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주대의료원, 진료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 포기각서 종용

"진료교수로 일하고 싶으면 연가보상비 포기해...재계약 과정에서 불이익 있을 수도"

8일 연가보상비 지급 거절 관련 근로감독 "당사자가 권리 포기했다" 주장할 예정으로 알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현재까지 진료교수로서 받은 지원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연가보상비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둘 중 한 가지만 선택하십시오.” (아주대의료원 보직자) 

아주대의료원이 근로감독을 앞두고 진료교수들을 소집해 ‘연가보상비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원은 법적으로 연가보상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당사자들이 이를 거부해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진료교수들에게 부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며 각서를 본인들에게 전부 되돌려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아주대의료원, 연가보상비 요구하자 진료교수에게 포기 각서 강요   

8일 아주대의료원 교수회에 따르면, 의료원 보직자들은 진료교수를 상대로 지난 4일 한 차례 설명회를 열어 현재까지 지원과 연가보상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연가보상비 포기 각서를 받았다. 연가보상비는 연가를 사용하지 않을 때 받는 수당을 말한다. 

이 때 보직자들은 진료교수들에게 "포기각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재계약 과정에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며 암묵적으로 포기각서 제출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의료원 진료교수는 법적 신분이 전임교원이 아닌 기간제 근로의사로, 매년 또는 3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하고 있다. 

교수회에 따르면 교수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연가보상비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자 교수회는 근로감독 청원이라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아주대의료원은 지난해 12월 대학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임상교수 노조를 출범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원이 아닌 진료교수의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인정했다. 다만 교원인 의사는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 교섭단위 분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주대의료원 임상교수 노조는 별도의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교수회는 교섭단위 분리 인정 과정에서 교원이 아닌 진료교수의 법적지위를 '기간제 근로자'로 확정받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진료교수의 연가보상비 지급을 위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부에 근로감독 청원을 신청했다. 근로감독 청원이란 사업장이 적법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전임교수들에 대해서는 12월 중 민사소송을 통해 연가보상비 지급 의무를 확인할 예정이다. 

아주대의료원 교수회 대의원회 "각서 돌려주고 연가보상비 지급하라"

아주대의료원 교수회 대의원회는 즉각적으로 성명을 통해 “의료원은 진료교수들의 연가보상비 포기각서를 본인에게 전부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교수회는 “의료원은 연가보상비 요구에 이를 지급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근로감독을 통해 의료원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라며 “근로감독이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지자 갑자기 병원장을 포함한 의료원 보직자들이 진료교수를 모아 연가보상비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교수회는 “연가보상비를 받겠다고 하면 현재 진료교수로 받고 있는 지원을 중단하고 촉탁의 신분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연가보상비 포기각서를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교수회는 “의료원은 근로감독 당시 근로감독관이 연가보상비를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할 것을 예상해서 미리 작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료원은 이렇게 받은 포기각서를 근로감독 당시에 제시할 것이다. 법적으로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당사자가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의료원은 저급한 사업주들만 선택하는 방법을 이용해 연가보상비로 지급할 돈을 아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포기각서를 받았다고 해서 연가보상비를 지급해야 할 의무는 변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했다.

교수회는 “의료원 보직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강압적으로 포기시키는 상상하기 힘든 방법을 동원했다. 포기각서를 다시 본인들에게 돌려주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며 “혹시라도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촉탁의와 전임의에게서도 연가보상비 포기각서를 받는 부끄러운 일을 벌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교수회는 “아무리 당연한 권리더라도 이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어렵지만 용기와 단결이  필요하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전임교원 역시 연가보상비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의료원이 학회 지원금과 연가보상비 중 선택하라며 진료교수와 똑같이 포기각서를 강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원에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으며 8일 중 확인을 거쳐 별도의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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