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다.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요즘은 의사들조차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신경외과 분야를 전공하는 의사다. 일정 기간을 종합병원에서 뇌혈관질환, 뇌종양, 외상 환자를 진료하다가 개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서 척추 분야 및 가벼운 퇴행성 질환을 다루는 그저 작은 도시의 평범한 의사다.
지난 26일 군산에서 열리는 의정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최장락 대의원께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이 함께 모여 협회의 발전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참석한 사람들 상호 친목을 다지려는 취지에 동조한 사람들이 부산 해운대에서 모임 한 것이 계기가 됐고, 새해에 군산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행사는 군산시 의사회 엄철 전라북도 대의원회 부의장께서 오랜 시간 준비를 했다. 아내는 친구와의 모임을 위해 부산으로, 딸은 친구와 함께 중국 상해에, 나는 군산 포럼 참석차 태어나 처음으로 군산으로 향했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 바삐 움직였다.
출발 전 지도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도로망이 잘 발달해 있었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진주로, 그리고 다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수교차로에서 새만금 포항고속도로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완주나들목에서 내려 21번 국도를 타고 군산으로 가는 길을 숙지했다.
오전에 친구이자 신경외과 의사 동료로부터 추간판 탈출증 환자를 보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환자를 데려가라 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환자를 보내주는 동문수학한 친구가 옆에 있어 항상 마음이 든든했다.
토요일 업무가 모두 끝나고 집에서 짐을 챙긴 나는 설레는 마음을 품고 길을 재촉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한참을 달리다 터널 너머로 마이산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방문한 이후 다시 한 번 처음으로 보는 마이산의 풍경을 보기 위해 마이산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멀리 바라보이는 마이산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저장했다. 볼 때마다 신기한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깥 날씨는 생각보다 찼다. 역시 지대가 높아서인지 기온이 더욱 내려가 있었다.
완주나들목을 나와 국도에서 군산으로 가는 방향을 잡고 열심히 달려 옥산교차로를 거쳐 나는 숙소인 에이본 호텔에 도착해 방에 들어갔다. 방에서 내려다본 군산의 풍경이 아기자기했다.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르치고 있다. 나른함과 출출함이 같이 밀려왔다. 잠시 고민을 하다 고속버스 터미널 주변에 있는 국밥집을 찾았다.
아무래도 저녁을 늦게 주겠지 생각하면서 국밥과 더불어 소주 한 병을 함께 시켰다. 가벼운 입가심과 여행이 주는 낮술의 묘미를 동시에 즐기는 방안을 택했다. 가게는 조용했지만 내가 가게를 떠날 때는 제법 많은 손님이 차가운 몸을 녹이며 따뜻한 국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호텔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안부를 나누다 보니 금세 군산 횟집에 도착했다. 군산횟집은 군산과 반대편을 연결하는 다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여러분들과 함께 인사를 했다.
엄철 준비위원장을 통해 송병주 대의원 사회로 의정포럼의 시작을 선포하고 이어진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 축사에서 군산은 ‘군자가 산처럼 많다’고 좋은 덕담을 하시면서 비난은 자제하고 건전한 비판의 장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 회장께서 군산의 수덕산과 전북 의료계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어 각 참석자의 간단한 소개 인사를 진행했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대의원으로서 본연의 의무인 감시기능에 더욱 충실히 하고자 한다는 발언을 했다. 회의는 준비된 회와 다양한 음식을 곁들여 먹으면서 김영진 감사와 여러분들이 협찬한 맛있는 술을 나누어 마셨다. 최장락 대의원이 좌장을 맡아 행사를 주관했다. 집중 주제 발표 후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 제시를 통해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는 과정이 연출됐다.
열린 토론은 어느덧 막바지로 향했고 보람차고 의미 있는 포럼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주변을 정리하고 다음 행사를 위해 차를 타려다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다. 밖으로 나오니 한기가 몸을 덮쳤다. 꽤 쌀쌀한 기온이 한 모금 마신 술을 단번에 깨웠다.
버스로 이동해 수제 맥주가 유명한 곳으로 이동했다. 모두 각자의 취향에 따라 맥주를 주문하고 소시지를 먹으면서 이날 회식의 중요한 순서인 은상용 이사의 대금연주를 직접 듣는 시간을 가졌다.
대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취해 잠시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오로지 소리가 주는 아름다움에 이끌려봤다. 시끌벅적하게 술잔이 오가고 여러 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소재로 많은 담소를 나누고 단체로 기념촬영을 했다. 열정으로 가득한 밤의 열기는 늦도록 이어지며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을 모두에게 선사했다.
‘뜨거운 청춘이여! 아직도 넘치는 열정으로 남은 인생의 바퀴를 힘차게 돌려보자! 참석하신 모든 포럼 회원님 사랑합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조식을 먹고 함께 모여 선유도 유람선을 타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다. 꾸벅꾸벅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곧게 뻔은 새만금 간척지를 지나 고군산열도를 배로 돌아보기 위해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기다렸다.
다행히 아침 날씨는 전날보다 많이 누그러졌고 배를 타고 여행을 할 만했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니 크고 작은 섬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아마도 아기자기한 많은 섬이 모여 있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 왜 고군산열도라 불리는지 쉽게 이해가 됐다.
이윽고 출발 시간이 되어 모두가 배를 탔다. 배 안에는 금일 행사를 북돋워 줄 걸출한 품바가 사회를 봤다. 그 이름도 거창했다. ‘현찰’ 아마도 가수 현철을 빗대면서도 자신의 바람인 많은 돈벌이가 되고 웃음을 주는 이름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했다. 머릿속에 쉽게 각인되는 이름이 좋았다. 어제부터 열심히 뒤에서 부지런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군산시의사회에서 또 거한 안주를 준비해 아침부터 전통가요를 들으며 병어회와 우럭회를 안주 삼아 조찬 소주 모임을 시작했다.
각자 배 위에서 주변의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모여서 열심히 토론하고 다음 날 이렇게 함께 여행하면서 부담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참 좋았다. 공통의 주제가 아니어도 공통의 생각이 아니어도 모두 다 같이 함께 열린 마음으로 여행을 함께하니 이것이 진정한 동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는 고군산열도를 한 바퀴 돌아 선착장에 도착했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점심 장소로 이동했다. 따뜻한 바지락 칼국수와 곁들여 먹는 바지락 무침의 여유를 만끽하며 다가올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제는 이별의 시간이다. 칼국수집 앞의 촬영을 마지막 일정으로 엄철 준비위원장께서 준비한 군산의 명물 이성당 빵집의 빵을 선물로 한 아름 받아든 채 그렇게 아쉬운 군산에서 포럼행사는 끝이 났다.
아디오스! 군산, 찬란하게 빛나라! 행사를 준비한 군산시 의사회와 준비위원장을 맡아 행사의 시작과 끝까지 책임감 있게 준비하신 엄철 대의원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이 모든 것에 함께 참석해 어울린 포럼 회원들과 더불어 기뻐하며 이 글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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