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의협이 각종 의료현안에 대해 의료계 종주단체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함으로 인해 회원들은 불안해하고, 대국민 신뢰도 하락은 물론, 대정부 협상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집행부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심기일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는 “집행부에 권고한다. 실추된 명예와 신뢰 회복을 위해 회원을 아우르는 소통에 온 힘을 집중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의사들이 오직 국민의 건강 수호라는 초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 대외 정치적인 활동보다는 회원들의 입장에서 정부에 현실 가능한 의료정책을 제안하고 협조를 구해 궁극적으로 회원들이 마음놓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집행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임총 결과다. 잘했다기 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회원 권익 향상과 올바른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집행부는 더욱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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