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외과의사회, 의학적 판단 외면한 외과의사 실형에 심각한 우려 표명

방어진료 부추기고 필수의료 기피할 것...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아닌 이상 형사처벌 적용 배제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외과의사회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소장폐색 환자의 수술 지연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관련기사=또 의사 형사처벌로 의료계 '발칵'…'의학적 판단으로 수술 지연' 외과의사 금고형

의협은 “의학의 오랜 역사와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수술 여부나 그 시기 결정에 있어 명확한 임상 지침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이는 연구와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직접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종합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으므로 현장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학적 원칙이 확립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이후 발생한 악결과를 이유로 당시 의학적 판단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이 사건만 보더라도 환자와 의사가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에 앞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해보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사후에 그 악결과만을 문제 삼아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진료를 하게 된다”라며 “법적 책임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의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의협은 “유사한 판결이 반복됨으로써 의사의 소신진료가 위축되고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 않겠다”라며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고 의료인에게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더욱 튼튼하게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가칭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역시 성명에서 의료과실의 문제를 일반적 범죄행위와 동일한 선상에서 일의적(一義的)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특히 복강 내에 발생한 출혈이나 천공, 장유착과 같은 합병증은 일반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의료행위 도중 불가피하게 상해와 유사한 인체 침습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행위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라며 "그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에 지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과의사회는 “당시 상황을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장 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판단하지 않은 여러 변화와 증상들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지연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위반에 해당한다고 의사를 단죄하면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외과의사회는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의료행위의 최전선에서 최선의 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것이다.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외과의사회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문화, 검찰·경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라며 "지속적인 교육, 동료 평가로 통해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재발방지 방안 마련 등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과의사회는 “환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외과의사의 적절한 수술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법부가 의료행위에 형사적 제재가 필요한 의료과실이라는 사법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사법부의 종합적이고 신중하고 명백한 증거에 근거한 지혜로운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라며 “그것이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위태로운 국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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