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아주대의료원 진료교수들 미지급 연차수당 7500만원 지급 결정

교수회 "연가보상비 포기 각서 받았지만 효력없어...그런데도 2차 포기각서 또 받아" 지적

"국가인권위원회 추가 진정, 전문의 육아휴직 전무하고 초과근로수당 아닌 자체 당직비 규정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고용노동부가 아주대의료원 근로감독을 통해 '진료교수 48명에게 지급하지 않은 연차휴가 미지급 수당 7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시정조치 결정을 내렸다. 아주대의료원이 진료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받았지만 각서에 대한 효력이 없다는 것이 사실상 입증된 것이다. 이 같은 시정조치가 다른 대학병원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연차수당 미지급 위반사항 시정조치 결정 
 
자료=고용노동부가 아주대의료원에 내린 시정조치 공문 

6일 아주대의료원 교수회에 따르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근로기준법 제43조(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미지급)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시정지시 조치를 내렸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11월 18일 근로감독 청원 대상 사업장(아주대의료원)을 상대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시정지시 조치를 진행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주대의료원은 48명의 진료교수들에게 7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 관계자는 “병원이 시정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병원이 여기에 대해 특별한 문의나 이의제기를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교수회에 따르면 교수들은 2018년 12월부터 연가보상비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자 교수회는 근로감독 청원이라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전임교원이 아닌 진료교수는 근로기준법에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관련기사=아주대의료원, 진료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 포기각서 종용]

이에 아주대의료원 보직자들은 진료교수를 상대로 지난 11월 4일 한 차례 설명회를 열어 현재까지 교수로서의 지원과 연가보상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명목의 사실상 연가보상비 포기 각서를 받았다.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의료원 측에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해당 각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아주대의료원, 진료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 포기 각서   

이런 가운데, 아주대의료원은 이번 근로감독을 앞두고 진료교수들에게 다시 한 번 연가보상비와 관련한 공문을 보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공문은 연가발생일, 연가사용일, 연가보상 추정액 등을 명시한 대신 교원 신분으로서의 혜택인 학회 참가일, 인센티브 지급 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이 공문에 대해 "2차 연가보상비 포기각서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아주대의료원이 진료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려면 근태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진료교수이면서도 교원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하던 것을 박탈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대의료원은 진료교수들에게 “지난 연가보상 관련 설명회에서 교수 개인별로 정리한 연가 및 학회 사용현황을 상세하게 설명 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며 “특별근로감독 요청에 따라 본인의 사용현황을 개인별로 보내드리오니 확인을 거쳐 12월 31일까지 회신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아주대의료원은 “내부 규정에 따라 의대 소속 진료교수에게 교원과 동등한 업무(학생교육과 지도, 학문연구, 환자 진료 업무 등)와 근무행태 및 처우(국내외학회 참석, 질병 휴가, 해외학회 학술지원금, 논문 진료인센티브, 논문게재료, 영어논문교정료 등)를 제공하고 교원으로서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주대의료원은 “최근 진료교수에게 연가보상비 지급을 요구하는 근로감독 청원서가 고용노동부에 제출됨에 따라 11월 18일 특별근로감독을 수검했다. 현재 진료교수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인정할 것인지, 현행과 동일하게 사립학교법상 교원과 차별없는 교원으로 인정할 것인지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아주대의료원은 “고용노동부가 진료교수에게 연가보상비 지급을 명령하면 의료원은 근태관리 및 내부 규정 개정을 통해 연가보상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18년 개인별 연가 발생 및 학회사용일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니 협조해달라”라며 “향후 교육부 및 내부감사에서 연가보상비 및 근태로 인해 임금이 부적절하게 지급된 경우로 판단되면 부당이득금으로 간주돼 환수조치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의료원 측은 이번 근로감독과 2차 각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추가 진정…포기각서, 휴가일수, 당직비, 육아휴직 등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각서 등이 재차 문제되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을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을 신청했던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재성 교수는 교수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진료교수 연가보상비 논쟁은 우리의 주장이 합당하다고 최종 확인됐다. 노동부의 근로감독은 진료교수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시정명령을 제대로 지키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이런 결정이 꼭 기쁜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하는 기관의 운영진이 구성원의 의견을 중시한다면 외부에 판단해달라고 기대지 않아도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라며 “운영진이 더 이상 구성원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했는데, 역시 놀랍게도 진료교수에게 제2차 포기각서를 받았다. 각서문제는 그냥 넘어갈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병원장을 만나 일차 포기 각서를 돌려줄 것을 건의했으나 대답을 받지 못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국가인원위원회는 임금포기각서 외에 휴가일수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다. 제2차 포기각서 문제가 진정에 추가돼야 할 것이다”라며 “특히 전문의는 당직에 대한 보수를 초과근무수당이 아니라 당직비라는 자체 규정으로 지급하고 하는 점과 그동안 육아휴직이 한번도 없었던 점 등을 특별 조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 교수는 2차 포기각서에 대해서도 "진료교수는 근로자이고 교육부와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형적인 협박이다. 기본적으로 교원 대우를 해주려면 사학연금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발령해 사학연금의 대상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진료교수가 휴가원을 내지 않고 휴가를 가고 출퇴근을 마음대로 하거나 학회를 신고없이 갈 수 없다. 외래 시작시간도 전산으로 체크하고 인센티브에 반영하고 있다"라며 "진료교수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라는 요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포기각서를 받는 것은 내부 단속용 겁주기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전임교원의 연가보상비 지급을 위한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노 교수는 “이 소송은 연가보상비 지급 여부가 아니라 공무원 규정과 근로기준법중 어느것을 준용할 것인지가 논점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2020년 안에는 결론이 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이번 재판으로 교수들이 수년간의 연가보상비를 지급받기 때문에 꽤 큰 금액을 받게 될 것이다. 재판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교수들도 판결이 나는대로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노동조합과 관련해서도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이번 행정소송은 의사로서 일반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을 만들게 해달라는 것이다”라며 “교원노조법은 교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이고 의대 임상교수에게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길겠지만 긴 호흡으로 보고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4월이 되면 교원노조법의 위헌조항이 사문화되기 때문에 새로운 교원노조법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대학교원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서울대, 원광대 등이 교수노동조합을 결성했다. 4월이 되면 우리도 의대교수 노조를 출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2020년은 처음 공유했던 이상처럼 환자와 치료자에게 모두 안전하고 즐겁고 충성할 만한 기관을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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