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www.beyond.com>
ICU(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에서 잔뼈 굵은 간호사의 팔 근육엔 그녀의 경력이 배어 있다.
세탁한 침대 시트를 교환하기 위해 소위 '턴바디(환자들의 체위를 변경하는 것)'라고 불리는 업무를 따로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품앗이하는 ICU 간호사를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 의료인의 전문성이란 과연 무엇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혼란스럽다.
중환자실 의료인은 응급실 못지않게 고생하고, 중환자실 환경은 응급실처럼 열악하지만 상대적으로 찬밥신세다.
환자나 보호자뿐만 아니라 언론의 직접적인 접촉이 가능한 응급실은 외부 지적 그대로 개선점이 되어 경제적 선물을 안기지만, 중환자실은 드러날 일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중환자 치료에 관심 많은 여러 전문의가 만든 중환자의학회 역시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다. 학회는 '커밍아웃'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하며 이번 세계중환자의학회의 국내 유치 취지를 설명했다.
김동찬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은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환자실이란 영역은 일반인들이 외래같이 접근하기가 쉽진 않은 곳"이라고 밝히고, "중환자실 안의 퀄리티가 외부로 잘 노출이 되지 않는데 이번 학회를 계기로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사실 그곳은,
의료의 '백미'여야 한다.
외과 계열 의사를 가장 '섹시'하게 만드는 곳이 수술방이라면, 내과 계열 의사에겐 중환자실이다.
바이탈(VITAL SIGN, 활력 징후)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은 내과 의사의 자존심이고, 다이내믹한 상태의 환자를 겁내지 않고 다루는 건 중환자실(그리고 응급실)의 수련 경험에서 시작한다.
온갖 약물이 믹스(MIX)되어 대롱대롱 달린 수액들,
실시간 모니터링되는 각종 신체 징후들,
일부 의사에겐 이름만 들어도 겁부터 나는 VENTILATOR, ECMO, CRRT….
'오만이라는 기름기'만 없다면, 중환자실 수련을 마친 내과 전공의들은 한 단계 성장한 것에 스스로 대견해 할 자격이 있다.
병원 의료의 또 다른 축인 간호사는 또한 어떠한가?
환자를 감싸는 각종 장비가 실시간으로 내뿜는 데이터의 '맥락'을 일차적으로 짚어 의사에게 알리는 것은 중환자실 간호사고, 그들은 보통 이런 맥락을 병원 내에서 가장 잘 짚는다.
임상의가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에게 큰 신뢰감을 보내는 이유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 홍보위원장은 "중환자 의학은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 과목이 다 콜라보레이션해서 전임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총체적인 치료"라는 의미까지 덧붙였다.
CHECK V/S q 1hr
CHECK 'MONEY I/O' EVERYDAY
하지만 의료 환경 현실은 너무나도 다르다.
고윤석 세계중환자의학회 조직위원장은 "우리나라 중환자진료는 한 국가의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도 허약하다"라고 '커밍아웃'하고, "중환자의학을 하는 사람들로서, 지금 현재의 중환자 진료시스템을 계속 가져가면 안 된다"라고 고백했다.
고 위원장은 국내 중환자실의 열악함을 열거하며 "중환자실 간호사 1인이 5명의 환자를 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일본이나 서구는 1:2인 곳이 많고, 아시아 국가인 말레이시아, 중국 같은 곳은 1:1인 곳도 많다"라고 소개했다.
갑자기 어레스트(환자의 심장이 멈추는 것)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중환자실이란 곳은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의사든 간호사든 일정 시간 한 환자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의료인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에 나온 중환자실을 미국과 비교해 함부로 폄하하지 말자.
이 정도 퀄리티를 흉내조차 못 내는 중환자실이 지방엔 널렸다.
반면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새로운 의료법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상급병원 중환자실 전담의사를 명시한 새로운 의료법엔 특정 전문 과나 자격에 대한 명시가 없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