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행정처분 구제받으려면 제소기간부터 준수해야

[칼럼] 최미연 변호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니스트·변호사]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할 경우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두 가지이고, 이 두 가지를 통칭해 행정쟁송이라고 한다.

행정심판은 법원이 아니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라는 국민권익위원회 산하의 행정심판 전문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개별법령에서 처분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처분을 다툴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이 된다.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법 위반에 따른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이나 의사나 약사 면허자격정지처분의 경우 이러한 이의신청 절차가 없기 때문에 처분을 다투고자 하는 경우 당사자는 우선 행정심판 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법원에 행정소송을 바로 제기할 수도 있다. 

즉, 보통 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해 행정심판에서 기각재결(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받은 후 기각재결을 다투는 취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아니면 곧바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간과하기 쉽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청구기간 또는 제소기간 준수의 문제이다. 

행정심판법에 따르면 당사자는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내, 또는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내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이 경우 90일과 180일 중 어느 하나의 기간을 도과하게 되면 부적법한 청구가 된다. 행정소송법도 이와 유사하게 규정돼 있으며 당사자는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내 또는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년 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행정심판을 먼저 청구해 기각재결을 받은 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행정심판에서 기각재결을 받은 당사자는 반드시 그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여기서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이란 당사자가 처분서를 송달받아 처분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날을 의미한다. 그리고 처분이 있은 날이란 실제 처분을 한 행정청이 처분을 한 날을 의미한다. 이러한 청구기간 또는 제소기간을 도과할 경우, 각하재결 또는 각하판결을 받게 되고 그로써 해당 절차가 종료된다. 물론 이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각하재결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거나 1심 법원의 각하판결에 항소해 다시 다툴 기회는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결과를 뒤집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행정심판법과 행정소송법 규정상 처분서 송달일로부터 90일의 기간을 지나 심판을 청구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처분을 받은 청구인(행정심판의 경우) 또는 원고(행정소송의 경우)는 처분서를 실제로 송달받지 않은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 한, 처분의 위법이나 부당 여부에 대해 전혀 판단을 받지 못하고 각하재결 또는 각하판결로 해당 절차가 종료된다. 당사자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소송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위한 제도이므로 이러한 기간 준수에 관해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만약 의사 B가 업무정지처분 또는 자격정지처분을 받았으나, 처분에 대해 다투고 싶을 경우에는 처분서를 송달받아 처분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내에 반드시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실제로 처분서를 송달받고 90일이 지나 접수된 청구서나 소장 때문에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도 못하고 각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이렇게 90일을 경과해 행정심판 청구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면, 적법한 본안청구를 전제로 해 인정되는 집행정지신청 역시 각하결정의 대상이 되므로 당사자 입장에서는 구제받을 방법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90누8091, 2011두18786 등)에 따르면 심판 청구기간 및 제소기간 90일을 도과한 경우에는 설령 먼저 진행된 행정심판절차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소송요건 흠결을 간과한 결과 청구인이 기각재결을 받았다. 또한 기각재결서를 송달받은 후 90일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심판청구 자체가 기간도과로 부적법한 것인 이상 소는 부적법 각하의 대상이라고 한 바 있다. 즉, 행정쟁송에서 처분서를 송달받고 처분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의 기간을 준수하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첫걸음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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