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초음파 PA 인증은 무면허 의료행위, 불법 PA 키운 병협·의학회 책임져라"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수사기관에 PA 조사 의뢰하고 의협은 해당학회 연수평점 취소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법 PA를 양성하고 묵인해온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학회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는 불법을 저지른 해당자, 학회, 관련 의료기관 등을 강력히 처벌하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불법 PA제도를 완전히 뿌리 뽑을 것을 주문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한심장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심초음파학회 기획이사인 모정책위원은 내년 3월부터 심초음파 보조인력을 대상으로 인증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병의협은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병의협은 “심초음파학회는 현재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PA(Physician assistant)를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인증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PA는 의사의 지도와 감독 아래 의료 관련 업무를 행하는 진료 보조 인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를 PA가 행하는 것은 엄연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했다.
 
병의협은 “주로 3차 의료기관에서 의료법상 의사의 업무인 수술, 초음파 진단검사, 병동환자 치료 등의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PA가 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환자 건강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의 묵인 하에 PA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전무했고, 이 문제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PA를 허용하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국민건강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수련 기회를 박탈하고 의사들의 일자리까지 침범할 것으로 우려했다.  

병의협은 “병원들은 전공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전문의 고용을 늘리는 대신 비용 부담을 이유로 불법 PA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 후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PA 활용은 거의 모든 과로 확대됐다. 따라서 PA 확대 문제는 병원에서 일할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병원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료법상 의료인은 법에 규정된 범위 내의 업무만 할 수 있다. 의료인 면허의 배타성은 면허를 벗어난 행위를 했을 때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은 면허의 배타성을 부여 받는 동시에 자신의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라며 “국민들은 의료인들을 신뢰하고 몸을 맡길 수 있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PA 허용은 이러한 배타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의사는 의료법상 의료 및 보건지도를 하게 돼있다. 의사가 행하는 처방, 시술, 수술, 처치, 검사 등의 행위는 모두 의료행위다. 심장초음파 검사 역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대리수술은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맡기고 환자를 기만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PA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PA 문제는 대리수술 문제와 같은 잣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수술 뿐만 아니라 의사가 하는 행위들은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장초음파는 무면허자에 의한 잘못된 진단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심장초음파검사는 의료행위로 분류돼 오로지 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그런데도 불법적인 PA를 허용하고 묵인해온 의료기관 및 의사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행정적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강력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PA의 허용은 전공의들의 수련을 통한 교육의 기회조차도 박탈하고 있다. 실제로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가 되더라도 초음파나 기본적인 수술을 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임의를 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심지어 특정 분야나 질환을 아예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교수나 지도전문의들이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수익 증대만을 위해 PA를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PA를 허용하면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의사 수련은 이뤄질 수 없고,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입원 환자를 돌보고, 초음파를 하고, 수술을 하는 자리에는 당연히 의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원들은 의료 업무가 늘어날 때 비용 문제를 핑계로 의사를 추가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PA로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PA 고용 확대의 일차적인 책임은 병원들에 있고, 불법을 알고도 일을 하는 PA 당사자들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PA 허용은 타 직역의 의료 영역 침해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병의협은 "최근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면허 외 행위인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직역에서 의사의 의료행위 영역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이런 상황에서 PA를 허용하면 타 직역의 의료 영역 침범을 막을 수 없다. 이는 의료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병협과 의학회는 자신들의 불법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통해 반성해 나가야 한다. 의협은 실태조사를 통해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PA 문제와 관련된 회원들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와 징계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라며 “이번 심장학회처럼 불법 PA와 관련된 학회들의 의협 연수평점 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불법 PA 운영에 연루된 관련자와 의료기관에 면허 정지 및 취소, 영업 정지 등의 행정적 처벌뿐만 아니라 법적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라며 “'(가칭) 의사·간호사 직무범위 조율 협의체'에 의협과 병협, 의학회, 전공의협의회, 병의협 등 이해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전의 몇몇 협의체처럼 밀실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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