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투쟁 이후 시급한 과제는 일차의료기관 살리기…상급종합병원 본인부담금 높이고 경증 질환 급여혜택 줄여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전북의사회 정책이사

▲단식 투쟁 중인 최대집 회장을 응원 방문한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이사(가운데)와 이충훈 회장(오른쪽)

[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단식에도 주요 일간지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단식에 이어 다음 단계의 행동이  집단 파업이나 더 강한 행동라도 나온다면 모를까, 좀 더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의협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투쟁 계획 선포에 대해 일부는 절차상 문제 등 지적이고 고려할 사항이 있겠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최대집 회장은 목숨을 걸고 단식하고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의협을 도와줘야 할 때지, 내부적으로 분열되면 곤란하다고 본다. 분열 양상을 정부에 보여주면 투쟁 효과를 반감시킬 의도로 보일 뿐이다. 다행히 시도의사회장단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16명 중 14명의 회장이 최대집 회장의 단식 투쟁을 지지하기로 했다. 

시도의사회장단 중 2명 회장이 단식 투쟁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단식의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단식의 출구전략, 단식 다음의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라며 "투쟁을 지지하려면 분명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단식의 구체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이고 출구전략은 필수의료 붕괴, 대형병원 쏠림, 건보 재정 고갈 문제 해결 등에 있을 것이다. 단식 다음의 목표와 전략이 있다면 파업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파업할 수 있는 의료게의 단결된 힘을 만든다면 집행부와 회원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되어 정부와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해진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상급종합병원 본인부담금 높이고 감기 등 경증 질환 급여혜택 줄여야 

현재 의료계와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사안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8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 점유율은 2017년 32.0%에서 2018년 34.3%로 올랐다. 반면에 동네 병·의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8.3%에서 27.5%로 떨어졌다.

최대집 회장의 단식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의 최대 부작용인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일차의료기관이 고사되는 절망적인 의료현실을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대형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고, 개원가는 전멸하고 있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7월 중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은 동네 병·의원을, 암 등 중증질환은 대형병원을 이용하도록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대형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이 되면 의료기관에 따라 수가를 가산해주는 '종별 가산제'에 따라 기본진찰료, 검사료 등 행위별 수가를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보다 5~15%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받으려고 한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 해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으로 경증 환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색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4기 상급종합병원(2021∼2023년) 지정 기준 이전이라도 지금 당장 개선해야  한다.

대형병원이 고난도 중증 질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현행 상급종합병원 신청 기준을 현재 보다 강화해야 한다. 중증환자 비중은 최소 21% 이상 충족해야 하고, 상대평가 시 중증 환자 비율이 70%이상 돼야 만점(10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동네 병·의원과 대형병원 간의 환자 의뢰와 회송 시스템 시범사업을 한층 확대한다고 밝혔다. 동네 의원이나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면 1만원의 의뢰 수가를 신설해 지원하고, 상급종합병원이 호전된 환자를 진료 의뢰 병원 등으로 되돌려 보내면 회송 수가를 기존 1만원에서 4만원으로 올려서 지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한 효과는 미미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약제를 포함한 본인부담금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감기 등 경증 질환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이용시 급여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가까운 동네의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당뇨병, 고혈압 등  뿐 만 아니라 필수의료와 분만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폐경기 관리, 만성 통증환자 등 맞춤형 환자 관리가 가능한 만성 질환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필수의료부터 급여화하고 건강보험 재정 고갈 문제 해결해야 

정부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말을 철회하고 경쟁급여를 도입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모든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재정대책을 동시에 수립해야 한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종합병원급 이상 2·3인실 건강보험 급여화가 아니라 필수의료부터 급여화해야 한다. 필수의료의 가장 핵심적인 분야의 의사 행위료의 노동가치 인정이다. 수가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무작정 급여화만 해주다 보니 재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을 당시에 정부가 소요재정을 추계한 내용을 보면, 연도별 신규 투입 재정이 2018년만 3조2000억원에 이어 2019년 9658억원, 2020년 6915억원, 2021년 6305억원, 2022년 5905억원 등이다. 그런데 정부 예상대로 하면 2020년부터는 신규재정을 전부 다 투입해도 상복부초음파, 상급병실료, 뇌·뇌혈관 MRI의 건보재정 부담액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재인 케어가 처음 시행된 2018년에 급여화된 상복부초음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 상급병실료, 뇌·뇌혈관 MRI 등 대표적인 3개 항목의 건강보험 부담금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3개 급여화 항목에 대한 재정 마련 방안이 없는데도 급여화 항목만 늘어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지급을 이행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이 8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 적자에 이른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건강보험 재정 20%에 대한 국가책임을 밝힌 국민건강보험법 108조의 모호한 규정과 이를 빌미로 축소 지급된 국고지원금도 문제가 있다.

20%로 정해진 건보 국고 지원율은 이명박 정부의 16.4%, 박근혜 정부의 15.4%보다 낮은 13.6%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척추 MRI부터 1인 입원실까지의 건강보험지원을 약속해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과 건강보험료 폭탄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적인 저항이 나오기 전 더 늦기전에 올해 미지급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3조7000억원 지급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정부가 국고지원금 지급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보험료 인상 거부 투쟁까지 벌이는데 앞장서야 한다.

의쟁투는 13만명의 의사 회원들과 함께 의료개혁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다. 국민을 위한 최선의 진료를 방해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의사들을 투쟁으로 내몰았다. 

정부는 의료계의 분노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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