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 감정인들 "역학조사, 사망원인 단정할 수 없어…법적근거 채택에 한계"(종합)

변호인들,소아감염학회 의견서 제출 "손 오염에 따른 시트로박터균 감염 사망원인 규정 불가"

남은 공판, 질본의 모든 유전자검사 결과 확인…복지부·심평원·경찰 수사관 등 증인신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사건 증인신문에서 검사와 변호사 측 감정인들이 공통적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만으로 사망원인을 단정짓기 어렵다. 역학조사는 법적 근거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감정인들은 5월 대한소아감염학회가 대한의학회에 제출했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에 대한 의견서에서 “간호사 손 오염에 따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이라는 사망 원인은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내용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소아감염학회의 의견서를 추가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합의부는 20일 소아감염 전문가들을 상대로 감정을 진행한 다음 감정인 증인신문을 벌였다. 두 감정인 모두 역학조사만으로는 결과를 단정할 수 없으며 다양한 사망원인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10시 53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졌다. 피고인인 의료진 7명(교수2, 전공의, 수간호사, 간호사 3)은 지질영양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에 따른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역학보고서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보고서를 근거로 4월 4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이 중 의료진 3명(교수 2, 수간호사)은 구속됐다가 풀려났다.  

검사·변호사 측 감정인 모두 역학조사로 법적 판단 어려워 

검사 측 감정인인 대한소아감염학회 전문가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역학조사의 한계라면 굉장히 예외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추정했던 부분을 그대로 단정하고 역학조사를 마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중에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는 경우가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인은 “처음에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대개 모호하고 사유를 밝히지 못하곤 한다.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지기도 한다. 처음에 봤던 원인과 전혀 다른데서 원인이 나오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그렇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올해 5월 이뤄진 “신생아의 사망 원인은 스모프리피드의 분주 당시 오염만으로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소아감염학회 차원의 자문결과를 제시하면서 이를 동의하는지 물었다. 증인은 “그렇다.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긴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증인은 “역학적인 조사를 하면 역학의 목적 자체는 재발 방지와 예방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할 필요는 없다. 논리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가설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준다”라며 “역학조사는 법적 근거 자체로 채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변호사 측 감정인인 연세의대 소아청소년과 김동수 교수도 “역학조사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간호사 손 오염에 따른 스모프리피드 오염에 따른 시트로박터균 감염이라는 근거가 불충분하다. 이를 단정지을 수 없다”라고 했다. 

환경이나 제품 오염 등 사망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 

그렇다면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은 어디서 추정해야 할까. 

검사측 증인은 변호인들의 주장인 주사제 투여와 관련한 모든 단계에서 오염이 될 가능성에 동의했다. 증인은 “주사기, 수액줄 등 모든 관련 제품의 제조나 유통 과정에서 무균상태여야 하지만 균이 들어갔을 수 있다. 이런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인은 “오전에 투약했던 환아 5명 중 1명은 생존했다는 것을 보면 영양제 자체의 원인이 아닐 수 있다. 이미 전부터 시트로박터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에서의 오염 문제를 언급했다. 증인은 “병원 감염관리실이 평소 감염교육을 담당하고 감염관리를 하지만 병원의 감염률을 완전히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 감염을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감염을 예방하고 준비하는 차원이다. 병원에 불가항력적인 균이 많다”라고 했다. 

증인은 "성인 중환자실을 예로 들면 각종 장비의 줄이 꽂혀있고 약도 많이 투여된다. 환자가 누워서 변을 보고 식사를 하면서 간호사들이 치우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 환자 한명이 항생제 내성을 가졌다면 손이나 어떤 경로를 통해서 묻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사실 하나하나 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어떤 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증인은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도 앰플을 넣고 주사기를 집어넣다 뺀다거나 사람이 핸들링(handling)하는 과정이 많다. 이럴수록 감염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시린지 안에 주사액이 들어있는 제품이 나오는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 측 증인은 “스모프리피드보다 다른 오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체가 폐기물통에서 수거됐던 것을 감안하면 폐기물통에서 같은 오염원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증인은 “만약 간호사 손 오염에 따른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의한 문제라면 이미 그 전에 문제된 적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그동안 이대목동병원은 감염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한 증인은 검사로부터 질의된 2016년 2월부터 신규 간호사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사실에 대해 “그랬다면 당시부터 문제가 생겼어야 하지만 그 때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인은 "한 환아는 기저질환으로 기관이형성증이 있었고 시트로박터균 이전부터 패혈증이 나타났다"라며 "다른 한 환아의 사망원인은 패혈증이 아니라 폐출혈로 보였다"고 말했다. 

낮은 감염수가 다인실 환경, 감염에 투자하지 못하는 정책 아쉬움  

증인들은 오염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나 지질영양제를 분주하는 등의 관행은 개선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검사측 증인은 “감염은 관리하면 할수록 감염사고가 줄긴 줄어들지만 한계가 있다. 감염관리를 위한 노력만큼 감염을 관리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관련 학회가 만들어지고 정부 지원도 생기는 등 음지에 있던 것을 양지로 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증인은 “일반인에게 병원의 감염 문제가 드러날수록 더 치부를 드러내는 꼴이다. 하지만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감염을 완전히 없애긴 어렵다. 현재 병원들의 감염관리 상황은 선진국 수준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증인은 “병원이 감염 관리 환경을 개선할 수 있지만, (정책적으로)개선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병원은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다. 민간이 운영하더라도 전부 건강보험 수가에 따라 운영한다. 그러다 보면 망하는 병원도 있고 돈을 버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증인은 “감염 관리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다인실이 없어지고 모두 1인실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료를 이용하는 환자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오히려 다인실을 늘리면서 반대로 가는 정책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들은) 감염관리와 환자 안전 측면에서 뒤로 간다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병실료 차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 급여화가 시행되고 있다. 

증인은 “병원의 감염관리 부분은 국가 정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많다”라며 “1인실이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인실을 늘리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변호인 측 증인 역시 “감염 관리가 병원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 (법정에서)돈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우리나라 수가가 너무 낮다.  특히 감염관리 수가가 낮다“라고 했다. 

증인은 “병원의 감염관리가 필요하지만 감염관리 정책을 바탕으로 보험수가가 책정된다. 수가가 낮다 보니 병원이 감염관리에 투입하지 못하는 여건 등이 작용해서 (국내 병원들이) 감염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시설과 인력기준을 충족할 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감염예방관리료는 1등급 2380원과 2등급 1950원이며, 일반병원은 1등급 2870원과 2등급 2420원의 수가가 책정돼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놓고 거의 유사 vs 전혀 달라 의견 엇갈려 

다만 두 감정인은 유전자 지문 일치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검사측 증인은 전문가 진술을 토대로 변호인들이 주장한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 지문 불일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증인은 “PFGE 검사에서 균 자체가 같은데 패턴이 다를 수 있다. 유전자 지문의 일치 여부로만 균 자체를 판단하긴 어렵다. 유전자 전장 검사를 하더라도 유전자형은 100% 일치할 수가 없다"라며 "이번 유전자 검사의 패턴은 거의 유사하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반면 변호사측 증인은 “유전자 지문은 4명 중 2명만 같고 나머지 2명은 다르다. 다른 것이 확실하다”라며 “유전자 검사 연구를 15년간 해왔다. 유전자 지문에서 유사하더라도 정확한 유래(오염의 출처)인지를 알려면 유전자 전장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인은 질본 관계자의 증인신문 당시 제출했던 선명한 화질의 유전자 지문 화면을 보고 “감정을 할 때 받았던 유전자 자료와 전혀 다르다. 현재 자료 화면은 3명의 유전자 지문이 완전히 일치한다”라며 “하지만 실험 방법이 잘못됐다. 비교를 하는 환아 4명의 유전자 지문을 나란히 배치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판사는 질본의 유전자 검사 일지와 기록, 유전자 PFGE 검사, 유전자 전장 검사 자료 등 모든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변호인들은 다음 공판에 지질영양제의 분주 관행을 유도하고 분주를 하지 않으면 삭감을 했는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사실조회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무과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다. 변호인들은 이대목동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인증하고(현재 탈락 중) 관리·감독에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밖에 병원 내부 시스템을 증언할 수 있는 이대목동병원 전공의와 특수간호과장이 증인 신청도 받아들여졌다. 전공의가 간호사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앞으로 사실조회를 하기로 했다. 변호인들이 신청한 증인은 전부 4명이다. 

검사측 증인 중에서 변호인들이 동시에 신청한 증인은 경찰 수사관, 소아감염 전문가 등 9명이다. 이번 사건의 다음 증인신문은 1월 9일, 15일, 16일  등 3일에 걸쳐 총 13명을 상대로 이뤄진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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