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치료한 병원 손해배상하라"

유족·격리자들 잇따라 수억원 소송 청구



"감염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방치했다."

"가족 면회 제한 등의 조치를 안 취했다."

"조기 검진 및 치료 의무를 위반했다."
 
메르스 피해 유가족이 병원의 과실로 제시한 핵심 내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유족 등이 병원, 지자체, 대한민국을 상대로 수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사건은 45번 메르스 환자의 유가족 6명이 건양대병원, 대전광역시,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이 사건은 폐암으로 건양대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간병하던 남편이 16번 슈퍼전파자로부터 감염된 후 사망한 사건이다.
 
소장에서 유족은 "병원 측이 16번 전파자와 같이 응급실에 머물렀던 망인과 부인의 감염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 감염 위험을 인식한 5월 말부터 의료진들은 고성능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했지만, 하루 종일 부인을 간병하고 있는 망인에게는 16번 확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
 
망인의 아들들이 문병을 다닐 때에도 아무런 경고없이 자유롭게 병원에 출입시켜 감염에 노출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망인에게 고열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즉시 유전자검사를 하지 않고 해열제만 처방해 치료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유족은 건양대병원과 대전광역시, 국가에 총 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가와 지자체에는 초기 잘못된 정책적 판단과 비정상적인 대응체계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청구액은 격리기간 동안 가족들에 발생한 손해, 정신적 물리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포함해 산정됐다.
 
단순 격리자도 수억원대 소송 제기
 
두 번째 소송 당사자는 유가족이 아니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격리된 가족 3명이 강동경희대병원, 강동구청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다.
 
병원이 확진자를 방치해 원고들을 격리상황에 이르게 했으며, 격리 후에도 보건소 직원에게 인격모욕 등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강동경희대병원 혈액 투석실에서 165번 확진자와 3차례나 같이 치료 받은 환자 및 그의 가족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165번 환자가 평소와 달리 잦은 기침과 고열 증세를 보여 그 가족이 격리시켜 달라고 병원에 요구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투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이 3일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방치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165번 환자의 확진 후 19일 보건소 직원이 예고 없이 방문해 격리통지서를 전했는데, 통지서의 격리기간은 지난 16일부터 였다는 것.
 
더구나 격리 후 보건소는 혈액투석 치료 이동에 필요한 구급차를 지원하지 않는가 하면, 원고들에게 접근할 때 2~3m 밖에서부터 소독약이 든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모욕감을 느끼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
 
원고들은 격리기간 동안의 손해액 총 600만원과 정신적‧물리적 피해보상액 3억원을 청구했다.
 
"당국이 초기에 병원명만 공개했어도"
 
이 밖에 메르스로 사망한 173번 환자의 유가족 6명도 10일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173번 환자는 요양보호사로, 6월 5∼9일 강동성심병원에서 76번 환자와 접촉한 후 여러 병원을 거쳐 다시 17∼22일 강동성심병원을 경유했다. 22일 확진판정을 받은 뒤 이틀만에 사망했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173번 환자의 아들은 "방역당국이 초기에 병원명을 공개했으면 슈퍼전파자도 없었을 것이고, 모친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와 보건소는 감염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친이 이틀만에 돌아가셨음에도 언론은 마치 모친을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닌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병원도 병원비 미납을 이유로 진료기록 발급을 거부하는 등 본분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신현호 변호사는 "병원은 감염을 일으킨 후 조기에 치료 못한 책임이 있고 국가는 실태 역학조사를 하면서 강제 격리 등을 취했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병원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국가에는 공무원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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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 기자 ([email protected])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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