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이라 쓰고 '의료민영화'라 읽는다?…개인 건강정보 민간보험사에 넘기고, 비대면 진료 강행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이름으로 만성질환 관리 민간기업에 개방, 제약바이오 기업에 규제 완화 등 추진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19일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며 발생한 의료 공백에 막대한 건강보험을 투입하며 건보 재정이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의료개혁이 결국 의료민영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을 통과시키며 민영 의료보험사에 개인 건강정보를 넘겨주고, 민간 기업에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개방, 비대면 진료 합법화 등 의료 민영화의 기반이 될 제도와 정책을 착착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현 정부가 선거 전략을 위해 의대 정원을 증원하며 한국 의료를 파탄 낸 장본임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 마디 없다고 비판하며, 실질적인 의료 개혁의 본질이 의료 민영화라고 주장했다.

먼저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대 증원과 의정 갈등 블랙홀에 이목이 집중돼 가려져 왔던 그 내용들을 한마디로 말하면 생명보다 자본의 이윤을 우선하는 의료 민영화이다. 미국식 의료 체계의 도입이다"라며 "정부는 소위 '필수의료' 위기가 건강보험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보장을 줄이고 환자 의료비를 올리겠다고 한다. 시장 실패가 낳은 위기가 왜 건강보험 탓인가. OECD 최저인 보장성을 줄이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내고 있다. 대형병원에 이미 2조 원 넘게 퍼줬고, 5년 간 10조를 지원한다더니, 3년간 10조를 더 얹어준다고 한다. 건보재정 수십조 원이 대통령 주머니 속 쌈짓돈인가? 의료비 경감에 써야 할 우리 보험료를 병원 자본 뱃속에 끝도 없이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강보험은 망가뜨리면서 민영보험은 활성화하고 있다. '데이터가 돈이고 국민 동의를 다 받아가면서 쓸 수는 없다'고 한 대통령이 우리의 가장 민감한 질병정보와 건강정보를 민영보험사에 넘겨준다고 발표했다. 미국처럼 민영보험사가 의료를 통제하도록 보험사와 의료 기관을 연계시켜준다고도 했다"며 "바로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진 정책국장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위한 위험천만한 규제 완화도 '의료 개혁'에 담겨 있다. 정부는 안전과 효과가 미처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제품도 기업이 팔아서 돈 벌도록 허용해 주겠다고 한다. 환자 안전보다 기업 이윤이 우선이라는 이 노골적으로 비윤리적이고 위험천만한 정책에도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한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 의개특위 위원장이 바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강성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부위원장 역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보수와 진보 정부를 떠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는 역대 최초의 정부이며 각종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며 국민건강보험을 빈 껍데기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윤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비대면 진료를 강행한 점도 문제삼았다.

강 부위원장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의 안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수가 인상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문제, 중계기관 도입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진료비 증가, 비급여의 확산 등 많은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지방 소멸을 이야기하면서 지역의 의료공공성을 원초적으로 말살하는 정책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외에도 소액의 실손보험금을 쉽게 찾게 해준다며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을 도입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보험사가 전산으로 개인 건강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합법적인 조건을 만들어 줬고,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란 이름으로 민간기업이 만성질환 관리 할 수 있도록 개방한 점, 민간보험사에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계획 등은 미국식 의료보험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는 2026년이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스스로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발생한 의료 대란을 수습한다며 비상 진료체계란 이름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대형병원 적자 보존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 인상, 가산, 신설, 진료비 선지급 등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건강보험 재정 남용을 해결책이라 내놓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의료 민영화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국민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진료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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