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3번 바뀐 '비대면 진료' 건정심…강력 반대 목소리에 회의 '지연'

약사회,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반대 집결…"플랫폼 의료 민영화 위해 건강보험 재정 퍼주는 꼴"

5월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45분 가량 지연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하는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약사와 보건의료노조, 환자단체 등의 반발로 지연됐다.

이번 건정심은 일주일 새 3번이나 날짜와 시간을 바꿔 30일 오전 8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서울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 등 약사단체들이 건정심이 열린 서울 서초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이 건정심 회의 참관을 요청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몸싸움도 벌어지면서 박민수 건정심 위원장(보건복지부 2차관)이 다음 회의부터는 사전에 참석자 명단을 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건정심은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조정되면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종료됨에 따라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제한적 범위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최종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번에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허용되며, 섬·벽지 거주,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등은 예외적으로 대면진료 경험이 없어도 가능하다.

특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가를 대면진료의 130%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왜 안전과 효과가 더 떨어지는 비대면진료에 대면진료보다 더 높게 보상하나"라며 "이는 정부가 플랫폼 기업과 의료기관의 수익을 위해 건강보험 곳간을 털고 의료비를 올리겠다는 의도라고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윤석열 정부는 불과 수백억을 아끼겠다며 초음파·MRI 보험 적용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처럼 무원칙하게 비대면진료 수가를 30%나 높여주면 적어도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불필요하게 낭비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시민사회는 무엇보다 비대면 진료가 현 배달시장처럼 비용을 폭등시키고 플랫폼 업체 배만 불리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을 우려했다. 제로 배달 플랫폼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높은 수수료로 음식 값을 올리고 수수료를 인상했던 것처럼, 비대면 진료가 만연해지면 플랫폼 기업이 의료시장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윤석열 정부의 비대면진료는 한국 의료 전체를 민영화시킬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고 의료비는 폭등할 것이며, 의사들은 돈벌이를 좇아 병원을 떠나 개원 시장에 더 뛰어들고 필수의료는 더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운운하며 건강보험을 공격하면서도 이처럼 재정 낭비를 부추기는 것은 이것이 이 정부가 진정 대변하려는 민간보험 자본에 이롭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것은 민간보험 시장 확대를 낳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보험에 공단·심평원 개인의료정보 뿐 아니라 의료기관 환자정보도 전자적으로 자동전송하는 의료 민영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라는 점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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