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의협, 회원들을 위한 회무에 집중하라…의료현안에 적극적인 대응과 전략, 토론문화 정착해야

의협에 바라는 것도 없다고 말하는 의료계 인사들, 내년에는 응원의 메시지가 나오기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8일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의료계 인사들로부터 ‘의협에 바란다’라는 기고 시리즈를 냈다. 주요 단체 임원이나 전직 의협 임원들은 의협을 상대로 의료현안에 대한 전략을 갖추고 대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임원들은 기고 자체를 거부했다.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의협에 바라는 것도 없다는 의견도 꽤 있었다.
 
의협은 지난해 10월 말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을 거부한 정부에 일체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6개월만에 다시 선별적인 대화 재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대정부 전략 자체를 제대로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투쟁이든 협상이든 회원들의 관심 자체가 무력해 보인다. 의협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의협의 보도자료는 물론 의협에 바란다는 기고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의협 집행부 2년차를 맞은 올해 정부의 건강보험 종합계획 저지, 적극적인 한방 대책 수립, 수가 정상화 등을 이뤄낼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이미 관보에 고시돼 확정을 앞두고 있다. 한방 정책은 지난해 의한정협의체에서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 추진에 합의했다가 무산됐지만 다시 추진한다고 한다. 수가 정상화 역시 수가 협상의 막이 올랐지만 올해도 2%에 머무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많다.

의협이 정말 회원들을 위한 회무를 하고 회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지켰으면 한다.

첫째, 의료계의 중요한 현안이라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회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 최근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상세하게 밝혔던 것처럼 중요한 현안마다 이를 회원들에게 설명하면서 의료계 입장을 정리했으면 한다. 얼마 전 어떤 현안에 대한 국회 토론회는 의료계 패널이 빠졌는데, 의협이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종종 의료현안에서 의협이 패싱되는 것인지, 아니면 의협이 뒤로 물러서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의협이 의료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회원들의 관심이 뒷받침된다면 의협이 중요한 현안에서 빠지는 모양새는 없을 것이다.

둘째, 정부를 상대로 투쟁이든 협상이든 전략을 명확히 짰으면 한다. 투쟁을 내세우면서도 협상을 병행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일관성을 가졌어야 한다. 정부와의 대화 채널이 끊긴 상태에서 단순히 대화를 재개한다고 선언한다고 해도 언제든 대화 중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 신뢰를 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에 따르면 의협 집행부는 의쟁투에 비판 의견을 내는 위원 추천을 거부하거나 사퇴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도 모자란데 내부 분열만 초래한다면, 의쟁투가 투쟁체로서의 얼마나 역할을 할지 의문이 앞선다.  

셋째,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열린 토론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의협은 전문가평가제, 의료감정원 설치, 커뮤니티케어 등 관심을 갖는 사안에서는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안에서는 주무이사 한두명이 나서서 일을 처리하거나 흐지부지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의협 집행부 차원 또는 의료계 전체의 의견수렴이나 토론문화는 부족해 보인다. 의료계에 중요한 현안이라면 회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댈수록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는 날이 갈수록 저수가와 의료전달체계 붕괴 속에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의협 집행부 2년차에는 대의원들의 지적대로 우왕좌왕하거나 미숙한 모습이 아니라 회원들을 위한 회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의협 집행부 임원 개별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올 한해는 지난해보다 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내년 이맘때에는 의료계 인사들이나 회원들이 '의협에 바라는 것도 없다'가 아니라 '의협이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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