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패싱…심평원 분석심사 전문심사위원회 출범 강행 '유감'

[칼럼] 박상준 의협 경남대의원·신경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한의사협회 반대로 구성에 차질을 빚었던 '분석심사' 심사체계 개편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심평원은 26일 '분석심사 전문심사위원회 합동 워크숍'을 열기로 하고 이날 참석한 위원을 대상으로 기구 운영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앞서 심평원과 의협은 심사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수차례 협의를 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문심사위원회의 구성 실패로 선도사업에 차질을 빚을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러자 전문심사위원회의 의협 위원 추천 몫은 그대로 남긴 채 병원협회와 의학회 추천 위원만으로 출범시켜 단독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그동안 현재 전문가심사위원회 위원 추천을 받았으나 의협은 이를 거부해왔다. 분석심사에 대한 의협의 근본적 반대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한 실무적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분석심사 시행에 돌입한 심평원의 처사에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심사체계의 개편은 심평원과 의료계의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의료계와 심평원 사이에서 오랜 시간에 수정과 보완을 거쳐 만들어진 현재의 심사체계 변경은 그 목적의 정당성을 떠나 양 당사자 간의 충분한 대화와 공감을 이루고 합의로 완성해야 한다.

오랜 시간을 협력과 상생을 위해 노력한 양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어렵게 구축된 지역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심평원의 상호 간의 신뢰가 이번 정책 추진으로 인해 한꺼번에 무너지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 정책 지원을 대형병원과 상급병원에 집중함으로써 재정의 효율적 통제강화 수단을 확보했다. 중소병원과 개원의사의 수가 인상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수가 인상 카드를 이용해 장악력 확대를 통해 의료계를 좌지우지하려는 의지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늘어나는 의료비를 억제하고 재정을 충당하려는 수단의 하나로 심사체계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평원이 일방적으로 심사체계에 개편을 위한 전문심사위원회를 발족시키려는 것은 개원의를 향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심평원은 즉시 전문심사위원회의 단독 출범 강행을 중단하고 의협과 분석심사제도의 원만한 안착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해야 한다.
 
심평원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의료계의 심사 관련 불만을 수용하고 합리적인 심사체계를 구축할 의지가 있다면, 분석심사를 통한 의료비 삭감이 본질이 아님을 천명해야 한다. 향후 과다한 삭감으로 인한 제도적 폐해가 발생하면 분석심사 정책의 중단과 철회를 약속해 의료계 내부에 팽창된 불신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편법으로 일부 영역을 제외한 채 분석심사체계를 운용할 의도가 있다면,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음을 밝혀둔다.
 
전문심사위원회 위원 추천을 마친 병원협회와 의학회도 의협이 우려하는 문제점에 대해 다시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대한민국 의료계의 미래와 국민 건강 증진의 최후의 보루가 되지 못할망정 동료와 의료계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데 앞장서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충언한다. 집단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공생이 가능한 제도를 통해 공정한 평가와 정당한 진료비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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