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난임 연구자·복지부, 6억2000억 투입 연구 최종보고서 비공개 정황

바른의료연구소 “막대한 예산 낭비와 여성건강 우려"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 고수하다 최근 공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복지부·한의계 "2017년 저널에 이미 논문 게재됐고 RCT 아닌 관찰연구로 검증 진행" 
의료계 "2017년 논문은 연구계획서에 불과, 이번 연구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안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영국 학자가 한방난임 연구를 비과학적이라며 논문 심사를 거부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연구자가 연구 최종보고서를 비공개하려던 정황이 드러났다. 연구자가 의료단체의 이해관계로 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해 복지부에 최종보고서를 비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연구결과에 자신이 있었으면 연구결과 공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영국 학자의 지적을 통해 한방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하게 검증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연구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데다, 한방난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지자체 한방난임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한방난임 연구는 과학이 아니다"라던 英 학자 이메일 질의 답변,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하지 못했다"]
 
앞서 복지부 한의약산업과는 2015년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팀에 의뢰해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 및 안전성, 경제성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2015~2019년 5월까지 진행됐으며 6억2000만원이 투입됐다.  

45일 내에 발표하도록 하는 연구보고서 비공개 의혹   
자료=A씨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민원 

11일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 A씨의 제보에 따르면 그는 지난 6월부터 10월, 12월 등 3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에 한방난임 연구 최종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비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9월과 10월 2차례에 걸친 이의신청을 통해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복지부는 6월 민원 답변에서 “이 연구는 올해 5월 31일 종료된 과제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20조(연구개발성과의 보고)에 따라 협약기간 종료 후 45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규정돼있다. 현재까지 복지부에 제출되지 않아 정보부존재 상태”라며 정보공개를 거절했다.

복지부는 8월 민원 답변에서는 “최종보고서는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제23조에 따라 주관연구기관의 비공개 요청을 받아 보안등급을 검토 중에 있다. 이에 따라 비공개 승인될 경우 일정기간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끝내 비공개를 결정했다. 

비공개 결정 사유는 연구자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연구책임자인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는 최종보고서에 첨부한 비공개 승인요청서에서 “이 보고서는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된 한의 난임 치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로서 연구 진행과정에서 의료단체의 이해관계가 작용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연구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 유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관련 정책의 수립과 시행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정책 수립 담당자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일정기간 보안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A씨는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복지부로부터 11월 정보공개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당시에도 요약본만 공개됐다. 복지부가 아니라 연구자 명의로 마치 자화자찬식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종보고서는 곧바로 공개되지 않다가 최근 들어서야 보건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A씨는 여러차례에 걸친 정보공개 청구 이유에 대해 “한방난임 연구 최종보고서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복지부는 2016년, 2017년에 경기도, 경남 등 여러 지자체에서 제출한 사회보장 신설 협의 요청서에 대해 매번 동의한다고 했다. 난임 부부에게 다양한 난임 치료 기회를 부여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는 사업 필요성 인정되므로 사업시행에 동의한다고 했다”라며 “다만 복지부에서 현재 추진 중인 임상연구(2015~2018년) 완료 후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A씨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연구결과를 보안등급으로 분류해 비공개한다면 복지부가 국민건강 보호에 관심이 없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를 지속한다면 절박한 상태에 놓인 난임여성의 난임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공개 절차 문제 없고 관찰연구도 과학적으로 인정해야" 

복지부는 연구보고서를 의도적으로 비공개한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관련 논문이 2017년 12월 SCI 저널에 등재돼 논문 심사자 개인이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할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관계자는 “연구보고서는 연구 종료 이후 곧바로 공개할 수 있는게 아니라 제출에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라며 “11월에 최종보고서가 공개됐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건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 민원을 언론에 제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민원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을 때는 최종보고서 납품이 안됐기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학자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의 지적대로 대조군과 치료군을 비교하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방시술 자체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표준화도 돼있지 않다. 그래서 정부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한방난임 사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기초연구인 관찰연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한방난임 치료가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관찰하는 관찰연구다. 치료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라는 임상연구가 아니다"라며 "관찰연구는 기초연구 중에서도 기초일 뿐이다. 아주 낮은 단계의 연구다. 관찰연구가 과학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는 R&D 과제를 통해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연구자가 연구하고 싶다고 제안서를 내는데, 복지부가 이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검토를 거쳐 한방난임 연구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선정된 연구자가 연구방법에 맞춰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방치료는 체질별로 치료 방법이 다르다. 다양한 치료방법 중에 하나를 이용해 관찰연구한 결과를 보고한 것이다. 치료대상을 선정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 대조군 연구를 하지 않아 비과학적이라는 논문 심사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문 심사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심사결과를 외부로 유출해선 안 된다. 전세계 어느 저널에서도 마찬가지다”라며 의료윤리 위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심사자가 논문 게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결정하는 저널 에디터가 따로 있다. 연구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심사자는 심사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에디터가 이미 심사자에게 논문 심사를 의뢰한 것 자체를 보면 해당 논문이 타당하다고 해석한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한 2017년 12월에 이번과 같은 저널 '메디슨(Medicine)'에 한방 난임치료와 관련된 연구방법을 인정한 논문이 게재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에도 같은 연구방법을 이용해 논문이 게재됐다. 그 때와 지금이 연구방법은 같은데 데이터만 추가로 들어간 것이다. 그 때는 되고 지금은 안된다는 주장이 황당하다. 연구자도 황당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계 단체들이 나서면서 영국 논문 심사자까지 움직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한의사회 역시 복지부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서울시한의사회는 "이번 연구결과는 한의약의 난임치료 효과에 대한 관찰연구를 정리한 연구인 만큼 대조군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해당 연구와 관련해 양의계가 문제 삼고 있는 단일군 전후 비교는 엄연한 임상연구의 한 방법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충분히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한의사회는 “이번 연구는 부작용이 심각한 양방의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 대신에 자연치유적인 방법을 통해 난임부부에게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 연구”라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한방 난임치료뿐만 아니라 한의약의 객관화를 위한 연구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양방에는 난침치료에 6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쏟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한의약 난임치료 성과 연구에 투입된 6억원의 기금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했다.

"연구계획서 논문에 불과, 관찰연구 실제 개념과 다르고 심사자와 유착 말도 안돼"  

다수의 과학계와 의료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복지부와 한의계의 해명에 세 가지 의혹이 남는다. 

첫째, 2017년 논문은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밝힌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구계획서(프로토콜)를 담은 논문이었다. 둘째, 관찰연구는 변이에 중재를 가하지 않고 관찰만 하는 연구지만 이번 연구에선 중재를 가했다. 셋째, 한방난임 연구 논문이 특정 저널에 게재될지 알지 못했으며 당연히 심사자도 알지 못했다.   
 

2017년 12월 저널 '메디슨'에 게재된 한방난임 논문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 계획서(프로토콜) 논문(The effectiveness, safety, and economic evaluation of Korean medicine for unexplained infertile women A multi-center,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protocol)이었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2017년 프로토콜 논문을 보면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과 관련한 임상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즉, 당시 논문에서는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해내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 단지 추후에 연구를 거쳐 한방난임의 유효성과 관련한 임상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라 했기 때문에 대조군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에 따르면 관찰연구(observational study)는 연구자가 처치를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의학적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기술하는 연구다. 특이 질병을 보고하고 특정요인의 연관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특정 처치에 중재를 가하는지 여부에 따라 관찰연구 개념을 설명한다. 복지부와 한의계가 주장하는 관찰연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틀렸다”라며 “영국 학자의 지적대로 어떤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려면 무작위 대조 연구(RCT)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또한 의료계는 해당 연구가 어느 저널에 투고될지 알지 못했으며 당연히 심사자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자가 윌킨슨에게 기사 일부 번역본을 이메일로 첨부해 한국 의료계(바른의료연구소, 산부인과학회,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등)에서 한방난임 치료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사실을 알리자, 윌킨슨이 “나의 의견도 너의 이메일에서 인용한 몇 사람의 의견과 유사하다(My view is similar to several of the people you have quoted in your email)”라고 했을 뿐이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당연히 연구자가 어느 저널에 논문을 제출할지 모르고 저널 심사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영국 학자가 트위터에 공개한 것도 뒤늦게 공론화됐을 뿐이다"라며 "영국 학자를 통해 국가적 망신이 드러났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난임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여성 건강을 망치며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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