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체계 개편 방향, 낮은 질 높은 의료비 병의원은 덜 주고 높은 질 낮은 의료비 병의원은 자율심사로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 동료의사 심사 활성화·시민 눈높이에서 건보제도 지속가능성 등 강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범사업을 거쳐 추진하려는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안의 핵심은 ‘자율과 책임 기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심사평가제도 운영의 공동 책임을 더욱 강조한다는 것이다.  

심사평가체계 개편방향의 핵심은 7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동료심사체계 활성화, 둘째 프로파일링 지표를 활용한 주제별 분석심사체계 구축, 셋째 진료비 자율심사제(상급종합병원) 단계적 추진, 넷째 심사 그린카드제(종합병원 이하) 단계적 도입, 다섯째 평가 항목 연동형 가치 기반 심사 확대, 여섯째 참여형 급여 기준 및 심사 기준 개선 협의체 운영, 일곱째 미래지향형 진료비 명세서 개편 등이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6월 보건복지포럼 ‘건강보험 심사·평가제도의 현황과 개편 방안’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심평원으로부터 심사평가체계 개편방향의 연구용역을 맡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윤 교수가 지적한 현재 심사평가체계의 문제점을 보면 심사체계에서는 일관성·전문성·투명성 등이 부족하다. 평가체계는 전문성 부족, 종합적 관리 전략 부재, 평가 시스템의 중복 문제 등이 있다. 

다수의 전문가 참여하는 동료심사체계 활성화 

윤 교수는 우선 2017년 8월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이후 심사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 교수는 "비록 초기 단계에는 예비급여 항목에 대해 심사 및 적정성 평가 체계를 세밀하게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적용 항목이 늘면 현재보다 특히 심사 영역이 확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심사체계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동료심사체계 활성화를 꼽았다. 윤 교수는 “일부가 아니라 다수의 집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전을 만들어 합의체계에 바탕을 두면 해결의 단초가 보일 수 있다. 일관성과 전문성은 일부의 전문가가 참여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관련된 전문 이해당사자 다수가 참여하면 해결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추적 관리 지표인 프로파일링 지표(CT 사용률 등)를 합의 기반으로 개발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계 아닌 일반 시민 눈높이에서 맞춰야 

윤 교수는 심사 투명성 문제에 대해 심사 기준 문제와 직결돼있으며, 일반 시민의 눈높이와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심사체계 관련 자문회의에 참여해 보면 일부 전문가 집단이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라며 소비자나 시민단체 관계자를 제외하고 보험자와 의료계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요양비용의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정책도구인 심사체계 역시 정책의 눈높이는 일반 시민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중환자실 특정 환자에게 MRI 촬영을 하루 1회로 제한하는 건강보험 심사 기준을 예로 들었다. 윤 교수는 “하루 2회를 넘어서면 그동안에는 기준 초과가 돼서 요양기관에서 비급여로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관행이 있었다. 요양기관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당사자인 건강보험 가입자들도 보장성을 확대해 달라고 문제제기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런 문제 판단의 대전제는 건강보험제도, 특히 재정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라는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심사 기준 결정 과정을 전문가 집단뿐 아니라 국민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심사 삭감 조정률 평가에 반영해 진료비 자율심사제 확대  

심사평가체계를 개편해도 현재의 심사 청구 물량으로는 물리적으로 전수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가 남아있다. 심평원 조사결과, 2010~2017년 건강보험 청구건수는 약 13억건에서 15억 건으로 약 2억건이 증가했다. 심평원이 설립된 2000년 당시 심사 결정 건수는 약 4억 3000만건이었고 심사 결정금액은 14조원 규모였지만, 17년 사이 청구 건수는 약 3.5배, 심사 결정 금액은 5.4배 증가했다. 

윤 교수는 "심사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심평원 조직도 약 3배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심사 업무에 투입되기보다는 주로 수가 개발 등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발과 적용 분야에 투입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일정 기간 청구 과정에서 중대한 삭감 조정 등이 없었던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해 볼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인정평가 기준에서부터 심사 삭감 조정률 등을 적용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진료비 자율심사제를 확대하고, 종합병원 등은 일부 항목등을 중심으로 심사 그린카드제(자율심사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질은 낮으면서 비용을 많이 쓰는 요양기관에 가감지급 

평가체계의 경우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평가 시스템의 중복은 정부가 새롭게 구상하는 ‘의료평가패널’ 운영 등을 통해 해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진료비 명세서에 정보를 추가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꼽았다. 

윤 교수는 “전문성 부족 문제의 근원에는 진료비 명세서 기반 데이터베이스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보다 정확한 심사·평가를 위해 명세서에 추가 가능한 정보를 포함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긴 호흡으로 미래지향형으로 정리해 갈 문제”라고 했다. 
 
윤교수는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통해 평가항목 연동형 가치기반 심사로의 이행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관리 전략 부재 문제는 평가 영역 독자적으로 풀 것이 아니라 평가와 심사 영역의 연동을 확대해야 한다. 한 축에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놓고 다른 축에는 의료비용을 설정해 4사분면을 그리면 필연적으로 질은 낮으면서 비용은 많이 쓰는 4사분면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이 나타날 것”으로 밝혔다. 

윤 교수는 “해당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심사체계 및 가감지급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질도 우수하고 비용은 적절한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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