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의원, 21대 국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재추진...심기 불편한 의료계

보험업계 "실손보험 미청구 소비자 편의를 위해 필요"...의협 “보험계약과 무관한 의료계의 서류 제출 부당"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최근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두고 의료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 변형규 보험이사는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 소비자 단체,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며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관련 법령을 정비해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금 미청구 비율 47.5% 달해...소비자들 당연한 권리 포기”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20대 국회에 이어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험가입자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은 보험회사에 서류가 아닌 전자적 형태로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송하도록 했다. 

또한 요양기관이 보험회사로 전송할 서류 종류와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전송서류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전 의원은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의료비를 보상하는 대표적인 민영의료보험”이라며 “그러나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불편함으로 인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충분히, 편리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급서류 확인부터 서류제출과 심사과정까지 감안하면 최소 5단계 절차를 거쳐야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며 “2018년 12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한국갤럽을 통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이 47.5%에 달했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윤영미 공동대표도 “실손보험 가입자 10명 중 7명 꼴로 청구절차가 불편해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며 “의사협회는 언제까지 반대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 소비자들도 개인정보 유출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고 동의하지 않은 정보가 보험사로 가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며 “의료기관 면칙 조항은 충분히 검토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민간 보험사 이익 위한 법안...철회돼야”

변형규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 이사는 ▲보험계약과 무관한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 주체가 되는 부당성 ▲불필요한 행정 규제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 ▲중계기관 위탁 포괄적 위임 문제 ▲의사와 환자 간 불신 조장 등 5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변 이사는 “의료기관은 해당 보험계약의 당사자도 아니고 무관하다”며 “보험 계약에 따라 진료를 받은 후 보험금을 청구할 때 그에 대한 자료 수집, 근거 확보 의무는 보험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보험금 지급을 위한 서류 의무를 의료기관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타인의 환자 기록 열람, 사본 확인을 허락하고 있으나 이는 건강보험 등 가입이 강제된 공적 보험에 국한한다. 실손보험과 같은 사적보험에는 허용이 안 돼 의료법과 상충하는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환자 정보 유출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의료기관 면칙 조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 이사는 “환자 진료기록은 민감하고 예민한 개인정보”라며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가 유출돼 책임 관련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기관 면칙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 이사는 “개정안은 중계기관 포괄적 위임에 따른 입법적 오류가 있다. 또한 의사, 환자 간 불신을 조장하고 심화시킬 수 있다. 환자 정보를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할 경우 최초로 정보를 제공한 의료기관을 비난할 것”이라며 “보험사가 아닌 의료기관을 비난함으로써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령 정비 필요”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은 법령으로 규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의료계가 가장 의심하고 우려하는 것이 환자 개인정보 유출과 요양기관 업무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라며 “진료기록 송부, 개인정보 보호 부분은 법령으로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에 해당하는 환자의 개인정보는 해당 실손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법령에 규정을 만들면 된다”며 “추후 이를 이유로 소비자의 보험가입 거절이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령으로 제한하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보험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전문심사기관인 심평원에 위탁하거나 보험사들이 연합해 민간 의료심사기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며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실손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소비자 편익이 제고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송을 요청한 피보험자의 표준전자문서만 전송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며 “수익자인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피보험자임을 통지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보험중계센터가 시스템을 관리하고 종이서류 발급을 전자 발급으로 대체하므로 요양기관 업무 부담이 경감된다”며 “심평원 전산망을 이용하고 업무 기능은 보험중계센터가 수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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