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필요성부터 불면증과 코골이 등 수면장애와 수면제, 인지행동치료, 수면다원검사 등 치료법까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수면의학회가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꿀잠 프로젝트, 제4회 국제수면건강산업박람회 '슬립테크 2023(SleepTech 2023)' 수면 건강 세미나에서 '불면증'을 주제로 강연했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낮과 밤, 불면증 극복을 위해 몸의 생체시계를 맞추는 법'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 교수는 낮과 밤의 생체시계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잠을 자야하는 시간을 놓치면 잠의 질이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은 회복, 기억 정리 및 저장, 면역, 대사조절의 기능을 한다"며 "뇌는 우리 몸의 에너지의 20%를 쓰는 장기다. 특히 뇌는 자는 동안 뇌세포 간 간격이 벌어지면서 뇌척수액이 노폐물을 배출하기 때문에 잠을 잘 자야 뇌의 피로물질이 배출되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 얼마나 자야 할까?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자는 시간이 7시간일 때 각종 성인병과 사망률이 최저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잠을 너무 많이 자도, 너무 적게 자도 안 좋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잠을 자는 게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까가 가장 큰 고민이다. 수면제는 의존성 내성, 치매, 질병 사망률, 자살 위험성 높여서 정답이 아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리에서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아침에 빛을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침에 눈 떠서 빛을 보면 그로부터 15시간~16시간 후 졸리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낮에 빛을 잘 안 보고, 밤에는 인공적인 빛을 너무 많이 본다. 불면증의 한 원인이다. 늦은 밤에도 스마트 기기를 통해 밝은 빛을 오래 노출된다. 이로 인해 수면장애, 기분장애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이 교수는 "아침에 빛을 많이 보고, 야간에 밝은 빛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심야 시간에 음식을 많이 먹거나 심야에 활동을 많이 하고 낮 시간에 적절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는 '수면제 장기 복용 과연 괜찮을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수면제는 현재까지 없다. 먹자마자 기가 막히게 졸리고, 아침에 깔끔하게 일어날 수 있고, 내성과 중독성이 없으면서 장단기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고 밝히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수면제의 종류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벤조다이아제핀 계통 수면제는 아티반, 스리반, 발륨, 할시온, 졸민, 리보트릴, 알프람, 자낙스, 자나팜, 달마돈, 데파스 등이 포함되는데 습관성과 의존성이 있어 중간에 끊었을 때 불면증이 심해지기도 하고 어지러움, 낙상, 기억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다.
졸피뎀, 에스조피클론, 잘레프론과 같은 Z-드러그 계통은 4주 이상 처방이 금지돼 있으며, 수면 유도에 탁월하지만 중독성과 습관성도 강하다. 특히 졸피뎀은 4주 이상 처방이 금지된 수면제인데, 기억상실, 몽유병, 야간 식이 장애 등 부작용이 있어 단기간 복용이 원칙인 약물이다.
멜라토닌은 습관성과 중독성, 인지기능 저하 등 부작용은 없지만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있다. 독세핀은 우울증약이지만 적은 용량으로 쓰면 수면제로 쓸 수 있는데, 굉장히 천천히 작용한다.
김 교수는 "수면제는 효과가 좋으면 부작용이 있고, 부작용이 없으면 효과가 약하다"며 "수면제 장기 복용 이후 불면증이 완치되는 경우는 47.7%이며 미국과 유럽 수면의학회에서는 수면제의 장기 효과에 부정적이며, 미국 노인의학회는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 처방 탑10에 수면제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불면증은 약이 아닌 인지행동치료가 우선돼야 하며, 약물치료는 인지행동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치료가 여의치 않는 경우에만 해야 한다. 만약 수면제를 쓴다면 다른 원인을 먼저 확인한 후 최소 용량으로 단기간, 간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슬립의원 신홍범 원장은 '불면증과 코골이'를 주제로 강의했다.
신 원장은 "정상적인 호흡은 혀 뒤쪽 기도가 열려 있어야 하는데 혀가 뒤쪽으로 밀리면서 기도가 막히면서 나는 소리가 코골이다. 심한 분들은 혀가 뒤로 떨어지면서 기도를 막아 수면 무호흡이 발생하게 된다"며 "호흡이 제대로 안 돼 산소가 떨어지면 그 영향으로 잠에서 깨게 된다. 이런 분들이 불면증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수면무호흡이 발생하면 뇌파가 바뀌면서 잠이 깨기 때문에 잠을 자도 안 잔 것 같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숨이 막혀 산소가 떨어져 저산소로 인해 머리도 아프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특히 뇌의 혈류를 떨어뜨려 치매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신 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는 혈압이 엄청 올라간다. 그로 인해 심장질환, 뇌혈관질환도 생길 수 있으며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이 될 수 있다"며 "치료는 양압기로 할 수 있고, 실제로 양압기를 잘 사용하면 사망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코골이와 불면증으로 고민이 있는 환자에게 수면다원검사를 권했다. 그는 "모든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다원검사를 권고하진 않는다. 보통 불면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수면제 등으로도 개선이 안 될 경우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중 교수는 '왜 잠이 필요한?'를 주제로 강의했다.
김 교수는 "잠은 건강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당장 잠을 못 자면 수행 능력이 저하되고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짜증도 쉽게 나고, 기억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쥐는 5일 정도 수면을 박탈하면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면 부족은 우리 몸의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잠을 못 자면 포도당 내성이 생겨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인 내당능 장애가 온다. 당뇨로 가는 전 단계이기 때문에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 수면 부족은 지방 세포에서 만드는 단백질 호르몬인 렙틴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잠을 적게 자면 포만감이 줄어들어 허기가 지게 되고 자연히 많이 먹어 살이 찔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잠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염증을 반영하는 물질인 CRP가 증가하고, 교감 신경계도 활성화된다. 자연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많이 나와 독성 수준이 올라가게 된다"며 외에도 잠이 부족하면 우울증도 발생하고, 염증도 올라가 면역체계가 악화 돼 감기도 잘 걸리는 등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너무 많은 잠도 건강에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성인에게 적합한 수면 시간은 7시간이지만, 얼마를 자든 다음 날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정상 단시간 수면자이기에 7시간에 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은 교수는 '불면증을 이기는 인지행동치료'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 교수는 "현대인들이 걱정과 불안이 늘어나고 있다. 불면의 인지행동은 이 걱정과 불안과 상관이 있다. 못 자서 수명이 단축되면 어떡하지, 내가 기능을 못하면 어떡하지 등 걱정이 늘어나고 이런 걱정이 잠을 더 못 자게 할 수 있다"며 "걱정을 줄여야 잠을 못 자는 현상을 고칠 수 있다. 이러한 걱정을 없애는 것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마다 잠과 관련된 습관이 있다. 또 잠과 무관하게 걱정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있고, 계획을 미리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걱정이 적은 사람, 즉흥적인 사람도 있다"며 "3개월 이상 잠을 못자는 불면증은 습관의 문제일 수 있어서 습관을 고치도록 돕는 것이 인지행동치료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면증이 쉽게 낫지 않는 분들은 '오늘은 어떻게 자지?', '잠 잘 수 있을까?'를 누워서도 생각한다. 또 '자다가 깨면 다시 잘 수 있을까'를 걱정하기도 한다. 잠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인데 오늘은 꼭 자야지 하고 의지를 불어넣으면 인위적이돼서 엇박자가 생기고 긴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 치료법 중 제일 효과가 좋다는 논문도 많은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무래도 한꺼번에 많은 환자를 치료하기 어렵고 빠르게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불면증 치료는 본인의 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한 불면증의 특징은?'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불면증은 일반인구의 33~5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불면장애는 10~15%에 달한다"며 "불면증의 원인과 공존질환들에는 정신생리성 불면증, 하지불안 증후군,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들, 수면위상지연증후군, 커피와 처방약물, 술과 담배 및 내과적 질환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면증은 잠에 대한 굉장히 주관적이다. 잠이 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잠이 든 후 깨어 있는 시간을 과대평가하거나 수면시간을 과소평가해 실제 객관적 측정과 다른 경우가 있다. 객관적으로는 잠이 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20~30분을 넘어가면 불면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을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수면단계와 구조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뇌파, 안전도, 근전도, 심전도, 호흡, 소리,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수집해 불면증 등 수면 문제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관찰되는 경우, 수면 중 발차기, 수면 중 행동장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불면증, 1년 이상 지속되는 불면증일 경우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면증은 원인이 되는 공존질환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가와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이런 원인과 공존질환에 대한 평가와 치료 없이 무작정 수면제만 복용해서는 안된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만성 불면증에 대해서는 건강한 수면습관과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하며, 수면제는 보조적 수단이며 가급적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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