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인프라 부족 상태서 '조력존엄사' 법만 만든다고 해결되나?

의료계, 조력존엄사법 우려…인프라 없어 대상 환자 중 21.3%만 호스피스 돌봄 받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최초로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존엄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발의된 상황에서 의료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 확충 등 존엄한 돌봄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존엄한 죽음도 있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 15일 국내 최초로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존엄사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관련기사=국내 최초 담당의사 조력 받아 존엄사 가능법안 나와…의사 '자살방조죄' 면죄 추진>

이에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학회의 주장을 요약하면 호스피스 돌봄 이용이 가능한 질환이 매우 적고 인프라 부족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서 법안만 새로 만든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학회에 따르면 2016년 처음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지만 법제정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호스피스 돌봄의 이용이 가능한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부전, 만성간경화에 국한되고 있다.

이조차 인프라의 부족으로 대상이 되는 환자 중 21.3%만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못한 진료환경에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절차는 연명의료 미시행의 법적 근거를 남기는 문서 작성 이상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견해다. 

학회는 "법 시행 전 국회와 정부가 약속하였던 존엄한 돌봄의 근간이 되는 호스피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 비암성질환의 말기 돌봄에 관한 관심, 돌봄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제도의 정비 등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학회는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거쳐오며 말기 환자 돌봄의 현장은 더욱 악화됐다"며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 88곳 가운데 21곳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휴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이 사실상 의사의 도움으로 자살을 합법화한다는 점도 의료계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회는 "자살률 세계 1위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의사조력자살의 법적인 허용은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위험 역시 내포하고 있다"며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존엄한 돌봄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회는 "국회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 말기환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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