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교협 "공공의대 설립 반대, 공공의료용 의사 만들기는 교육 무시 행위"

좋은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공공의료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사진 : 의협 최대집 회장, 의학교육평가원 김영창 원장, 의교협 장성구 회장, 기초의학협의회 최명식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설립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22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의교협은 이날 오후 2시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협의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공공보건의료의 강화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명분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의교협은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교육의 본질을 모르고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4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의료 공백 발생과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을 이유로 전라북도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 서남의대 정원인 49명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졸업 후 배정된 공공의료기관으로 돌아가 일정기간 복무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육비용 등은 국가가 지원한다.
 
의교협회장이자 대한의학회장인 장성구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의 명분으로 제시한 의료 인력의 공급 확대가 의료 취약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지난 수십년 동안 누적된 공공의료의 제반 문제들은 현재의 지방 의료 황폐화를 초래했다.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을 서두르기보다는 공공의료 취약성의 원인 파악과 해결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의학교육기관의 설립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부실한 의학교육의 피해가 학생 자신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비롯한 사회에서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는 서남의대 폐교 사태를 통해서 경험했다"며 "천문학적인 국가재원이 투입되는 공공의대의 성급한 설립보다는 먼저 양질의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고, 그 안에서 배출되는 의사들에게 공공의료에 대한 소명의식을 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료만을 위한 차별화된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의학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우려스럽다"며 "지금 사회는 다각화되고 전문화됐다. 빗나간 지역경제 활성화 주장과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성급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교육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 회장은 사실상 우리나라 의료는 전국민이 의료보험 체제하에서 진료가 이뤄지고 있어 이것 자체가 공공의료이며, 특별한 목적에 따라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위험하다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에 가기 위해 공공의료용 의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교육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공공의료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의사들이 볼 때 취약한 공공의료라고 하면 화상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한민국을 돌아다녀봐도 화상환자가 치료받을 곳이 한강성심병원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화상센터가 전국에 없는지, 하나 있는 센터도 왜 허덕이고 있는지 등을 봐야 한다"며 "이는 경영사의 문제이며, 종사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정부 발표와 관련해 입장발표가 늦어진 점은 13개 단체가 모인 의교협의 목소리를 하나로 아우르는데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며 "더불어 아직 구체적인 법률안이 발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원칙적인 입장은 밝혀야 한다. 정부가 추진한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의대졸업생은 한 해 3천명 이상이 배출된다. 49명의 인원을 정부의 주장대로 공공의료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이 걸리며, 지원금액도 지난 2016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이정현 의원에 따르면,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알 것이다. 해당 정책은 선심성 지역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교협은 기존 의대의 경우 의무적으로 평가인증을 받고 있으나 신설되는 의대에 대한 평가인증제도는 없다며, 의학교육기관 설립 초기부터 부실 교육을 방지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되는 평가인증제도 도입과 함께 법제화도 필요하다"며 "의교협은 10년 이내에 닥쳐올 제4차 산업 혁명의 격변 속에 미래 대한민국 의학과 의료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모든 교육자의 마음을 담아 정부에 건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기초의학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국립대학병원장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구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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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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