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기반 의료란 무엇인가…의료비 줄이고 환자 치료결과 향상,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행정 부담 증가 부작용도

"국가별로 가치기반 의료 전환·속도 달라…분명한 근거 마련해야 지불시스템 개편 성공"

美 보스톤 사이언티픽 부사장, 가치기반 의료 개념과 지불제도 개편, 미국의 경험 소개

▲보스톤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 파라샤 B. 파텔(Parashar B. Patel) 부사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미국에서 '가치 기반 의료(Value Based Health Care)'가 화두가 되면서 우리나라도 관련된 지불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치 기반 의료란 무엇일까. 
 
미국 의료기기기업 보스톤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 파라샤 B. 파텔(Parashar B. Patel) 부사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정기포럼에서 가치기반 의료의 개념과 미국에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가치의 개념은 바라보는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병원은 수익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의료기술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의사는 환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때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환자는 장기 입원을 줄이고 질병의 재발생률이 줄어들 때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비용 대비 환자들의 건강상태 결과로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파텔 부사장은 “가치 기반 의료는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의료 행위별 보상과 이에 따른 결과를 넘어선다. 이를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의료 비용, 환자 건강상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전환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가치 기반 의료 실현을 위한 다양한 지불제도 등장
 
▲파라샤 B. 파텔(Parashar B. Patel) 부사장 발표자료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병원에 서비스 질과 관련된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장려했고 몇 년 후에 이를 공식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미국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와 민간 보험사들은 가치 기반 의료로 전환하기 위한 대안적 지불 모델(Alternative Payment model, APM)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디케어와 다수의 민간 보험사들이 책임의료기구(Accountable Care Organizations, ACO)나 묶음형 지불제도(Bundled payments), 기타 에피소드(episode) 기반 지불보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불제도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ACO는 특정 기간 동안 회원 병원들, 의사, 기타 의료서비스 제공자 등이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발생하는 재정적, 서비스 품질 위험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기구다. ACO는 총비용 지출이 보험자의 지불 금액보다 적으면 회원들에게 보상하고, 반면 보험자가 지불한 금액을 초과하면 패널티를 배분하는 방법 등의 규칙을 운영하고 있다.
 
파텔 부사장은 “만약 보험자가 지불한 금액이 목표보다 적으면서 환자 관리를 위한 질 지표를 충족한다면 ACO 또는 병원은 이득이 된다. 묶음형 지불제도에 참여하는 ACO에 참여한 병원들은 일반적으로 이전보다 1~3% 줄어든 비용 지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파텔 부사장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선택된 조건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따라 병원에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불제도가 정착했다”라며 "ACO는 환자들에게 1차적, 예방적 관리를 장려하는 과제를 가진다. 환자 건강을 제대로 유지하고 치료가 필요할 때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때 보상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파텔 부사장은 “관상동맥 스텐트를 예로 들면 병원은 환자의 입원 이후 90일 이내에 필요한 모든 치료를 제공하고 소요된 비용과 관계없이 정해진 고정된 금액을 받는다”라며 “특정 보험자가 병원들과 의사 그룹에 일정 금액을 제공하고, 의료서비스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치 기반 의료는 메디케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측정됐다. 미국 의회의 자문 기관 MedPAC는 재입원 감소 프로그램(Hospital Readmission Reduction Program, RRP)을 통해 환자의 재입원율을 17% 줄이면서 사망률이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의료비 20억 달러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었다.

가치 기반 의료 가장 큰 부작용,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피로감 
 
▲파라샤 B. 파텔(Parashar B. Patel) 부사장 발표자료 

가치 기반 의료의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치 기반 의료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피로감에 있었다. 
 
파텔 부사장은 “지난 15년 동안 미국 병원들은 가치 기반 의료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메디케어와 민간 보험사들로부터 새롭고 많은 프로그램에 따른 요구사항에 부딪혔다. 병원과 의사들에게 각종 제출서류와 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적인 부담이 대거 발생했다"라며 "의료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환자를 유치하는 과제가 있었다. 병원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했다”고 밝혔다. 
 
파텔 부사장은 “의사들 또한 의료 서비스 질과 관련한 데이터를 제출하는 부담이 있었다. 전자의무기록을 의무적으로 실행하고 보험급여액을 낮추기 위한 보험사의 요구 사항에 대해 대응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취약계층을 돌보는 병원들의 어려움이 간과됐고 여건이 어려운 병원들에 더 큰 타격을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라며 "일부 ACO 병원들은 패널티가 발생해도 이를 나누지 않고 인센티브만 받기도 했다. ACO가 실제로 메디케어 재정을 소비하기만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했다. 

가치기반 의료를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 공유가 어려운 점도 장벽이다. 데이터는 공급자와 보험자, 기업들 간에 쉽게 공유될 수 없어서다. 파텔 부사장은 “가치 기반 의료의 장기적인 결과를 확인하려면 당사자들이 비용을 분담하고 맞춤형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른 운영 비용이 늘어난다”라며 “이해 관계자들 간에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파텔 부사장은 “기존 진단군별 지불제도(DRG)를 변경할 수 있을지, 또는 급성기 치료에서 적용된 묶음형지불제도를 만성 질환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 등도 과제다”라며 “혁신적인 지불방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고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가치 기반 의료시스템, 의료 비용 줄이고 환자 치료 결과 향상 
 
앞으로 미국의 병원들은 가치 기반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지불 모델 내에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CMS)는 2020년 1월부터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재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텔 부사장은 “모든 병원이 의료 서비스의 질과 연계된 개별행위는 별도의 행위별수가제를 통해 보상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이나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에게 가치 기반 의료시스템은 쉽지 않을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수익성은 유지하면서도 치료결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텔 부사장은 “분명한 것은 앞으로 환자, 병원, 의사, 보험자 등 사이에 협업이 대거 늘어날 것이다. 환자들에게 지표를 개선하면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알아보려면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파텔 부사장은 “가치 기반 의료시스템은 규제 당국과 산업계의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기술 혁신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가능하게 한다”라며 “결국 환자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치료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의 이해당사자들은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가마다 가치 기반 의료 시스템으로의 전환 여부와 속도는 모두 다르고 세부 사항도 다르다”라며 “다만 기술의 진보에 따른 의료 비용을 줄이고 환자 치료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명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야 가치 기반 의료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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