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So many men, so many kind #2.

"의사가 딱 들으면 딱 맞춰야 하는거 아녀? 난 돈 못내야..."



So many men, so many kind #2.

에효...

" 근디 그러고낭께 그담부터는 이 아래가 묵직~허고..."

' 아... pelvic floor syndrome이나 rectal prolapse? '

" 아... 항문으로 뭐가 튀어 나와요? "

" 아니, 내 말을 좀 들어보랑께... "

" ...... "

" 그려서 내가 산부인과를 갔는디, 
산부인과에서는 아래가 쳐졌다고 아래를 뭣을 쪼여줘야 헌다고
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디, 뭔 돈이 몇십만원이 든다고 헝께...
뭐가 그렇게 비싸댜... 그게 원래 그렇게 비싼거여? "

" 산부인과 수술은 제가 잘 모르구요... "

" 뭔 도둑놈들이여... 뭐가 그렇게 비싸...
내가 잘 모른다고 어거지로 바가지 씌울라고... "

" 그래서, 그러니까 외과는 왜 오셨는데요? "

" 산부인과에서 가보라 하던디? "

" 왜요? "

" 그야 난 모르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들어보라며... 뭘 들어보라는거냐...ㅠㅠ



" 근디 그건 왜 그런거여? "

" 뭐가요? "

" 아래가 묵직헌거 말여... "

" 아직 저야 모르죠. "

" 몰러? 왜 몰러? "

" 아직 뭐 검사도 안했고 환부를 본것도 아니잖아요. 
산부인과에서는 뭐라고 했는데요? "

" 몰러. "

" 왜 몰라요? 수술 하자고 했다면서요? "

" 잉. "

" 뭐가 문제가 있으니까 수술하자고 했을거 아니예요? "

" 그라제... "

" 그 문제가 뭔데요? "

" 몰러... 나야 그냥 수술해야 된다니께 그런줄 알지, 
내가 뭐 의사여? "

" ...... "

" 그런건 의사들이 알아야제... 근디 모른다고 해쌌코... "

환자와 더 말을 섞어봤자 내가 얻을 정보가 없어보였다.
chief complaint인 '묵직한 증상' 이외엔 별 도움이 되는 정보가 없으니
그냥 내가 보는 수 밖에...


" 아주머니, 침대위로 올라가셔서 벽보고 옆으로 좀 누워보세요. 항문 검사 좀 할게요. "

환자가 침대로 올라가자 엉덩이를 까고 anoscope(항문경)을
집어 넣었다.

" 어구 어구 어구구... 아퍼엇!! "

" 자, 변 보듯이 쭉 밀어보세요... "

항문경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튀어나오는 것은 환자의 앞쪽이다. 


Uterine prolapse...

rectum(직장)이 다소 밀려나오지만 이게 문제가 아니다.


" 아주머니, 산부인과로 다시 가셔야겠어요. "

" 왜? "

" 자궁탈이라는거예요. 자궁이 밑으로 빠져나오는...
이거는 산부인과에서 수술하셔야 되는 거예요. "

" 산부인과에서는 이리 가라고 혔는디? "

" 이건 외과적인 문제가 아니예요. 
자궁이 밑으로 튀어나오잖아요. 
이건 산부인과에서 수술해야 하는 문제예요. "

" 산부인과에서는 이리 가라고 혔당께... "

" 그건 모르겠구요, 자궁탈 맞으니까 산부인과에서 수술하는게 맞아요. "

" 뭘 또 잘 모른데... "

" 아니, 산부인과에서 왜 외과로 가라고 했는지를 모르겠다구요, 진단명을 모르는게 아니구요... "

" 산부인과에서는 이리 가라고 혔다니깐... "

" 외과 질환이 아니라구요. "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짜증이 섞였다.
길고긴 얘기를 다 들었는데 결국 산부인과라니...




진료를 마치고 환자는 나갔다.



산부인과에서는 왜 외과로 가라고 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아니, 뭔 돈을 내라고 그랴? "

" 진료를 보셨으니까 진료비를 내셔야죠. "

" 뭔지도 모르겠다잖어, 뭔지도 모르면서 돈을 받으면 안되는거 아녀? "

" 원장님이 산부인과적인 문제라고 하셨잖아요. "

" 산부인과에서는 이리 가라고 혔단 말이여... "

" 왜 산부인과에서 우리한테 보냈는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구요, 원장님이 보시니까 자궁이 튀어나와 있으니 산부인과에서 수술하셔야 된다고 하신거구요,
우리 병원에서 진료는 보셨으니 항문경 검사까지 해서
진료비를 내셔야 하는거구요... "

" 아, 몰러... 뭔지도 잘 모른다면서 왜 돈을 받는디야?
의사가 딱 들으면 딱 맞춰야 하는거 아녀? 의사가? 
난 돈 못내야... "

도대체가 말이 안통한다.

" 간호사... 그냥 가시라고 하세요. "

" ...예... 아주머니, 그냥 가시래요... "

한번 째려보더니 환자는 나간다.



나가면서 혼잣말 한마디...

" 쩌그서는 몇십만원 주고 수술허라커고, 여그서는 모른다커고...
딱 보면 알아야제, 뭐여... 의사 맞어? "



캐릭터가 저래서 외과로 가라고 한건가?
근데 왜 하필 외과?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3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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