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 3년간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 "근거 부족한 한방난임지원에 57억 혈세 낭비"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①] 비협조 지자체에 행정소송까지...315쪽 연구보고서에 총망라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대한의사협회 한방정책특별위원회와 의료정책연구소가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고려의대 의료통계학 안형진 교수 공저)에게 의뢰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315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김성원 고문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지자체에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어낸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김 고문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미입증된 지자체 한방난임 지원사업은 오히려 난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①지자체 정보공개청구 이유 "3년간 한방난임 지원 사업 예산 57억, 객관적 근거 부족"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김성원 고문이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에 주목한 이유는 전국 지자체들이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반면, 객관적 근거는 터무니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방난임사업은 한약과 침술을 기본으로 하고 약침, 전침, 적외선조사요법, 봉침 등을 일부 병행해 7~8개월동안 시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3년간 103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대상자 총수는 4473명이며, 이 중 한방난임치료로 498명이 임신해 부부 1쌍을 1명으로 환산한 치료단위(3969명) 기준 12.5%의 임상적 임신(임신 6~7주경 질초음파 검사 상 태낭과 태아의 심박동이 확인된 경우) 성공률을 나타냈다. 이 수치는 아무런 치료 없이 단순 관찰만 한 원인불명 난임여성에서의 임상적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강하게 시사했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미입증된 한방난임치료에 지난 3년간 무려 57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고문은 "한방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폐경이 되면 환자들은 시험관시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라며, "지자체들은 난임여성이 효과적인 난임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지 말고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방난임 지원사업 확대되지만 객관적 근거는 턱없이 부족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대구광역시 동구보건소의 한의약 건강증진 HUB보건소 사업을 시작으로 매년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전라남도를 비롯한 9곳의 광역지자체와 20곳의 시군구 지자체에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Randomized double-blinded Controlled Trial, RCT)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적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다. 국내 한의학 난임치료 관련 50편의 임상연구 논문을 분석한 2017년도 연구에 의하면 50편 모두 대조군이 없는 증례보고 연구였다.

보건복지부는 한방난임치료의 효과와 안전성·경제성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5년도 한의약 R&D 사업을 통해 한방난임 임상연구를 공모했다. 그러나 2019년 11월에 발표된 연구결과에서 100명의 원인불명 난임 여성 중 13명만이 임신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더욱이 이 임상연구는 대조군이 없어 애초에 한방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 디자인이 아니었다.

보고서는 "보건복지부는 한방난임 임상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연구 완료 후 지자체 한방 난임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밝혔지만, 연구결과가 나온 후에는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런데도 한의계는 그나마 성과가 나은 편인 일부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결과만을 근거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 마련과 건강보험 급여화를 지속해서 주장하고 있다"라며 "여러 지자체 의회에서는 한방난임치료 시술비 지원을 규정한 조례안을 제정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고문은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매우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미입증된 한방난임치료는 오히려 난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시행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결과를 분석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우선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결과 자료를 확보해 연도별 임신성공률을 비롯한 사업 결과를 분석한 다음,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결과와 국내외 문헌고찰을 토대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는지 분석했다.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시행 과정 및 결과에서 도출된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각각에 대한 분석을 시행했다.

즉, 연구결과를 통해 불필요한 재정의 낭비를 막고, 난임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 대한 향후 방향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전국 한방난임사업 시행 지자체에 정보공개 청구 
정보공개청구 예시. 자료=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지자체들은 사업결과 보고서를 비공개 정보로 분류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고문은 한방난임사업 결과를 확보하고자 사업을 시행한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일일이 정보공개청구를 시행했다.

우선 한방난임사업 결과를 확보하는 첫 단계는 사업을 시행한 지자체들의 명단을 알아내는 것이다. 김 고문은 인터넷에서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한의난임치료 지원사업’,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한의난임부부 치료비 지원사업’, ‘난임부부 한방 지원사업’,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 등을 검색해 찾았다.

정부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접수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보공개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김 고문이 정보공개포털에 회원가입한 후 ‘한방난임’, ‘한의 난임치료’, ‘한의약 난임치료’, ‘한의난임부부’, ‘난임부부 한의치료’ 등으로 검색해 등록된 관련 정보들을 찾아냈다. 특정 연도 한방난임사업의 경우 지자체 한의사회나 연구용역을 위탁받은 기관에서 작성한 사업결과 보고서가 그다음 해 3월부터 5월 사이에 지자체에 제출된다. 따라서 해당 사업연도의 다음 해 4월부터 6월 사이에 사업을 시행한 각 지자체에 당해년도 사업결과 보고서, 당해년도 및 차기년도 한방난임사업 추진 계획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사업결과 보고서나 사업추진 계획서 등을 아예 작성하지 않는 지자체들도 있고, 작성한 지자체라도 중요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김 고문은 공개를 원하는 정보들을 사업기간, 지원 예산과 실지출액, 사업대상자 선정기준, 임신성공자 수 등 구체적으로 명시해 청구했다.

비공개 지자체에 이의신청에 이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까지
부산시 상대로 행정소송 판결 내용. 자료=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

김 고문은 정보공개 청구에서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이의신청을 한 다음 비공개 결정을 유지하거나 부분공개를 한 지자체에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 고문은 이의신청에도 2018년도 한방난임사업 결과보고서를 비공개 결정 한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부산광역시의 비공개 결정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았다(2019구합2258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에 패소한 경우 소송비용 전액을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므로 이의신청 시 정보를 공개하는 지자체들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부산시)는 이미 2014년도 내지 2017년도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결과 보고서 등을 외부에 공개했고 이번 사건에 필요한 보고서도 이전 보고서의 구성과 내용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이 사건 정보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에 반대하는 원고에게 공개될 경우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에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나, 해당 이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 고문은 "한의계는 그간 나름 성과가 좋았던 일부 지자체 사업의 임신성공률이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과 비슷하다는 근거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한다"라며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은 7~8개월 동안의 누적 임신율이지만,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은 1시술주기 당 임신성공률이다. 평가단위가 다른 두 치료법의 임신성공률을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심각한 비교오류"라고 밝혔다.

김 고문은 한방난임치료의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에 대한 한의계의 기존 주장과 실제 지자체 사업에서의 임신성공률과의 비교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7~8개월 간 누적 임신성공률과 동 기간 시술할 수 있는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의 누적 임신성공률과의 비교 ▲아무런 난임치료를 받지 않은 난임여성에서 자연임신(spontaneous pregnancy)에 의한 누적 임신성공률과 지자체 사업의 누적 임신성공률과의 비교 등을 이번 연구의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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