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내시경 중 식물인간, 의료진 과실 100% 판결 부당…최선의 진료했을 뿐"

"상급심에서 반드시 파기돼야…법조인에 의료행위 특수성 교육 요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의사협회는 내시경을 받는 도중 의식을 잃은 환자에 대한 소송에서 해당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모든 손해의 100%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성명을 15일 발표했다.  

앞서 14일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2부는 대장내시경 검사 중 의료진 실수로 식물인간이 됐다는 한모씨가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사와 병원장, 상급병원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료진에게 내년 9월까지 3억8000만원을 배상하고, 이후 한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400만원씩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이번 판결은 선한 행위를 기반으로 한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의료사안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최근 분만으로 인한 신생아 사망으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 있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건으로 의료진의 구속 사태(현재는 모두 석방) 등이 있었다. 이후 벌어진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의협은 “이번 판결은 열악한 여건에서 묵묵히 진료실과 수술실을 지키며 환자와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라며 “전국의 의사들에게 가능한 책임질 일이 없는 방어진료만 집중하도록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라 하더라도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예견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며 “의사 또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의료분쟁 소송에서 공평한 책임의 분배라는 원칙에 따라 의료진의 책임을 분배해 왔다. 이번 판결로 의료진에게 100%의 책임을 지운다면 어느 의사가 위험부담을 무릅쓴 채 환자의 생명을 지키려 하겠는가”라고 했다. 

의협은 “재판부의 판결은 의료행위의 책임제한 법리를 독자적으로 배척한 잘못이 있다. 이는 반드시 상급심에서 파기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의료계의 모든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했다. 

의협은 “향후 이런 판결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법조인들에게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이에 따른 위험성을 인식하게 하는 의학관련 정규 교육을 추가할 것을 정부와 법조계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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