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해산에 집행부가 전권 쥐게 되는 결정...내부 결속력 다지면서 강경 모드 유지될 듯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의대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5월 1일부터 출범하는 임현택 차기 회장 집행부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했다. 사실상 '강경파' 임현택 차기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평행선을 달려왔던 의정갈등이 다시 어떤 국면을 맞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의협 대의원회는 28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해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와 합의를 전제로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결정권을 위임한다"며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역시 합리적 정책 결정을 위해 의협 주도의 협의체 구성을 수임사항으로 주문한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론 당사자인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민의를 모으고, 외부적으로 정부와 협상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든 권한이 임현택 회장 당선인에게로 모인 것이다.
최근 임현택 당선인과 마찰을 빚었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해산됐다. 현재와 같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에서다.
대의원총회에선 의정갈등 이외에도 현안이 많은 만큼 '비대위를 존속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김택우 비대위원장 조차 "비대위를 해산하고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여러 직역의 힘을 합칠 수 있다. 현재로선 (비대위 해산이)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며 해산 쪽으로 힘을 실었다.
특히 투쟁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 등의 문제도 차기 집행부가 전권을 쥐게 됐다. 대의원회는 회원지원대책비를 신설해 대한전공의협의회에 4억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2억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에 1억원씩을 지원하도록 하고 이를 제외한 투쟁회비 이월잉여금 사용과 관련해선 집행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이날 대의원회 의장으로 김교웅 후보가 당선된 것도 임 당선인 입장에선 호재다. 집행부 견제론을 내세우며 상대적으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었던 이광래 후보에 비해 향후 대의원회와 발을 맞춰 회무를 진행하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협상 권한이 비대위에서 임현택 당선인에게 넘어오면서 우선 내부 결속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회장 선거와 선거 직후 2기 비대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이를 봉합했기 때문이다.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 역시 더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 당선인은 전공의들이 요구한 '원점 재검토' 등 7대 요구사항과 더불어 보건복지부 등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료들의 경질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전제조건이 수용될 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임현택 당선인은 정기총회에서 "현재 사실상 의협의 정치적 기능, 대국회 대관 기능 등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정부와의 대치 상황을 잘 극복하려면 집행부의 노력 뿐 아니라 14만 회원들의 지지와 구체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장직 인수위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 결속력이 강화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의협이 정부를 상대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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