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응급의료 대란 없었다?…"응급실 전문의 이탈 가속화, 이제부터가 진짜"

가동 자원 한계치까지 밀어붙였지만 진료제한 메시지, 지난해 대비 23% 늘어

국민 협조에 내원환자 줄었다는 정부…현장은 "환자 준 건지, 못 본 건지 의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추석연휴 기간 응급의료 대란은 없었다고 자찬하며, 지난 2주간 운영해온 비상응급주간을 25일부로 종료하기로 한 가운데 의료계는 이제부터가 진짜 위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용 가능한 자원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인 추석연휴가 지나면 겨우 버티고 있던 전문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시행한 추석 비상응급주간이 25일부로 종료된다.

병·의원 문 많이 열어 문제 없었다는 정부…진료제한 메시지는 지난해 대비 23% 증가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추석보다 더 많은 병·의원이 문을 열었음을 강조하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국민의 협조, 의료진의 헌신,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이 모아져 큰 어려움 없이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국민들이 응급실 대신 문을 연 동네 병의원을 먼저 찾으면서 응급실 경증 환자가 예년 추석에 비해 40% 가까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에 시행했던 경증환자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용 시 본임부담 90% 인상도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4~18일까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종합상황판 진료제한 메시지 표출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각 병원 응급실이 센터로 알린 진료제한 메시지는 총 187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각 병원 응급실이 표시한 진료제한 메시지 총 1523건보다 356건(23.4%) 늘어난 규모다. 일평균 진료제한 메시지 건수 역시 지난해 254건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연휴는 376건으로 122건 늘었다.

요인별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진료제한 메시지가 총 645건으로 전체 메시지의 34.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휴 383건에 비해 262건(68.4%)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응급실 환자가 작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해 큰 혼란이 없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응급실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내원환자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추석연휴 응급의학과 전문의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 70% 달해…"한계 도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에 대해 "환자가 줄어든 것인지, 환자를 못 본 것인지도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추석에는 150명을 받았던 병원이 이번 추석에는 하루에 70명 밖에 받지 못했다.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안 아팠을리는 없고, 환자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못 본것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일찍부터 이어진 의료계의 추석 연휴 응급의료 위기설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를 동원해 비상진료체계를 꾸리는 등 가동 가능한 여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기존에 24시간 응급실 운영이 어려웠던 응급의료기관들도 추석 연휴 만큼은 정부 지침에 따라 야간에도 병원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어떻게 보면 이번 추석연휴가 정부의 비상진료체계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이상은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전국 수련병원 34곳에서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에게 추석 연휴가 포함된 이달 13~20일 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7%(62명)는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6.9%(15명)는 16시간 이상을 내리 일했고, 36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답변도 3.3%(3명) 있었다.

응급실에 남아있는 전문의 과반(51.7%·46명)은 실제 사직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 복귀가 무산된다면, 이보다 많은 61.8%(55명)가 추후 사직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비상응급주간 시행 지침에 따라 무리하게 응급실을 지켜온 의료진들이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는 만큼 추석 연휴 이후 번아웃을 견디지 못한 전문의들이 하나 둘 사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실제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응급실을 24시간 가동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 부담이 한계치까지 오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력 부족으로 진료제한을 할 경우 받는 민원과  이를 '응급실 뺑뺑이'라고 하면서 의료인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응급실을 지켜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방의 국립대병원 응급실들이 하나 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충북대병원 병상 가동률은 18.8% 수준으로 다음 달부터 매주 하루씩 성인 환자의 야간 진료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도 이달부터 야간과 휴일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강원대병원도 평일 야간 응급실을 폐쇄했다. 세종충남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명주병원도 응급실 운영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올 겨울은 어느때보다 매세운 겨울이 될 것이다. 정부는 추석 연휴만 어떻게 지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겨우 버티고 있던 저지선마저 무너지는 날이 언제 올지 모른다"며 "정부는 근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제부터 진짜 응급의료 붕괴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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