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증세없는 복지와 의료민영화

증세와 의료민영화의 관계? 관계가 없을 듯하다. 말도 안 되는 관계?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좀 해 보자.   요즘 '증세없는 복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복지에는 돈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증세하지 않고 복지를 늘리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 야당과 여당인 새누리당의 분위기이다.  

그러나 정부는 복지를 늘리기 위하여 증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증세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하였기 때문이다. 아마 대한민국에 증세 없이 정부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묘안이 따로 있는 것 같은 공약이었다. 이러한 공약에 이끌려 투표한 백성도 있으리라.


문제는 2015년 예산편성 시부터 터졌다. 무상급식 예산 등 일부 복지예산을 중앙정부가 부담하기 어려우니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결국은 또 세금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재정조달의 대안으로 지하경제의 활성화(?) 아니 양성화와 조세특례의 축소 등을 내세웠으나,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거둬들인 세금의 30% 이상이 '부당징수'로 판정되었고, 조세특례도 상당 부분 존치되어 재정확보 효과가 반감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정부는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하여 담뱃값을 인상하여 담뱃세를 실질적으로 증액하였다. 근로자들의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 시에도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교묘하게 조정하는 묘안(?)을 마련하여 세수의 증대를 시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담뱃값의 인상이나 연말정산의 방법 변경이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증세는 세율을 올리는 것이지 묘수(?)를 짜내서 세금을 짜내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세율을 늘리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말의 유희가 있는가? 국어사전에는 增稅를 세금의 액수를 더 늘리거나 세율을 높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부의 관리들은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의 모임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의료민영화의 논란이 있을 때, 영리법인의 제도화 등에 민영화라는 말을 내세우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지적이었다.
 

민영화는 법인의 운영주체가 민간이라는 것이어서 우리의 경우 이미 민영화가 되어있으니 민영화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고, 영리법인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민영화라는 화두는 실질적으로 건강보험의 민영화 조짐에서 시작되었고, 민영화는 곧 영리화를 의미한다는 것은 정부와 여당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민영화 논란 시에는 국어사전을 잘 활용하시던 양반들이 증세와 복지의 논란 시에는 찢어진 사전을 보셨는지 엉뚱한 해석을 하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은 늦게나마 온전한 사전을 구입하여 세금의 액수를 늘리는 것도 증세라는 것을 알아차리신 모양이다.
 

이래서 옛날부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라는 말이 생겨났나 보다. 그것도 힘이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경우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평구 연구위원

#증세 #박근혜 #의료민영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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