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손해배상 대불금’ 요양급여비 강제징수 논란…2심서도 의료계 ‘참패’

2013년 이어 2018년 다시 제기된 소송서 1‧2심 연달아 패소…위헌소송 결과도 불투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8년 전부터 시작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 손해배상 대불금 소송에서 의료계가 연이은 참패를 기록했다. 아직 대한의사협회가 제기한 위헌소송이 남아있긴 하지만 2013년 이어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중재원 측이 승소하자 향후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위헌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은 29일 오후 2시 의료인 873명이 중재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 및 징수 공고 처분 취소’ 2심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법원 판결 등으로 손해배상금이 확정됐음에도 손해배상의무자(의료기관)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추후 손해배상의무자에게 배상금을 구상하게 된다.
 
문제는 중재원이 2012년 손해배상 대불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약 3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 일부를 원천징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중재원은 의원급 의료기관 원장 2만 9675명에 대해 기관 당 7만 9300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원천징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료기관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배상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정부가 마련해야 함에도 의료기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의사협회는 대불금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가 크다고 판단, 의사 30인 이름으로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신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당시 행정법원은 “의료기관 대불금 징수조항은 입법 목적과 수단 모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불비용 부담액과 부담자 범위, 징수절차를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규정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행정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와 의사 30인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손해배상금 대불 비용을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토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이 모두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며 중재원 입장에 힘을 실리게 됐다.
 
의료기관 개설자라면 누구나 의료사고 발생과 경제사정 악화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고 대불제도로 이런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게 당시 판단의 근거다.
 
이 밖에도 의사 7명이 손해배상금 대불시행과 운영방안 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 재판 역시 의사들이 패소했다.
 
중재원은 손해배상 대불금 원천징수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받자 2018년 또 다시 대불비용 추가 징수에 나섰다. 규모는 총 23억 5000만원이었다.
 
이번에도 의협은 “원천징수를 용납할 수 없다”며 공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대불금 금액과 납부,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헌법의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2013년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린 이유는 중재원이 정기적으로 부담금을 징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원천 징수를 했다는 점에서 헌재 판단의 근거가 잘못됐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 위헌소송과 더불어 의사 873명이 참여한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와 징수공고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앞서 행정법원은 2018년 11월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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