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이대목동병원 사건, 유전자 전장 검사(WGS)'했지만 연구 목적이라 공개 불가" (종합)
질본 "전장 검사 결과 시트로박터균 유전자 99.9%일치…역학조사 아닌 내부 연구 목적
판사 "근거자료 있어야…전장 검사 결과 제출하고 PFGE검사 원본도 제출할 것" 촉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이 이대목동병원 사건 공판 증인신문에서 “역학검사를 위한 유전자 전장 검사(Whole Genome Sequencing, WHS)는 없다. 하지만 연구 목적으로 유전자 전장 검사를 했다”라며 “이는 내부적으로 연구 결과 등을 쌓기 위한 것이며 단 한번도 외부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이를 공개하려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환아들 사이에 검출된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 전장검사 결과가 99.9% 일치한다고 (질본의 역학조사관에게) 말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 변호인은 “유전자 전장 검사를 공개하지 않으면 질본의 유전자 지문 검사 등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이는 공통된 시트로박터 오염원이라는 사망 원인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제3의 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를 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질본에 “유전자 전장 검사를 공개해달라. 또한 유전자 검사 원본 CD를 제출해달라”라며 “질본은 자료제출을 독촉해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 1월까지 신문을 마치고 판결을 하려면 자료제출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는 16일 질병관리본부 유전자검사를 진행한 연구원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증인신문을 벌였다. 이날 재판부는 질본에 유전자 지문 검사 원본을 제출하고 유전자 전장 검사를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10시 53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졌다. 피고인인 의료진 7명(교수2, 전공의, 수간호사, 간호사 3)은 지질영양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에 따른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역학보고서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보고서를 근거로 4월 4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이 중 의료진 3명(교수 2, 수간호사)은 구속됐다가 풀려난 상태다.
"유전자 전장 검사, 역학조사 아닌 연구 목적…외부 공개한 적 없어"
의료진 변호인들은 질본의 PFGE(Pulsed-Field Gel Electrophoresis) 검사 결과만으로는 시트로박터균이 완전히 일치하는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말 완전히 일치하는지 알려면 유전자 전장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본 역학조사관은 9월 증인신문에서 “유전자 전장 검사가 있고 환아들의 검체에서 추출한 시트로박터균 유전자가 99.9% 일치한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상태다.
이성희 변호사(조 교수와 전공의)는 “질본의 명확한 자료가 없다. 법원에서 유전자 전장 검사를 증거자료로 촉탁했다. 하지만 질본은 역학조사를 위한 전장 검사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9월 증인신문에 출석했던 질본 역학조사관은 전장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전장 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해당 연구원은 “역학조사를 위한 전장 염기서열 결과는 없다. 공식적으로 역학조사를 위한 전장검사를 활용하지 않았다”라며 “역학조사를 위한 유전자 검사는 PFGE 시험법이 기본 지침이고, 전장 염기서열이 표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판사는 “12월 29일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보내졌다. PFGE 실험이 끝난 기준으로 유전자 전장 검사는 며칠 정도 걸렸나”라고 물었다.
연구원은 “(당시로부터) 한달 안에 진행됐다“라며 ”하지만 유전자 전장 검사는 역학조사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내부에서 논의해봐야 한다. 전장 검사를 하는 것은 검사기법의 선진화를 위해 연구 데이터를 쌓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한 전례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판사는 유전자 전장 검사결과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질본 역학조사관은 지난 증인신문에서 3월 22일 이후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연구원으로부터 전장검사상 99.9%가 일치한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증인 본인이 또는 누군가에게 연구 목적으로 한 유전자 전장 검사가 99.9%일치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연구원은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하다가 “그 말을 한 사실이 있다. (전장 검사)결과는 사실 더 놀라웠다”고 했다.
“PFGE, 신뢰할 수 있는 국제 표준 검사법…미국에서도 검사 결과 인정”
질본 연구원은 “PFGE로 유전자 지문을 확인하는 이유는 국제 표준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정되고 감염병 원인을 밝히는 실험법”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PFGE의 단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DNA를 추출해 세포막을 녹이는 등 DNA가 굉장히 많은 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이 관건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판사는 “단점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성은 무엇인가”를 다시 물었다. 연구원은 “좋은 그림으로 보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라며 “다만 검사방법은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로 표준화돼있어서 숙련자와 비숙련자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했다.
연구원은 “PFGE 방식은 미국 CDC(질병예방통제센터)가 공인하고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이다. 유전자 여러개 조각이 나눠지고 전기영동이라는 과정을 통해 유전자 지문이 서로 같거나 다른 것을 판별한다”라고 했다.
연구원은 “PFGE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 82개국이 펄스넷(첨단 병원체 유전자지문 추적 시스템, Pulsenet)으로 연결돼 있다”라며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표준마커를 가지고 검사하고, 신뢰도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 분석결과 상대변수가 97%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쌍둥이처럼 매우 유사한 단계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시험 결과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논란이 있어서 연구원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펄스넷 미국 책임자에게 해당 자료를 보낸 결과 질본의 의견이 맞다고 했다. 같은 시린지(주사기), 같은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균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이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본인은 프로그램을 분석한 경험은 15~16년정도 되기 때문에 검사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 황적준 교수는 해석은 일부만 보고 오해했다고 생각"
검사는 “(인증 진술서를 작성한 법의학 전문가)고대의대 황적준 교수의 진술서에 따르면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 지문 형태가 상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염원의 감염경로도 다르다고 하고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해당 의견서는 오해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진에서 보면 누가 봐도 육안으로 다르다고 볼만한 것은 없다. 황 교수가 만약 이 결과를 직접 봤다면 유전자 조각 하나의 차이라고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지문 하나만 차이가 있었고 시트로박터균들의 유전자가 매우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했다.
연구원은 “시트로박터균의 표준마커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랐다"라며 “이런 해석은 일반적인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서술하기 위해 전체 검사의 결과만 내놨을 뿐이다”라고 했다.
연구원은 "PFGE 방식은 표준화돼있다. 누가 검사를 하던지 간에 프로그램을 통해 검사결과가 같다. 지금 검체를 다시 검사해도 같은 검사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황적준 교수의 진술에선 PFGE 단점을 보완한 최신 텐오버(Tenover) 검사법 등을 도입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아직 연구기간을 많이 쌓아야 하는 과제가 있고, 공식적으로는 세계 표준인 PFGE 검사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성희 변호사는 “무선통신 5G가 나왔는데 세계 표준은 아직 여기에 따르지 않고 있다고 이해해도 되는가”라고 했고 연구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전기영동 시간 달랐지만 기계 오류에 불과했을 뿐"
의료진 변호인은 PFGE 검사 지침과 실제 검사에서 전기영동에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영동이란 전장의 방향을 변화시켜 거대 분자량의 DNA 분리를 위해 사용되는 검사 방법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표준 지침에 전기영동에 걸리는 시간이 17~20시간으로 돼있다. 하지만 질본은 이보다 적은 16시간동안 전기영동을 한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보통 14~18시간에서 시행한다. 전기영동 시간은 일정 DNA를 추출해 냈다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DNA 표준을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지,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검사는 “14시간이 있는데 기계라고 적혀있다 기계에 문제가 있었나”라고 질의했다. 연구원은 “기계에 문제가 있었다. 14시간 전기영동은 중단된 것이고 이 기록은 뺐다. 기록상 남겨둔 것은 16~18시간이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손에서 오염됐더라도 포도상구균과 시트로박터균이 서로 동시에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연구원은 “포도상구균과 시트로박터균이 손에 같이 오염돼서 주사기나 사람의 신체 부위로 오염됐다면 균이 배양되는 과정에서 우월한 균이 더 많이 남고 우월하지 않은 균은 없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시트로박터균은 5주간 자연건조 상태에서 생존한는 논문을 보고 이를 알 수 있거나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지질영양제가 투여된 신생아 4명의 정맥과 팁에서 3명에서 시트로박터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PFGE지문 검사 원본 제출하고 전장검사 결과도 제출하라"
피고인 박모 교수는 “유전자 지문이 검사결과 표를 보면 4명 환아 중에 1명이 처음부터 없다가 5번째에 없다가 갑자기 등장한다. 그리고 그림을 보면 제대로 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일부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확대하면 유전자 지문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질본은 이를 다르게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사진이 너무 작거나 흐릿하고, 각각 제출한 자료들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있어 제대로 판별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원은 “확대가 아니라 원본을 제출하면 해결된다”라며 "원본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판사는 "검사결과 원본을 흑백이 아닌 칼라가 있다면 모든 원본을 CD로 보내달라. 재판 진행이 너무 힘들다”라며 “질본은 자료 제출을 독촉해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해달라”고 했다. 판사는 “자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1월말까지 판결을 하기 어렵다. 자료 제출을 2~3주 안에 책임지고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질본이 PFGE 검사 원본을 제출하고 유전자 전장 검사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다음 증인신문은 20일 검사측 증인으로 신청된 대한소아감염학회 교수와 전문가 증인으로 나섰다가 감정인으로 지목됐던 연세의대 소아청소년과 김동수 교수의 증인 신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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