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과 의료법

현두륜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고대의대는 최근 첫 임상실습에 임하는 의학과 3학년생들에게 흰 가운을 처음으로 입혀주는 화이트코트 세리머니(White Coat Ceremony)를 열었다. 사진: 고대의대 제공

울산의대 본과 3학년인 필자는 2주간 메디게이트에서 특성화실습을 하고 있는데, 지난 10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2017 병원경영과 의료정책 방향’ 연수교육을 메디게이트뉴스 기자와 동행 취재했다.
 
연수 프로그램 중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가 강의한 ‘최근 의료 관련 입법 현황 및 향후 입법 전망’을 가장 관심 있게 들었다.
 
강의 중 의대생으로서 눈이 번쩍 뜨이게 한 것은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이다.
 
개정된 의료법을 보면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인 및 전공 분야 관련 실습을 위해 의료행위를 행하는 학생에게 그 신분을 나타낼 수 있는 명찰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시정명령을 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을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4조 제5항 신설).
 
이 조항은 2016년 5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하고 있는 본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었다. 물론 내가 다니는 의대에서도 학생들이 실습할 때에는 명찰을 달라고 당부하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 법을 위반하는 일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아침에 급하게 서두르다가 명찰 차는 것을 깜빡 잊고 실습에 임했던 기억이 선명히 떠오르며 아찔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심코 했던 행동이 법을 어긴 게 되고, 그로 인해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내 행동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은 경각심을 갖게 한다.
 
현두륜 변호사는 지난해 6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 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하여서는 아니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2조 제3항 신설)'.
 
의료인에 대한 폭행 및 협박을 처벌하는 별도의 의료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법이 아닌 형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고 있었다. 의료법이 개정됨에 따라 응급실 뿐만 아니라 진료실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를 법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진료를 받는 사람 또한 그 대상에 포함된 것에서 법안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형법상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협박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외에도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인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일으킬 경우 면허 취소 및 형사처벌 ▲의료인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가 업무상 알게 된 정보 누설 금지 ▲의사, 치과의과 또는 한의사가 환자 및 보호자에게 설명의 의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도 제정됐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공중보건의가 근무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면 공중보건의사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제36조의2 신설)'.
 
이는 공보의의 의료기관 아르바이트에 대한 내용이다. 이전의 법에서는 고용된 공보의만 처벌 받았지만, 개정법에선 이를 고용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이 공보의의 야간 불법 진료 아르바이트를 더욱 근절시킬 것으로 생각되지만, 전체 공무원이 아닌 공보의를 대상으로만 이런 법률이 제정된 것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의대생은 아직 의료인 신분이 아니기에 의료법의 주체로 자주 등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예비 의료인이 아닌 진짜 의료인이 되어 실제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순간을 머지않아 맞게 된다. 그땐 무수히 많은 의료법의 실제 적용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대 교육과정에서 의료 관련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의사국가고시 시험에서도 '보건의약 관계법규'라는 과목으로 전체 360문항 중 20문항이 출제되고 있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보건의료 관련법규가 국가고시 시험에 항상 출제되는 내용이기에 이를 무시하고 전혀 공부하지 않는 학생은 소수일 것이다.
 
의료법을 공부하는 이유가 시험 준비를 위한 것이라 해도 학생들이 의료법에 관심을 갖도록 할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가고시에 법규 문항이 출제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의료법이 앞으로 의대생들이 맞닥뜨릴 실제적 문제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의대 교과과정에서 비중 있게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울산의대 #의료법 #현두륜 #메디게이트뉴스

인턴기자 정성수(울산의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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