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반의로서 일할 때와 전문의 시험 전후로 수많은 병원에 면접을 보면서 얻은 경험,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 그리고 여러 의사 사이트를 참고해 많은 선생님들이 조금이나마 더 좋은 병원에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적어본다.
A. 면접시
A.1. 면접을 보는 사람의 자세
① 막대하는 원장: 자기가 아는 선후배 의사나 학연 및 지연을 들먹이면서 반말을 하는 등 함부로 대한다면 일단 피한다.
내가 처음 면접 받을 때의 원장으로, 이 분은 성이 같으니까 족보를 들먹이더라.
② 이전에 일했던 봉직의를 욕하는 원장: 자신에게 불리한 것만 쏙 빼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새로 들어갈 봉직의도 똑같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간호사에게, 다른 병원 직원에게, 나아가 내 후임자나 자신의 지인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사람이다. 욕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일을 잘 못한다", "책임감이 없다", "성격과 인간관계가 안좋았다", "직원이 그 사람 때문에 출근하기 싫어하거나 그만둔다고 했다"
이런 경우 전임자의 연락처를 알고 물어보면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도 있다.
③ 사무장이 면접보는 병원: 그냥 인사만 하고 나온다.
A.2. 초빙란에 올라온 글과 조건의 변화
구인란에 혹 알만한 조건을 제시해서 일단 구직을 원하는 의사의 연락처를 최대한 많이 받아둔다.
이후에 보수를 덜 받겠다는 의사를 뽑거나 면접시 슬쩍 근무조건이 약간 변경할 수도 있고, 한두달 자리가 잡히면 원래 보수를 줄 것이라고 약속한다.
그리고는 나중에 온갖 핑계를 대면서 제시한 것보다 봉급을 적게 준다.
이런 병원들은 면접후에 곧 연락을 준다고 이야기하지만, 초빙란의 구인 글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답장을 주지 않는다.
A.3. 봉급을 확실히 제시하지 않는다.
임금이 많이 나가는 봉직의를 들이면서 원장이 봉급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몇 개월후 얼마로 올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런 내용이 문서화되지 않으면 문제의 소지가 된다.
일단 말하는 수법은 다음과 같다.
① "내가 요즘 00과 페이를 잘 모르는데 얼마를 받기를 원하시죠?"(이 말은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와 다를 것이 없다.)
② "일단 몇 개월 00 정도로 하고, 나중에 올리는 것으로 하고 이후에 결정합시다."
③ "인센티브? 그런 것은 일단 나중에 생각해 봅시다."
④ 봉직의가 제시한 봉급(1000원)에 대해 "그러면 900원+∝로 해서 한 몇 개월 해보고 추후에 올리든지 생각해 보죠?"
A.4. 조건 중에 얼버무리는 것이 많다.
"여기서 딱 잘라서 말하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상황 봐서 결정하죠." 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밑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4대 보험이나 세금을 내주지 않는 병원도 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계약서로 확실한 문서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B. 계약서 작성시
B.1. 근무 스케줄
B.1.1. 휴가 및 연차의 개념이 없는 병원
휴가와 연차를 무급으로 하자고 하면서 인센티브제로 계약을 하자고 한다.
이는 자발적으로 휴가나 연차를 최대한 줄이게 해서 일을 많이 하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행위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은 환자를 늘리면서 봉직의를 휴일도 없이 '열정페이'로 부려먹으려고 하는 행위이다.
B.1.2. 스케줄 관리
현재 실장이나 센터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는 의사가 자신은 여러 가지 잡일이 많으니까, 또는 자신이 이 병원을 세팅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환자가 별로 없는 평일 오전 근무를 맡겠다고 하면서, 나머지 근무(야간 및 주말)를 다른 의사들에게 맡기려고 하는 병원은 피한다.
스케줄과 일의 로딩은 어디서든 1/N이 되어야 한다.
B.1.3. 야간진료
응급의학과가 아닌 타과 봉직의는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1~3회 정도 야간진료를 한다.
하지만 계약서 상에는 명기를 하지 않으면서 매일 야간에 일하라고 하거나, 없던 주말 근무를 시키는 등 시간외 근무를 당연시하지만 이에 대한 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병원은 피한다.
B.2. 복지
① 근무 시간이나 복장 등에 대해서 각서처럼 언급하는 병원은 피한다.
② 공휴일 추가 근무나 처음 계약할 때 명시되지 않았던 야간근무, 학회나 휴가에 관한 사항, 예비군 훈련시 대진 여부나 임신, 출산과 관련한 사항의 확인 등은 처음 계약할 때 말을 해두지 않으면 추후에 문제의 소지가 될 사항이다.
심지어 휴가 이야기를 꺼내면 "의사가 그런 것이 어디 있어. 의사라면 언제든지 나와서 근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원장도 있다고 한다.
C. 병원 들어간 후
월급 밀리는 병원이나 사무장병원 그리고 의료생협은 '핵노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들은 열외로 두고 생각한다.
C.1. 계약 조건의 변화
근무하다 보면 계약했을 때의 조건이 슬금 슬금 바뀐다. 없던 로딩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하며, 처음에 휴가를 일주일이라고 했다가 갑자기 주말을 끼고 일주일이라고 하기도 하고, 출근이나 퇴근시간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 등이 생긴다.
C.2. 의사와 직원이 수시로 바뀌는 병원
해당과 과장이 자주 바뀌는 병원은 피한다.
이러한 병원에서는 환자에게서 "의사 선생님 또 바뀌었네"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런 병원은 많은 수의 직원이 한 번에 그만두기도 한다.
C.3. 간섭
C.3.1. 진료 간섭
원장에게서 받는 매출 압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매출이 나와야 의사들 월급이 나온다. 이는 본인이 환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으로 해결해야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진료 간섭은 견딜 수 없는 부분이다.
C.3.2. 차트 간섭
윗선에서 상병이나 진단명을 바꾸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내 면허가 걸려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항이다.
문제가 생기면 윗선에서 절대 책임을 져 주지 않는다.
C.4. 파마메딕이 의사를 좌지우지하거나 의사를 우습게 아는 경우
① 간호, 원무, 간호조무사 등이 상전처럼 군림하려는 병원
② 사무장이 원장과 맞먹는다면 봉직의에 대한 모든 것을 사무장이 처리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C.5. 로딩 대비 페이가 형편없는 병원
본인의 능력치만 받쳐준다면 일할 이유가 없다. 수도권으로 갈수록 로딩 대비 페이가 낮다. 지방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봉급이 더 높고, 시스템도 잘 되어 있는 병원이 많다(개인 사정상 수도권에 꼭 살아야겠다는 사람은 예외).
C.6. 불법적인 행위 강요
이런 병원은 매출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법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진료의가 진다(면허정지 등).
내부자의 자격으로 신고하고, 빨리 나오도록 한다.
① 실비를 위한 차트 조작이나 가짜 환자 입원, 대리처방을 하는 경우
② 방사선사가 초음파를 하면서 의사에게 결과만 설명하게 하는 경우
③ 군대에서 의무병에게 주사 등의 의료행위를 시키는 경우
C.7. 퇴직시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노동부에 신고하면 된다.
① 원천징수 영수증, 중간 환급금을 챙겨주지 않는 경우
②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할 때(1년 이상 근무하면 계약서 상 퇴직금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③ 후임이 구해지지 않았다고 퇴직시 불이익을 주는 경우
④ 쓰지 않은 연차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경우
의사 블로거 '콩국수' 님의 글. 응급의학과 전문의. 병원 봉직의로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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