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 법정구속은 부당…불확실한 의료의 특수성 고려해야

[미래 의사의 생각] ④ 의사가 진실할 수 있고 최선의 진료를 위해 사회도 함께 노력하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는 2019년 여름방학을 맞아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특성화 실습에 참여했습니다. 의대생·의전원생 인턴기자들은 다양한 현장과 국회 토론회, 인터뷰, 강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의료현안을 생각해보고 미래 의료의 방향성을 살펴봤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깊이가 없을 수 있지만 미래 의사들의 생각을 담아봤습니다. 

미래의사의 생각  
①문재인 케어, 국고 지원 확대해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재정 대책 마련부터
②원격진료, 대면진료와의 간극 극복 가능할지부터 고려해야
③의료 인공지능 시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필요한 의료인 소양 
④산부인과의사 법정구속은 부당, 의사의 최선의 진료를 위해 사회도 함께 노력하길

[메디게이트뉴스 이영민 한림의대 인턴기자 본4] 나는 의사를 법정 구속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언제나 의료의 불확실성 앞에 놓이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경상북도 안동시 소재 산부인과 의원에서 사산아 분만 후 갑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27일 대구지방법원 2심 판결은 의료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의료법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의 혐의를 적용해 담당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금고 8개월로 구속하고, 담당 간호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구속 판결로 인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사의 형사 처벌을 반발했다. 각 의사단체들에서는 성명서를 내고 이 판결에 대한 규탄 궐기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판결문의 내용 일부에서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 대해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고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로, 피해자가 병원으로 전원될 때까지 피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모체의 사망률이 높지 않음에도 결국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광범위한 출혈 및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하게 됐따. 이에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또한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 대해 대책회의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생체활력징후를 체크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제대로 한 것으로 허위진술하게 됐다"며 양형 이유를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부검 결과에서는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은폐성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나와있다. 은폐성 출혈의 경우 출혈 부위를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전문적인 의사라도 초기에 발견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증상의 정도는 환자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나 경과를 가지고 일반 질 출혈이랑 다른 것을 판단했어야 한다는 판결문의 내용은 현실적으로 여러 환자를 관리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의사들에게 적용하기엔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의료계가 의료라는 불확실성에 형사처벌을 가하면 어떤 의사든 현장을 계속 지켜나갈 수 없다고 주장에 충분히 공감됐다.

다만 이 판결이 구속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에 크게 작용한 요소가 판결문에 나타났다. 바로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부분이다. 판결문의 상황 설명을 보면 피고인은 활력징후(바이탈사인)를 측정하지 않았음에도 의무기록지에 활력징후가 정상이라고 기재했고, 이는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조작한 것임이 밝혀졌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의료 행위를 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의학적 지식만 놓고 바라봤을 때는 이 양형은 부당하다. 다만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인 '라포'가 훼손되고 진실하지 못했던 상황이 판결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양형의 이유에서도 보면 "허위진술과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의료기관에 대한 일반 공중의 신뢰마저 해치는 것이다. 피고인들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제시한 것 외에 그들의 정신적 충격을 위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만약 환자에게 사건의 은폐가 아니라 진실하게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의사가 환자에게 진실하지 못한 상태로 무엇인가를 숨기고 덮으려고만 한다면 상대방에게 분노와 불신만 더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진실됨이란 단순히 모든 사실들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는 의미보단, 그 순간에 사람을 대할 때의 진실함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 편으로는 진실함을 보였다가 의사가 더욱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선뜻 나서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가 잘못됐을 때 가장 괴로워하는 사람은 의사다. 그런 의사가 형사처벌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진실함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그 치료라는 이면에는 보이는 질환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형성되는 ‘라포’를 통해 주변의 고통과 두려움까지 치료해야 한다. 사회가 이를 요구하려면 사회도 의사에게 최선의 진료를 다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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