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의사 행정처분 부당하다면 처분 전 곧바로 집행정지 신청해야

[칼럼] 최미연 변호사

업무정지·자격정지 기간 중에 뒤늦은 집행정지 신청은 논란 여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니스트·변호사] 의사 A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이나 의사자격 정지처분 중 하나를 받거나 동시에 두 개의 처분을 받을 경우,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A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집행정지 신청이다. 본안소송 즉,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 제기를 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업무정지처분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부터 의사 A는 진료를 정지해야 하고, 진료를 한 경우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 A가 업무정지 처분기간 중 진료를 계속하고 요양급여를 청구하게 되면 그 부분은 부당청구로 새로운 업무정지 처분의 대상이 된다. 또한 만약 의사 A가 업무정지처분 외에도 의사자격정지처분을 함께 받고 진료를 계속한 경우라면, 자격정지 기간 중의 의료행위에 해당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이나 자격정지처분은 처분의 상대방에 대해 일정 기간 병원 업무나 의료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처분으로 그 제재 효과가 크다. 실제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함께 받는 당사자들은 벌금 등이 선고될 가능성 있는 형사절차에서 위법여부를 다투는 것보다 오히려 업무정지처분이나 자격정지처분 취소판결을 받기 위해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받아 판결 선고시점 즈음까지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업무정지처분이나 자격정지처분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의사 A의 집행정지신청에 따라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결정이 내려진 경우 집행정지 효력은 언제부터 발생할까.
 
의사 A가 처분서를 받았을 때 처분기간 개시일이 적어도 1~2개월 후인 경우에는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인용결정을 받으면 업무를 정지할 필요가 없다. 만약 처분기간의 개시가 임박한 경우라면, 법원에서는 약 1주일 정도의 잠정인용결정을 한 후 실제 심문기일을 열어 원·피고의 입장을 경청한 후 최종적으로 집행정지 인용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림으로써 처분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이렇게 집행정지 인용결정이 내려지면 보건복지부에서는 실무적으로 인용결정의 다음날부터 집행정지 인용결정의 효력이 발생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2018년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1개월의 업무정지처분에 대해 2018년 5월 1일에 처분서를 받은 의사 A가 2018년 6월 1일에 집행정지신청을 해 6월 15일에 집행정지 인용결정이 난 경우, 실무에서는 보통 인용결정일 다음날인 16일부터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므로 의사 A는 7월 1일이 돼도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의사 A가 처분서를 받고 곧바로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아 이미 업무정지처분이나 자격정지처분 기간이 개시된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처분 시작일이 2018년 6월 25일이어서 의사 A가 그 날부터 업무를 정지한 후 6월 27일에야 비로소 뒤늦게 집행정지 신청을 하고 7월 6일에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인용결정이 내려진 경우라면, 의사 A가 업무를 재개할 수 있는 날이 7월 6일 인용결정 당일인지 아니면 결정 다음날인 7월 7일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행정소송법에서는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발생일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행정소송법에서 준용하는 민사소송법 제221조(결정과 명령은 고지된 때에 효력을 가진다)에 따른다면 집행정지 결정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당사자에게 고지가 되면 즉시 결정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판례의 입장은 명확하지는 않다. 행정법원 판결과 일부 하급심 판례 중에서는 특별한 이유의 설시 없이 집행정지 결정일의 익일부터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본 예가 있다. 반면에 대법원 판례와 고등법원 판례 중에는 집행정지 결정 당일부터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본 예도 있다.
 
이는 실무적으로 충분히 문제될 수 있는 쟁점이지만, 법원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아 처분을 받은 당사자나 처분청 입장에서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의사 A가 7월 6일에 집행정지 인용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당일에 바로 고지 받고 곧바로 업무를 재개한 경우 만약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이 결정일 다음날인 7일부터 발생한다고 보면 의사 A의 진료행위는 위법하게 되고 새로운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지 받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면 적법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경우에는 집행정지 인용결정이 고지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실무적 이유로는 과거와 달리 전자소송 시스템(소장 등 서면을 직접 법원에 가서 제출할 필요가 없고,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해 파일로 제출이 가능하다)으로 인해 당사자들이 인용결정 사실을 거의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주된 이유는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당사자에게 송달해 고지한 즉시 인용결정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집행정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소송 계속 중에 처분의 효력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당사자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판결 선고시까지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므로, 추후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원고 승소판결을 받게 될 경우에도 승소판결은 무의미해 질 수 있다. 이러한 불이익을 막고 본안소송 중인 당사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게 하는 것이 임시적인 구제조치로써 집행정지 제도의 취지인 것이다. 따라서 집행정지 인용결정의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도 당사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무를 담당하는 처분청에서는 아직 이에 대해 확립된 입장이 없기 때문에 고지를 받은 당일 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처분청인 보건복지부에 업무개시의 적법여부에 대한 문의를 한 후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처분서를 받은 당사자가 처분을 다투고자 할 때는 반드시 처분이 시작되기 전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부당한 처분으로 인해 발생할 불이익한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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